나는 자주 아들을 부러워 하는 데, 그중 가장 부러운 것은 아들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어려서부터 있었다. 7살 때 아들방을 꾸미기 시작했고, 아들은 8살이 되어서 점점 혼자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들이면서, 엄마가 보기에는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로 방을 채워갔다.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정리하기를 반복하면서, 아들방에는 나름의 질서가 생겼다. (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하다.)
어떻게 인형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아들은 어릴 적 테디베어박물관에서 산 테디베어를 무척 좋아했다. 코를 물고 빨고… 사진 왼쪽에 보이는 녀석이다. 그리고 하나둘 인형을 사고, 선물받으면서 제법 쌓였다. 그리고 중간에 펼쳐진 것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물건너온 고무인형. 해적과 반인반수와 귀족과 기사들이다. 아들은 저 인형들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 싸우고 지킨다.
빛나고 멋진 것들은 또 있다. 불국사 가서, 경주에 가서 산 기념품들, 제주도에서 산 향초, 해리포터 피규어, 내가 사주고 만들어준 레고, 배트맨의 텀블러. 아들이 이들을 지켜주는 지, 이들이 아들을 지켜주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공부하는 공간과 잠자는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책상은 깊이가 깊은 것으로 골랐다. 덕분에 그 위에는 늘 짐이 넘친다. 가족과 자신의 사진,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인 토이스토리. 책장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 시리즈가 가득하다.
아들의 방은 아들이 자라면서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가득 붙였던 스티커를 한번 싹 뜯어낸 적이 있고, 책장은 천천히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벽에는 내가 그려준 그림, 아들이 그린 그림으로 좁아지고 있다. 그런 혼란한 광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아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좋다. 서랍마다 가득차 있고 아들 마음 속에는 무언가 멋진 것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나에게도 방이 생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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