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197

바다향기 칼국수, 사천 무지개해안도로, 용두공원 나들이

토요일이라는 숙제는 자전거 라이딩으로 잘 마쳤다. 그리고 나는 어젯밤 넷플릭스를 켜고, 얼마전 시즌 2가 나온 어둠 속으로 라는 드라마를 모두 봤다. 한 시까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당연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잘 수 밖에.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끝까지 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에피소드가 짧아서 보다 보니, 시즌2 의 6개 에피소드를 모두 봤다. 시즌 1보다는 재미가 좀 떨어졌다. ‘태양이 뜨면 모두 죽는다. 태양을 피하라.’ 라는 세팅을 전하는 데 시즌 1을 다 썼지만, 결국 살아남아 여정을 떠나게 되는 사람들이 소개 되는 부분은 모두 재미가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어, 나(시청자)로 하여금 일단 살아남은 모두가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하고 바라게 만들어 버렸다. 고대하던 시즌 2를 모두 끝내고 나..

초등아들 독서교육, 낭독, 책읽어주기, 불량한 자전거 여행

하루 종일 수업을 하고 와도, 9시가 되면 아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딸이랑 같이 읽는 책은 그림책이라 두 권을 읽어도 금방인데, 아들에게 읽어주는 책은 이제는 글뿐이다. 내가 읽는 책을 보고 글만 있는 책을 어떻게 읽어?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아들인데, 이제는 해리포터 전권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아들은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내 취향껏 책을 고를 수 있고, 또 이제는 많이 컸지만 오롯이 아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아들은 일찍 글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단어를 읽은 것은 3살때였고, 차를 타고 가다가 "약국"을 읽었다. 그렇다고 3살 때부터 글을 술술..

집콕놀이 : 책으로 아파트 만들기

나의 자가격리 덕분에 학원도 유치원도 가지 못하게 되어 버린 아이들. 나는 내 방에 갇혀도 할 말 없고, 별 불만 없지만, 아이들한테는 미안하다. 놀아주지도 못해서, 놀 방법만 던져줬다. 책으로 건물 만들기 아이들 책은 책 앞뒷면이 대개 딱딱한 종이고 제본도 튼튼하다. 저렇게 세우면 저렇게 아이들 키만큼 쌓기도 쉽다. 아들도, 딸도, 처음 보는 책은 색깔책, 도형책이었다. 그저 검정색, 하얀색, 파란색 등등으로 가득찬 책과 사각형, 삼각형, 동그라미가 크게 그려진 책을 펼치고 세워 아이 주변에 깔아주던 때가 있었다. 오늘은 책을 쌓는다.

에어컨을 지키는 남편

연일 폭염소식이다. 밤 9시가 되어도 기온이 27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습도는 높아서 창문을 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마치 찜만두가 되어 집 안에 갇힌 것처럼 익어간다. 우리 집에서는 대개 4시 정도가 되면 에어컨을 켠다. 물론 그건 내가 집에 없을 때다. 아내는 더위를 잘 참고, 덩달아 아이들도 참는 편이다. 4시가 되면 방학을 맞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딸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한다. 샤워를 하고 났으니 이제 땀을 흘리면 안될 일. 그래서 에어컨을 켠다. 에어켠을 켜고 나는 선풍기를 적절하게 배치한다. 그리고 각 방으로 에어컨 바람이 가도록 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밤새 켤 수는 없다. 깨끗하게 청소한 에어컨이지만 왜 그럴까, 하루 종일 에어컨을 쐬고 나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

너를 사랑하려고 아빠는 태어났어.

딸은 아직도 독재자다. 내가 등을 보이면 늘 엎히고, 나를 이리오라 저리가라 한다. 먹다가 남는 건 나에게 버리고, 내가 먹는 맛있는 건 뺏아먹는다. 안으려고 하면 등을 돌리다가도 '싫어'하는 데도 날 와서 안는다. 사진을 찍으려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찍으면서 웃는다. 아침에는 '아빠 간다' 해도 쳐다보지도 않다가, 잠자러 갈 시간이 되면 나에게 쪼르르 와서는 '나, 좀 옮겨줘~.' 라며 나무처럼 곧게 서 있는다. 내일이 딸의 일곱살 생일이라 오늘은 편지를 썼다. 길게 쓸 수도 있지만, 너무 길면 읽기 힘들어할까봐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 조금, '사랑한다는 말' 많이 넣어 간단히 썼다. 내일은 아무 약속도 없고, 딸이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게 내가 되도록 옆을 지키고 있을..

딸과 진주문고, 롤링핀으로 라이딩, 한여름의 인력거꾼. 바람을 가르라.

딸과 아침 라이딩. 분명 9시 30분은 아침인데, 초전을 출발해서 진주문고 혁신 쯤 도착하니 이건… 여름… 텐덤바이크로 딸을 끌고 가는데, 다리를 오르고 나니 숨이 컥 막히는 곳 같았다. 내리쬐는 햇볕의 뜨거움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일으키는 바람으로라도 딸을 시원하기 해주려고 오늘 제대로 자전거 근육 단련. 진주문고 혁신점 안은 사람이 없다. 둘이 집을 나설 따 “오빠가 없어서 좋다.” 라며 부녀만의 데이트에 기뻐하던 딸은 아침이라 손님이 없는 진주문고에 들어서며, “우리뿐이라서 좋다.”라고 했다. 딸은 곧장 악세사리 코너로 가서 만원 짜리 머리띠, 오천원짜리 머리핀을 고른다. 나는 오랜만에 책 구경. 그리고 책을 샀다. 집에 와보니 이미 갖고 있던 책이다. 아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건가, 책덕후가..

많이 먹고 살찌란 말 하지 마세요.

내가 어릴 때 자주 듣던 말 좀 많이 먹어라. 먹고 살 좀 쪄라. 왜 이리 말랐누. 어릴 때 자주 듣던 말인데, 그게 어릴 때에만 끝난 건 아니었다. 말랐다 라는 말은 서른이 될 때까지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초등학교 때에는 더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엄마나 아빠가 아니라, 친인척에게 많이 들었다. 매일 보는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가끔 보는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지금 나를 보고 많이 먹고 살 찌라는 사람은 없다. 몸무게가 70킬로 그램을 넘기면서는 살이 빠진 것 같은데요 라는 말도 듣지 않게 되었다. 아니, 이제 내게 그럴 말을 함부로 할만한 사람들이 충분히 많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참으로 편의가 높아지는 일이다.) 179에 73~4킬로. 이제는 누가 봐도..

초등 아들이 좋아하는 여학생, 사귀자고 말해야 겠어?

“어떻게 고백하지?” 초등 4학년 아들은 이미 “사귄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어봤고, 자기도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면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일단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도 고맙다. 나는 아들 나이에, 아빠나 엄마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자주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했다. “아빠, 조** 만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사귀자고 말할까?” “아니, 니가네가 생각하기에 ‘사귄다’라는 게 무슨 말이지? 네가 그냥 그 친구와 무얼 하고 싶은 지 생각해봐.” 초등학생들이 ‘사귀는 사이’ 라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계가 ‘명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아들에게는 그 친구와 무엇을..

아빠의 70번째 생일

아들과 둘이서 부산으로 향했다. 아빠의 70번째 생일.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이번 생일을 보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생 가족이 다 부산으로 내려와서 생일을 같이 보내기로 하면서, 제법 왁자한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직계가족 모임의 경우에 8명 제한이 있어서 일단 나만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 내외, 누나, 엄마, 아빠가 모두 접종을 받으면서 인원 제한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동생은 해운대 웨스틴 조선 호텔 뷔페 카멜리아에 예약을 해두었고, 토요일 밤에 만나서 가족끼리 회포를 풀었다. 누나와 동생도 일 년만에 처음 보는 것. 나는 누나와 동생을 본 게 더 오래 되었다. 코로나가 극성부린 딱 그 기간에 서울, 인천이라는 먼 거리까지 더 해서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이제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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