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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초등아들 독서교육, 낭독, 책읽어주기, 불량한 자전거 여행

하루 종일 수업을 하고 와도, 9시가 되면 아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딸이랑 같이 읽는 책은 그림책이라 두 권을 읽어도 금방인데, 아들에게 읽어주는 책은 이제는 글뿐이다. 내가 읽는 책을 보고 글만 있는 책을 어떻게 읽어?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아들인데, 이제는 해리포터 전권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아들은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내 취향껏 책을 고를 수 있고, 또 이제는 많이 컸지만 오롯이 아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아들은 일찍 글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단어를 읽은 것은 3살때였고, 차를 타고 가다가 "약국"을 읽었다. 그렇다고 3살 때부터 글을 술술 읽었던 것은 아니다. 아들은 아내에게 늘 같은 책을 자주 읽어달라고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한 권을 통째로 외웠다. 7살 때는 유창하게 책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좀 귀찮아했다. 8살 때부터 학습만화(마법천자문, 살아남기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면서 혼자서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해리포터를 알기도 전에 나는 마술 지팡이를 사주고, 결국 해리포터 영화를 다 보게 되었고, 또 결국 해리포터 책을 모두 읽게 되었다. 그런데도 내가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에게 가장 책을 열심히 읽어주는 시기는 아이가 글을 알기 전이다. 하지만, 여러 독서 책에서 아이가 글을 읽고 쓰게 된다고 하더라도 읽어주기를 권하고 있다. 어쨌든 아이보다 어른이 더 능숙한 독자요 낭독가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어조로 책을 읽어주지는 않지만, 어쨌든 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한다.

아들은 대개 학습만화를 보고, 요즘에는 '흔한남매'책을 좋아하고, 시간이 좀 길게 있으면 해리포터를 읽고, 또 읽는다. 나는 가끔 아들에게 좋을 것 같고, 내가 봐도 좋은 책을 사서 아들에게 주기는 한다. 읽으라고 권하기는 해도, 억지로 읽히지는 않는다. 그냥 이 책 진짜 재미있어.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야기야 라고 살짝 꼬득인다. 그림이 많은 책이라면 뒤적이는 경우가 있고, 캠핑이나 야생에서의 모험을 다룬 책은 아들이 애지중지한다. 그러니 한 권을 다 읽히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읽어주는 것이다. 내가 읽어주면 어떤 책이든 권할 수 있다. 애슬리 르 귄의 '날개 달린 고양이'도 좋았고, 80일간의 세계일주, 허클베리핀의 모험도 좋았다. 그 책들은 좀 짧은 편이었고, 최근에 마친 책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작중 화자로 나오며 주인공이기도 한 책. 가족 안에서의 갈등을 다룬 데다가, 자전거 여행을 다루고 있어서 아들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좋고, 자전거 여행에 대한 열망을 복돋아 주기도 좋은 책이었다. 몇 달에 걸쳐서 2권을 결국 다 읽어냈다. 한 10분 읽다가 그만두면, 아들은 왜 그렇게 조금 읽느냐며 더 읽으라고 성화였다. 아들에게 읽어주면서, 나는 내가 고른 책을 권할 수 있다.

둘째를 돌보면서, 첫째인 아들은 이 들어야 했다. 양보도 해야 하고, 배려도 더 해야 했다. 아직은 챙겨줄 게 많은 둘째라, 둘째와의 놀이시간이 더 많다. 몇 살 차이 나지 않지만, 딸은 아직도 한창 귀여울 때다. 그래서 아들과 둘이서만 노는 시간이 적다. 아들은 막 놀아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분명 아쉬울 게다. 둘째를 안아주고 얼굴 부비고 간지럽히는 걸 보면 부러울 것도 같다. 그러니 책을 읽으며 둘이 보내는 시간이 참 소중하고 좋다. 딸은 먼저 엄마랑 자러 가고, 아들과 나는 침대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 15분이 좋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 할 이유는 몇 가지 않되지만, 책을 읽어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수만 가지다. 그 수만 가지의 가득함 덕분에 책을 읽는다. 나는 책이 가장 확실히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매개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들도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알고 자신에 대해서나 주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관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와 책친구가 되기를 고대한다.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