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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걸음

내가 와서 봐주길 바라는 우리 동네 양귀비꽃 아침에 식빵, 점심 때는 파스타면을 사러 간 걸 빼면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어딘가로 갈 수가 없었다. 음음. 이건 좋지 않은데. 매일 남아서 업무를 더 하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이지만, 주말마다 집에서 일을 더 해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니체는 나는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 라고 했다는 데, 그저 니체가 강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때마침 오늘 아침에는 일을 미루지 않는 방법이라는 짧은 영상을 봐서 그런가,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기 전에 일을 좀 더 해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일을 하기는 했으되 많이 하지는 못 했다. 그리고 유튜브나 보면서 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말, 진주시 장도장 전수교육관에서 은반지 만들기

진양호 전망대로 들어가기 전 주차장이 있다. 그 뒤로 자리한 건물이 무엇인지 몰랐고,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오늘 은반지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다. 진주시 장도장 전수교육관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신청을 하고, 같이 앉아서 2시간 안되는 시간 동안 은반지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아내는 이웃에게 그 소식을 듣고 신청을 했고, 오늘이 우리 가족 체험일이었다. 은반지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별로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전수교육관의 관장님이 사이즈에 맞춰 반지를 일단 '붙여' 주시면, 저 쇠봉 같은 것에 반지를 끼우고 돌려가면서 고무망치로 때려 가며 모양을 잡으면 되었다. 망치는 무겁지도 않았고, 모양 잡는 게 힘들지도 않았다. 저 과정이 끝나면, 먼저 반..

어린 기린 해부학자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군지 메구. 더숲. 2021. 아이의 마음을 갖고 어른이 될 수 있을까? 3년 전 일 수도 있고, 5년 전 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의 마음을 아이였던 기억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는가? 에 대해 생각하고는 했다. 그런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 게 너무 오래되었다. 왜 일까? 이제 나는 어른의 일만 생각하게 된 것일까?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다가 기린을 생각해 낸다. 저자는 운이 좋다. 교실 안에 앉아 있는 많은 학생들 중, 내가 질리지 않고 오랜 시간 좋아하던 것 을 생각해 낼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다. 저자는 용케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냈고, 끝까지 그 마음을 간직해 냈다. 아직도 진행형인 사람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꾸 이 사람을 부러워 하게 된다. ..

드러누운 민들레

어제 아침에는 꼿꼿이 서 있었는데, 오늘보니 저렇게 누워 있다. 아직 씨를 다 털지도 않고 혼자서 저리 될리가 없을 것 같은데. 자전거 주차장에 오가다가 누군가 밟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별 필요가 없는 생명이라, 어찌 저 민들레를 돌볼 필요도 없고, 사람도 없다. 학교에는 필요가 넘치는 공간이라, 필요치 않은 것들은 쉬이 잊혀진다. 필요를 증명해야 무엇이든 살아남을 수 있다. 딱히 학교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만, 학교에서 조차 그렇다. 시험을 치고, 오늘 학생들의 서술형 답안을 채점하는데, 내 손의 움직임이 단조롭다. 우상단에서 좌상단으로 빗금, 맞혀지지 못한 문제는 소용이 없다. 소용없는 답을 쓸 바에야 쓰지 않겠다고 결심한 의지도 보인다. 빈 답안지. 민들레의 소임을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리는 것. 민..

아내가 늦는 저녁

아내가 늦는 밤. 아내는 술을 마시지 않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즐기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집에 늦게 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나는 술을 마시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즐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주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느라 집에 늦게 들어온 적은 최근 3년 간은 없다. 오늘은 아내가 같은 부서 사람들이랑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일찍 왔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더 일찍 왔었어야 했는데, 일을 하다가 좀 늦어 버렸다. 머리를 빨리 잘라야 돌봄 마치고 나오는 딸을 만날 수 있을텐데 마음일 닳았다. 머리를 자르자 마자 차를 슝 몰고 지하주차장에 얼른 차를 댔다. 가방도 들지 않고 딸의 학교로 뛰어 갔다. 2시 30분이면 마친다고 했는데, 소식이 ..

교육과정 담당자 연수 출장

오늘의 출장 또 출장 출장이 너무 많다. 출장이 아니라 일할 시간이 필요하다. 연수를 들을 게 아니라, 정독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출장 왔으니 열심히 들었다. 뒷자리에 가면 안경을 꺼내어 써야 하니, 최근 출장 다니면서는 늘 앞자리를 채운다. 내 눈앞을 방해하는 게 없어서, 연수에 집중도 잘 된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도 자리를 마음대로 잡을 수 있을 때는 교탁 앞 4자리 중 하나를 잡았었다. 나는 제법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었구나. 고교학점제와 2015 개정교육과정 첫 시간은 아주 오래 교육과정일을 했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침과 해설, 도움자료에 나오는 자료에서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내용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짚어가며 설명하셨다. 교육과정 관련해서 나는 아직 교과목 이름을..

넷플릭스에서 곧 내려가는 볼만한 영화 - 몰리스 게임

제시카 차스테인 이름이 어렵다. 얼마전에 너무나 시끄러운 고독의 저자 보흐밀 흐라발 이름이 역시나 훨씬 기억하기 어렵지만, 제시카 차스테인도 기억이 잘 되는 이름은 아니다. (Chastain은 그녀의 엄마가 결혼 전에 사용했던 성이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제로 다크 시티"에서였던 것 같다. 거기서 얼굴이 익게 되자, 인터스텔라에서도, 마션에서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체구인데도 불구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주연이 아니었음에도 인터스텔라에서나 마션에서 그녀의 연기는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뚜렷이 구분된다. 그리고 제로 다크 시티보다도 '미스 슬로운'에서 그녀의 연기가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몰리스 게임 몰리스 게임은 실제 인물인 몰리라는 여성의 자서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영화..

빚쟁이 아들

엄마 아무 것도 하지마. 라고 말하고 부산으로 갔는데, 엄마는 이미 김밥을 싸놓고, 우리에게 보낼 동치미, 파김치, 김치찌게, 순두부 등등... 을 준비했다. 우리는 7만원짜리 해물탕+칼국수를 사갔다. 마치 건달이 자리값을 받듯, 당연한 듯 주섬주섬 엄마가 싸둔 것들을 받아 왔다. 고개 숙이고 감사해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인사는 짧다. 나는 계속 받기만 하고, 엄마와 아빠는 자꾸 주기만 하는데, 늘 더 고맙다는 사람은 엄마와 아빠라 나는 당황스럽다. 내가 아무리 고마워해도, 엄마, 아빠가 나에게 우리에게 고마워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렇게 평생 빚쟁이로 살게 되는 것일까. 먹은 게 너무 많아 먹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배부른 인간처럼, 받은 것이 너무 많아 받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

Anne pro 2 키보드를 사고 팜레스트를 사고..

이런 게 문제다. 무언가를 살 때는 대개 “사야한다”는 생각으로 산다.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조심해야 할 부분”은 열심히 보지 않는다. 사고 나서 포장을 뜯을 때까지는 욕구가 충족되어 가는 기쁨, 그런 것을 느낀다. 뚜껑을 열고 나면, 열정이 식듯, 새제품이 헌제품이 되는 것처럼 빠르게 욕구가 줄어든다. 단점은 후두둑 떨어져서 내 발등을 찍는다. 앤프로2는 포커 배열 키보드다. 숫자를 비롯한 몇 가지 키가 사라진 텐키리스보다 작다. 방향키가 사라졌다. 펑션키도 다른 키와 조합해서 써야 한다. 그걸 알고 샀는데도, 내가 자주 한글문서를 작성한다는 점은 잊었었나 보다. 아니, 생각해보면 잊지는 않았다. 한글 표를 만질 때, 자주 쓰는 키가 ctrl 키와 방향키다. 이 키로는 그 기능을 쓸 ..

일상사/Stuff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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