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194

너는 나의 가장 친한 자전거 친구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아들한테 짜증이 는다. 아들이 나한테 짜증을 내서 그런가, 아님 내가 먼저 그러는 건가. 모르긴 몰라도, 일단 내가 아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커지고 있고, 내 기준에서 모자란다 생각해서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마음으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내 잘못이 크다. 그래도 우리 둘이서만 할 수 있는 게 아직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아내도 자전거를 탈 수는 있으나 빠르게 멀리 갈 수가 없고, 딸을 매달고 타는 것도 가능하지만 빠르게 갈 수가 없다. 우리 둘이서 라면 조금 힘을 내어 달려볼 수가 있다. (물론, 오늘처럼 바람이 심한 날에는 그저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물 한 병을 넣고, 집에서 굴러 다니던 과자 두 개, 지갑을 챙겨서 나선다. 바람은 어찌 이렇게..

우리 딸이 1학년

딸은 들떠 있었다. 학교 가는 날이라서, 진짜 초등학생이 되는 날이라서. 딸에게는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되는 게,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게 이렇게 급작스럽고 한편으로는 간단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놀랍게 생각되는 것 같다. 졸업식을 하게 되니, 이제 다시는 유치원에 들어가서 놀 수가 없고, 입학식을 하게 되면 초등학생이 되어 버린다니. 뭔가 복잡한 자격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다음날 입을 옷을 꺼내놓는데, 어제 딸은 초등학교 체육복을 꺼내놓았다. 손목에도 발목에도 옷이 자기 기준에서는 어중간하게 걸리는 걸 매우 싫어하는 딸은 입학하는 날 옷이 이상해서 늦는 일이 없도록 체육복을 꺼내뒀다. 오늘 아침에 등교시간이 9시라는 것을 알고는 나와 함께 골랐던..

아들, 종이 신문 읽자

신문을 구독했다. 아들이 3학년 때쯤에도 신문을 한번 구독한 적이 있다. 아들이 열심히 보겠다고(?)해서 구독했지만, 아들은 곧 흥미를 잃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일단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티비로 뉴스를 보지 않고, 인터넷 기사도 잘 읽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읽을 경우, 대개 포털에서 기사를 접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기사"처럼 결국 추천에 의 한 기사만 읽게 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한 뉴스의 대부분이 가십에 가까운 뉴스였다고 한다. 현안인 경우도 있겠지만, 자극적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나의 목적은 다른 사람은 무슨 소식을 듣는가 가 아니다. 사회전반적인 현상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싶다고 생..

늘 뒤에 서 있을께 - 딸이 자전거 라이더가 되는 과정

자전거를 타려면 페달을 밟기만 해서는 안된다.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균형은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잡기 쉽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괜찮은 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가 있다. 지난여름 딸은 내 자전거 뒤에 매달린 위라이드 코파일럿을 타고 신나게 자전거를 즐겼다. 균형은 내가 잡아주니 딸은 힘이 나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되었고, 여차하면 두 손을 놓고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야 할 때다.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줘야 할 타이밍이다. 딸은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부터는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진도를 앞..

초등학교 입학 준비와 보조바퀴

유치원 졸업을 하고 이제 딸은 초등학교 갈 준비를 한다. 아내와 나 모두 일을 해야 하니 딸은 돌봄을 신청했다. 아들은 절대 돌봄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학교의 돌봄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아들은 나나 아내가 휴직을 했기 때문에 늘 부모 한 명의 보살핌을 받을 수가 있었다. 딸은 이제 오빠의 도움을 받아 하교를 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 아이를 보내는 것도 이제 두 번째라 아내는 별로 긴장한 기색이 없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갈 때에는 이런저런 검색을 하며, 더더 준비해야 할 것은 없는지 몇 번을 살펴봤다. 당시에는 코로나 전이라 그런가, 아파트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다. 딸은 학교에 갔다가 돌봄에 갔다가 오빠와 하교한다. 학원에 갔다 오면 아내..

아빠의 퇴원과 한상 차림

엄마는 아주 한 상을 차렸다. 봄동, 파래무침, 콩잎,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아빠가 좋아하는 고기. 병원에서 흰쌀밥만 먹었다며 아빠는 잡곡밥이다. 11월 26일에 사고를 당하고 입원했다가 거의 세 달을 병원에서 보내고 아빠가 오늘 퇴원했다. 다행히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퇴원 시간에 맞춰 가서 퇴원 수속도 도와주고 내 차에 태워서 부산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엄마가 차려주는 맛있는 밥도 먹고. 세 달을 지내면서 아빠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발가락을 잃은 게 제일 크지만, 거기에는 더 천천히 적응을 해야 한다. 양말을 신고도 작은 아빠의 오른발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간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던 것은 아닌데, 아빠의 작아진 발을 보게 되었다. 그래도 발이 남아 있어서 어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발목까지 잘..

졸업식날이 아닌데도 졸업사진 찍기

딸의 유치원 졸업식은 18일이다. 하지만, 졸업식을 하게 될 수 있을까? 유치원에서 내일부터 가정학습이라며 연락이 왔다. 가정학습이라니. '가정'은 가능하지만, '학습'은 좀 힘들다. 딸이 다니는 유치원의 원생이 확진자가 나왔고 나오고 있다. 딸과 같은 반에서도 확진자가 나와서 아내의 불안은 아주 높아졌다. 내일부터 보내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때마침 유치원에서도 그렇게 연락이 온 것이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먹는 것처럼, 졸업을 해야 진짜 초등학생이 된다고 말하는 딸은 졸업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딸은 시간만 나면 유치원 선생님에게 드리는 편지를 썼는데, 마지막으로 또 편지를 주고 싶단다. 오래 기억되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사랑받는 다는 점에서 유치원 선생님은 뜻깊은 직업이다. 확진, 확진..

딸마저 래피젠 검사

아침에 유치원에 가야할 딸은 나와 래피젠 검사를 하고 있다. 나는 일일확진자수 따위를 보지 않는다. 물론 매일 적어도 한번씩, 시청에서 오는 오늘 확진자수를 알리는 긴급문자 알림은 온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밀집하는 곳에 우리 가족은 절대 가지 않으면, 부득이 한 경우, 내가 가서 일을 처리하고 온다. 접종은 하라는 대로 다 했고, 마스크는 늘 착용하고 손소독제도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확진자의 수는 나에게 더 조심하라거나 덜 조심하라는 신호가 되지 못한다. 그저 늘 조심해야 한다. 여러분 이제 코로나는 사실상 계절성 독감에 가깝습니다. 라고 정부가 선언한다면, 마음이 좀 놓이고 예전과 비슷한 생활로 돌아가려나. (영화관이 너무 가고 싶다..) 아침에 딸의 유치원 ..

아이를 업다가 가슴통증

갑작스런 가슴 통증. 숨을 크게 쉬어도, 누웠다 일어나려 해도 아프다. 처음이었다면 걱정을 많이 했겠지만 이번이 두 번째. 며칠 전 딸을 업고 점프를 몇 번이나 하며 놀았다. 아이가 무거우니 흉곽이 좀 벌어진 듯. 예전에는 아들을 업고 계단을 많이 오르고 나서, 지금 같은 통증이 있었다. 가슴이 아프니,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오늘 하루 종일 간신히 견뎌냈다.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떨다 들어와서 딸과 녹차(세작) 한 잔

점심 먹고 가족들과 산책을 나갔다가 귀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왜 그랬을까. 집을 나서서 100걸음을 채 디디기 전에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래도 나선 걸음 그냥 들어올 수는 없다. 껴입은 옷이 아까워서 더 걸었다. 아들은 축구공을 가지고 나와 나에게 가끔 패스를 했고, 딸은 줄넘기에 킥보드까지 들고 왔다. 목이 허한 딸에게 내 옷을 벗어 입혔다. 서부청사 쪽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털모자를 쓰고 나갔어야 했는데, 귀가 차가웠다. 마치 얼음 배게에 모로 누운 것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귀가 차가워졌다. 나무에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반대편에 가지가 더 많고 풍성한 지 알 것 같다. 가지를 내기는 다 냈는데, 바람에 가지가 떨어져 나가 버린 것 아닌가 싶었다. 나무들은 추운 겨울이 되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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