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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매개, 대상자a

이카루스의 추락 한귀은 교수님 우리 학교 전학공 모임으로 오늘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한귀은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또 하나의 교육, 문화 비평 이었다. 제목도 보지 않고 강의하는 분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당연히 참석한다고 했지만, 제목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2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교수님은 생각을 잘 이어나갔다. 물론, 이어나가는 길은 이쪽저쪽 쾌속으로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과 "미나리"와 "자크 라캉"을 오갔다. 내 마음대로 요약 기억나는대로, 정리를 해보자. 욕구는 채울 수 있지만, 욕망은 채워질 수 없다. 신드롬은 집단적 무의식 욕망이고, 욕망은 욕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은채,..

일을 떠나는 퇴근

하루 종일 일을 한 것 같은데, 반드시 끝냈어야 하는 일은 끝내지 못한 것 같다. 그러고 나서 퇴근 하는 길은 뒤가 찜찜하다. 커피잔을 새로 샀다. 일 하는 책상에 앉아서 그런가, 예쁘던 찻잔도 후져 보인다. 그래도 하루에 커피 두 잔을 내려 마시며, 여유를 한껏 부린다. 하루에 한 번은 일부러 밖으로 나가서 학교 건물을 한 바퀴 걷는다. 마치 섬전체가 교도소인 감옥에서 단 한 번 운동을 허가받은 독방죄수처럼, 하늘 높이 뜬 햇볕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딱 한번이다. 그래도 집으로 오는 길, 내 몸에 내 털처럼 달라붙은 일을 떼어 낼 수 있는 시간이다. 페달질을 하다 보면, 붙어있는 일들을 떼어낼 수 있는 것 같고, 따라오는 일을 제쳐낼 수 있을 것 같다. 일터에서 집까지 빠르게 움직여서 거리를 만들..

꾸준함의 힘

"열심히 하지마." 내가 자주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열심히는 정의하기 힘들고, 계측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넋놓고 있지 않도록 꾸준히 해야 할 일을 정하고 해나가면 된다. 그러고 뒤돌아 보면, 내가 무엇을 했는 지 파악할 수 있다. 오늘 학생들과 수업을 위해 작성한 내용이다. 나는 대개 100단어가 안되는 수능 지문을 보면서 제법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일수록, 지문 만으로는 해독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나름 조사를 하고, 원문도 찾아보고 모자란 부분을 보충한다. 그리고 명쾌하게 경계를 찾아내면 수업 준비가 즐겁다. 수업 준비를 위한 나의 작업흐름(work flow)는 정해져 있고, 수업을 준비하겠다고 마음 먹고, 시간만 있다면(요즘 가장 ..

손목이라는 마음

아마도 어제부터였던 것 같다. 왼쪽 손목이 아프다. 물건을 잃어버리고, 어디에서 잃어버린 것인지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손목에 나타난 통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찾아보려고 마음 속을 뒤져 본다. 특별히 무거운 것을 든 적이 없고, 어디간에 부딪힌 적도 없다. 떠오르는 이유는 새로산 기계식키보드 뿐이다. 보통의 키보드보다 높이가 높아서 손을 약간 들듯이 한 채로 타이핑을 해야 한다. 정확히 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나는 이유는 그것 하나 뿐이다. 근육이나 관절이 아프면 금세 알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 안장이 적정한 정도보다 낮으면 오르막을 오르면 바로 무릎에 무리가 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고 나면, 더 안 좋은 발목이 아플 때가 있다. 둘째를 자주 안아 줄 때는 오른쪽..

진주 인근 가볼 곳 - 마산 로봇랜드

봄이 왔고, 어쩌면 곧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서라도 당분간 마스크를 쓸 것이다) 주말 아침, 밖을 보면, 이런 날은 어딘가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일년 중 좋은 날은 많지만, 정말 좋은 날은 별로 없다. 좋은 날도 즐기고, 아주 좋은 날은 반드시 챙겨서 즐겨야 한다. 나는 아내에게 차를 타고 좀 멀리 나가고 싶다고 했다. 부산은 좀 멀고..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부산 해운대 바다였다. 예전 아버지 칠순 겸해서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아이들과 해운대 해변에도 잠시 놀았던 적이 있다. 유명한 해변은 이유가 있었다. 해변이 넓어서 사람이 많아도 붐비는 느낌이 적었고, 편의 시설(특히 야외 코인샤워)도 잘 되어 있었고, 볼거리 먹거리도 많았다...

먼북소리 4월 :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의 수용소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선택하는 방법 피곤한 한 주를 마무리하기에 독서 모임만큼 좋은 게 없다. 맥주 두 캔과 아이들이 먹을 반찬을 사들고 집에 들어와서야 나는 오늘이 #먼북소리 모임 하는 날이란 걸 생각했다. 오늘의 주인공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잘 읽고 있었으나, 다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독서 모임 준비. 지난번 모임 이후 한달이 되지 않았지만, 서로 근황을 나누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달이 지났지만, 각자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한 달씩 더 해가도, 너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안심이 되고, 또 그러기를 바란다. 마지막에 한 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상처받는 시기에, 되려 이 책을 읽기에는 적절한 시기였다. 다른..

책/책모임 2022.04.15

학교에서 대화가 가능할까?

대화란 무엇일까. 점점 대화하게 되는 선생님이 늘고 있다. 담임을 할 때는 학년교무실에 있는 선생님들이 거의 유일한(?) 대화의 상대였다. 그리고 대화의 주된 상대는 대개는 학생이다. 한데, 올해에는 좀 달라졌다. 더 많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게 나의 일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꿈꾸지만, 소통하고 있다라는 느낌은 누가 얼마나 갖게 되는 지 모르겠다. 분명 서로 굉장히 친해보이는 선생님들이 있고, 그 분들은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나도 그렇게 느끼는 동료 선생님들이 있다. 그럼 어디서부터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동료가 출현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누구에게 공감하느냐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이해관계에 부딪힌다고 생각할 때, 서로 등을 돌리게 ..

마리우풀의 보평

출장이 있는 날이라 느즈막히 일어나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다. 밥을 천천히 먹고, 아이들이 일어나 밥 먹는 걸 쳐다본다. 갑자기 시무룩해진 딸은 엄마가 머리를 어떻게 할거냐 묻는데도 답이 없다. 오늘은 아내가 먼저 출근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했는데, 아내가 먼저 출근 하기는 했으나, 아이들 챙기느라 그리 일찍 가지도 못한다. 오랜만에 차를 몰고 학교로 가서 수업에 쓸 자료를 출력하고, 수업에 들어가고, 조는 아이들을 깨우고, 수업이 없는 시간 시험 문제를 편집한다. 3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에는 출장가면서 마실 커피를 내리고, 4교시가 끝나자 얼른 급식소로 가서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차를 타고 창원으로 달린다. 뒤에 앉는 게 마음 편하겠지만, 안경도 없이 화면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앞쪽에 자..

책과 함께 사라지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어려운 작가의 이름 이 정도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만큼이나 어려운 이름이다. 보후밀 흐라발. 책의 제목은 기억하되, 과연 나중까지 이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아주 한참 동안 내 눈을 끌었고, 내 귀에 웅웅 거렸지만, 너무 평이 좋은 영화에 끌리지 않는 것처럼, 너무 평이 좋은 책을 일부러 집어 들지 않게 된다. 어줍짢은 허영심의 발로가 아닌가. 하지만, 아름다운 꽃이 사람의 눈을 끄는 것처럼, 이 책을 열어보게 되었고, 나는 여러번 읽게 될 첫문장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다. 러브스토리와 장례사 그는 여러 개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준다. 그 중 가장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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