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197

아빠에게 아빠가 되어줄게.

1교시. 엄마의 전화를 받고, 최근 들어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셨다는 외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 데자뷰를 경험하는 것처럼, 아침에 울리는 발신자 ‘엄마’의 전화는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아빠 사고 났데.’ 그 순간,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모두 머릿속에 꺼내보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처리 할 지 생각하고, 지금 부산까지 가거나 아빠가 이동하고 있다는 진해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생각했다. 늦잠을 잔 덕분에 오늘 아침 출근은 차로 했고, 기름이 없으니 가득 채우고 출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일하는 곳은 진해에서 가깝고, 아빠를 실은 구급차는 일단 진해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엄마는 회사에서 나왔으나 차도 없이 진해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테..

안경을 잃어버린 아들에게 비폭력대화의 방식으로 마음 전하기

올해 들어서 지속적으로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전하고, 설득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화에서 목적이 설득은 아니다. 대화의 목적은 관계다. 나는 관계가 어렵고, 다행인 점은 나만 어려워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의 말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시도하고 실천하고 있다. 비폭력 대화란 비폭력대화에 대해 공부하는 바를 쓰게 되겠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비폭력대화란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지 않고, 되도록 기다리고 관찰하며, 그 사람의 말에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욕구를 이끌어 내고, 나의 감정과 욕구를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하는 대화이다. 아무도 상처 받지 않는 대화. 이런 대화의 전제는..

초등4 아들이 갖고 싶다는 초능력

설득력 어젯밤 아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 뭐든 잘할 수 있는 능력. 아니, 한 가지만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말이야. 설득력. 나는 잠시 생각했다. 왜 설득력을 갖고 싶은지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훌륭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이제 세상과 싸우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데, 그것을 가로막는 것도 많아지고 그런 것들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을 모두 견뎌낼 수 없게 되었다. 싸워서 이기면 패자가 생긴다. 그러니 설득하면 좋다. 나도 중학생 때나 고등학생 때에는 다른 사람, 정확히 친구들을 잘 설득한다고 생각했다. 판매사원이 된 마냥, 내가 사놓고 마음에 안들었던 다이어리를 친구에게 성공적으로 ..

Not with 독감 (독감 접종기)

2021.11.01 - [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 이가 깨져 나갔어.” 아들은 아주 장난꾸러기가 아닌데도, 이미 한번 팔에 실금이 가서 반깁스를 한 적이 있고, 캠핑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돌에 박혀 턱 아래가 찢어져 꿰맨 적이 있다. yagatino.tistory.com 온라인 수업이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아이톡톡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학생들도 접속할 수 있었고, 교사들도 접속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의 온라인 수업인데, 익숙한 듯 학생들 몇 명을 깨우고, 자가진단을 독려하고, 잃어버린 비밀번호는 재설정해주며 상당한 오전 시간이 지나갔다. 학생들이 오지 않아서 저렴한 급식은 어렵다. 그래도 우리 학교에서는 조리종..

데자뷰의 순간 : 내 책장에 접근하는 아들

데자뷔라는 현상이 있거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이 이름 붙인 것을 보면, 여러 사람이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고, 그걸 이야기하다 보니 지칭해야 할 단어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를 회상할 뿐인데, 과거에 했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정말 우리가 같은 일을 거의 같은 상황에서 두 번 하는 것일까? 데자뷔는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이미 했던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우리 뇌의 속임수라는 글을 읽을 적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데자뷰를 경험하게 되지 않으니 그 설명은 반 정도만 맞는 것은 아닐까?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삼킨 네오는 매트릭스로 들어갔다가 데자뷰를 경험하게 된다. 복도 한쪽에 있던 검..

아들의 이가 깨어졌다

“아들 이가 깨져 나갔어.” 아들은 아주 장난꾸러기가 아닌데도, 이미 한번 팔에 실금이 가서 반깁스를 한 적이 있고, 캠핑장에서 뛰어 다니다가 돌에 박혀 턱 아래가 찢어져 꿰맨 적이 있다. 낫고 나니 모두 눈에 띄지는 않는 상처다. 오늘은 태권도장에서 피구를 하다가 공을 잡으려다 앞에 있는 형 팔꿈치에 턱을 맞아, 윗니 아랫니가 딱 맞부딪히면서 아랫니 두 개의 윗부분이 조금 깨어져 나갔다. 아내의 문자를 받고 집에 와서 확인하니 크게 깨어져 나간 게 아니지만, 병원에 당장 가보는 게 좋겠다. 역시나 치과들은 모두 예약제라 빠르면 목요일 밤 진료가 가능하단다. 나는 요즘 저녁 시간에 전혀 시간이 나지 않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데려갈 생각으로 목요일 밤 예약이라도 잡으려고 다시 전화했는데, 처음과는..

2021년 10월 24일 아들의 방

나는 자주 아들을 부러워 하는 데, 그중 가장 부러운 것은 아들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어려서부터 있었다. 7살 때 아들방을 꾸미기 시작했고, 아들은 8살이 되어서 점점 혼자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들이면서, 엄마가 보기에는 쓰레기에 가까운 것들로 방을 채워갔다.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정리하기를 반복하면서, 아들방에는 나름의 질서가 생겼다. (지만,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하다.) 어떻게 인형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아들은 어릴 적 테디베어박물관에서 산 테디베어를 무척 좋아했다. 코를 물고 빨고… 사진 왼쪽에 보이는 녀석이다. 그리고 하나둘 인형을 사고, 선물받으면서 제법 쌓였다. 그리고 중간에 펼쳐진 것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물건너온 고무인형. 해적과 반인..

10월의 다이소는 핼로윈을 준비하는 데..

10월의 다이소는 핼러윈을 준비하는데. 10월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신혜철의 목소리로 듣는 “When October Goes” 가 떠오르는 달. 10월이 지나고 나서야 애타게 찾게 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리고 오늘은 갑자기 핼러윈데이. 전혀 연관성 없는 것들을 묶어서 이건 10월입네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다. 사람은 무엇이든 카테고리에 집어넣으려고 하고, 그렇게 집어넣고 나면 모쪼록 안심하는 기분이 된다. 복잡한 개인 대신에 국적이나 언어로 스테레오 타이핑하는 건 인간의 그런 속성 때문일까. 그러면서도 차별하지 않아야 하니 인간의 발달한 뇌는 살아가며 고려해야 할 게 정말 많고 복잡하겠다. 오늘 교무실에서 젊은 선생님들과 핼러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젊은 선생님들은 핼러윈 파..

경상남도 교육청 독서길라잡이 | 작가 되기에 빠진 아들

https://readingedu.kr 경남 교육청 독서 길라잡이 경남 교육청 독서 길라잡이 readingedu.kr 초등학생들의 독서활동을 도와주는 사이트가 있다. 나는 처음 들었는데, 학생들이 읽은 책에 대한 퀴즈를 풀거나, 독서감상문을 쓰거나, 독서화를 그리거나,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나도 작가되기 라는 코너에서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올릴 수가 있다.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아들은 일요일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교육청에서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메뉴가 깔끔한 편이다. 제법 많은 책에 대한 퀴즈가 있고, 퀴즈를 맞추고 댓글을 달면 점수가 쌓이는 방식이다. 레벨업도 되나 본데, 정말 상당히 많은 책을 읽어야 높은 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보통의 가족의 가장 보통의 하루에 대한 기록

어제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고, 또 누운채로 유튜브를 더 보다가 12시를 넘겨서 잠이 들었다. 덕분에 아침에는 늦잠이다…라고 해도 8시에 일어나버렸다. 아내는 아침에 내가 늦잠을 자도 깨우지는 않는다. 물론 일어나면 일을 해야 하긴 한다. 오늘은 특별히 놀러 다녀온 곳도 없다. 아이들은 왠일인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고 날이 추워서 일까 나도 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무나 평범해서 별 일 없이 지나간 하루를 기록해둔다. 아들과 딸은 9시 30분에 각자의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한다. 아들은 구몬수학을 해야 하고, 생각수학 문제도 풀어야 한다. 대개 문제를 풀다가 틀리거나 엄마한테 모르는 걸 물어본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다가 쉽게 기분 나빠하거나 지쳐한다. 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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