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빚쟁이 아들

타츠루 2022. 4. 23. 23:05
엄마의 김밥과 파김치

엄마 아무 것도 하지마.

라고 말하고 부산으로 갔는데, 엄마는 이미 김밥을 싸놓고, 우리에게 보낼 동치미, 파김치, 김치찌게, 순두부 등등... 을 준비했다. 우리는 7만원짜리 해물탕+칼국수를 사갔다.

마치 건달이 자리값을 받듯, 당연한 듯 주섬주섬 엄마가 싸둔 것들을 받아 왔다. 고개 숙이고 감사해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인사는 짧다.

나는 계속 받기만 하고, 엄마와 아빠는 자꾸 주기만 하는데, 늘 더 고맙다는 사람은 엄마와 아빠라 나는 당황스럽다. 내가 아무리 고마워해도, 엄마, 아빠가 나에게 우리에게 고마워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렇게 평생 빚쟁이로 살게 되는 것일까.
먹은 게 너무 많아 먹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배부른 인간처럼,
받은 것이 너무 많아 받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배은망덕한 인간이 되었다.

해외 여행 다녀오면 영어공부하겠다는 사람처럼,
집에 다녀오면, 더 자주 봐야 하는 데 생각한다.

내리사랑이란 말은 자식놈들이 만든 게 분명하다.
자기를 변명할 말을 찰떡같이도 만들어 내는 걸 보면, 자식은 도둑이다.

엄마가 싸준 음식들로 냉장고를 채우고,
자전거 한 바퀴 타고,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으며,
엄마랑 아빠를 생각한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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