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바다향기 칼국수, 사천 무지개해안도로, 용두공원 나들이

타츠루 2021. 9. 12. 21:38
용두공원

토요일이라는 숙제는 자전거 라이딩으로 잘 마쳤다. 그리고 나는 어젯밤 넷플릭스를 켜고, 얼마전 시즌 2가 나온 어둠 속으로 라는 드라마를 모두 봤다. 한 시까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당연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잘 수 밖에.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끝까지 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에피소드가 짧아서 보다 보니, 시즌2 의 6개 에피소드를 모두 봤다.

시즌 1보다는 재미가 좀 떨어졌다. ‘태양이 뜨면 모두 죽는다. 태양을 피하라.’ 라는 세팅을 전하는 데 시즌 1을 다 썼지만, 결국 살아남아 여정을 떠나게 되는 사람들이 소개 되는 부분은 모두 재미가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어, 나(시청자)로 하여금 일단 살아남은 모두가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하고 바라게 만들어 버렸다. 고대하던 시즌 2를 모두 끝내고 나니 시즌 3는 또 언제나 기다릴까 싶다. 어떤 소재를 다루던 결국 인간이 나오는 드라마가 다루는 바는 “인간 사이의 갈등”이라는 점은 아주 익숙하면서도 섬뜩하다.

점심은 바다향기 칼국수를 먹었다. 원래 초전동에 있던 가게인데, 지금은 충무공동으로 옮겼다. 아내도 아이들도 해물탕을 좋아하는 편이다. 가서 먹는 게 더 좋은데, 반찬도 있고, 해산물에서 나온 쓰레기도 처리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오늘 안 사실이지만, 포장할 때는 와사비장을 주지 않더라. 코로나로 걱정도 되고 해서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지 않는다. 내가 충무공동으로 달려가서 포장해 와서 집에서 먹었다. 칼국수까지 넣어 먹고 나자 곧 드는 생각 이제 뭐하나

나는 차를 타고 나가고 싶고, 바다를 봤으면 좋겠고, 실내는 싫었다. 오늘은 사천으로 가기로. 일단 용두공원이 목적지였는데, 거기 가기 전 무지개해안도로부터 가기로 했다. 환절기에 비염이 도지는 아내는 두고, 아이들 둘을 태우고 나섰다. 먼저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씩 고르게 하고, 킥보드를 싣고, 야구공도 하나 넣고, 잠자리채도, 작은 접이식 의자도 하나 넣었다.

해안도로까지는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저 바다를 낀 해안도로인데, 바닷가를 끼고 있는 구조물(요철 모양으로 생긴 사람이나 차의 추락을 막아주는 시멘트 구조물은 이름은 무엇인가)을 무지개빛으로 칠해놓았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차박 세팅으로, 팝업텐트만 치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차들이 자꾸 지나가서 호젓한 느낌은 전혀 들 것 같지 않았지만, 아무튼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잠시 내려서 바다를 잠시 구경하고(라지만, 바다같은 느낌이 별로 없다. 파도도 없고, 바다향도 별로 없었다.)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다시 용두공원으로.

삼천포로 들어가는 길은 아직도 공사중이고, 길은 좁다. 네비는 또 오늘따라 이상한 마을 안 길로 나를 안내하는 바람에 여러 풀과 가지들이 차를 긁었다. 용두공원은 작은 공원이었다. 4, 5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놀면 적당할 공간이었다. 그래도 오리도 있고 토끼도 있어서 예상치 못한 볼거리가 있었다. 딸은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했지만, 아이들이 너무 많았고, 그네를 양보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딸에게는 작은 접이식 의자를 펴주고, 딸은 시원한 그늘에서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기온이 어떠했는지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거의 한여름 같은 더위였다. 나는 나무그늘에 서서 아들은 따로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공을 서로 주고 받았다. 그리고 근처에서 풀을 뜯는 토끼를 구경. 그리고 좀 더 걸어서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빠랑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는 딸은 집으로 오는 길에 물으니 “오늘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작은 공원 때문에 왕복 두 시간 동안 차를 타게 만들어서 좀 미안했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

집에 오는 길에, 아이들과 피자를 주문해서 먹기로 결정하고, 도미노 피자로 갔다. 아이들은 굳이 우리가 포장해서 가자고 했고, 도미노 피자에 들어가서 언니들이 피자 만드는 모습을 보는 건 아주 좋은 구경거리다. 오후 5시였으니 정말 많은 주문이 밀려 들었고, 거기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빠르게 피자를 만들어 냈다. 깨끗하게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일하는 분들은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났다. 아들은 “피자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밥을 피자로 먹겠네?”라고 했다. “저기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넣어서 먹을 수 있겠다.” 라고도 했다. 잘은 모르지만,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분들은 식사로 버거를 먹을 수 있다고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걸 넣어서 말이다. 그러니 도미노 피자에서 일하는 분들도 자신이 원하는 피자 정도는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재미가 있겠다. 피자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이 만들어 먹는 피자를 메뉴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오늘 일요일 숙제는 마쳤다. 아들은 내게 반팔 면티 두 장을 주며, 다려달라고 했다. 그래. 구겨진 옷이 입기 싫으면 제발 다음 날 입을 옷을 입고 자지 않으면 안될까? 약간 뿔이 났지만, 그냥 다려주기로 했다. 내가 입을 린넨 셔츠부터 다리는데, 아무리 잘 다려도 일단 ‘걸치면’ 구겨지는 이 셔츠를 굳이 다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도 다리기는 해야지.

잠을 자러 들어가는 딸의 내일을 응원했다. 주말 동안 집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월요일은 더 학교에도 유치원에도 가기 싫어진다. 지난주 월요일에도 딸은 월요일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았고, 아내가 출근 할 때는 울었다고 했다. 내일은 딸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마음 아프니까. 엄마가 바래다주던 날들에 비하면 지금은 참으로 재미도 없고, 쓸쓸 하겠구나 싶지만. “엄마, 아빠랑 토요일, 일요일에 잘 놀고 나면 내일 아침에는 엄마가 가버리고 나면 기분 나쁘고 슬퍼서 우는 거 아냐?”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그래, 아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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