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저녁, 일상, 가족, 아들의 여자친구의 생일

타츠루 2021. 9. 15. 21:27


어제의 피곤함을 아직 떨치지 못하고, 오로지 얼른 자야지… 이런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오늘은 자출을 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때는 집에서 늦어도 7시에 나간다. 그때는 아이들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딸은 좀 더 일찍 일어날 때도 있지만, 간신히 일어난 때에 인사만 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아직은(?) 딸은 나를 보고 싶어하고, 어제처럼 딸이 잠들었을 때 출근하고, 잠이 들고 나서 퇴근하면 하루 종일 딸을 보지 못하고 지나간다.

오늘은 일어나서 샤워하고, 아침을 아내와 챙겨먹고, 딸 옆으로 갔다. 눈을 뜨고 나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그렇게 옆에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7시가 되어 딸은 아침을 먹으려고 앉았고, 나는 옆에 앉아서 밥을 떠먹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집에서 딸을 보살피거나, 아내가 휴직했을 때는 밥을 떠먹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떠먹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계속 한다. 그렇게 실컷 좀 보고 나니 딸은 ‘보통보다 좋은 기분 상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출근하니 내 마음도 가볍다.

아들이 동생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자기는 학교에 가는데,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들이 잘 해주나 보다. 늘 다투고 싸우고 동생에게 양보도 잘 하지 않는 아들인데, 이제 둘이 있다 보니 서로 적응이 되기도 하고, 동생이 가엾어 보이기도 하다 보다.

퇴근해서 롯데몰에 들렀다가 집으로 왔다. 딸이랑 반갑게 인사하고, 아들도 앉아주고 저녁을 먹는다. 딸이 좋아하는 생밤도 좀 까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 딸은 할 얘기가 많고, 나는 들을 이야기가 많다.


거실


키위를 떠먹이고, 책읽는 딸에게 사탕을 까주고, 그림 그리는 딸을 옆에서 지켜본다. 그렇게 시간이 자꾸자꾸 잘 간다. 어느 덧 잠잘 준비를 할 시간이 다가오고, 나는 아들 영어학원 단어 숙제를 봐준다. 그걸 마치고 나더니 아들은 내일 여자친구 생일이라며 선물을 포장한다.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는 것은?


지난번에 이미 여자친구에게 줘야 한다며 모기팔찌를 사두고, 자기가 갖고 있던 진주문고 상품권 2장도 보태더니, 오늘은 여자친구가 먹을 걸 좋아한다면 용돈을 털어 먹을 걸 사러 갔다 왔다. 긜고 뭔지 모를 저것을 포장하기 시작한다. 두서도 없고, 디자인도 없는 포장이지만, 테이프를 붙이는 손끝이 야무치다. 내일은 아들의 엄마의 생일이기도 한데, 너, 엄마한테는 뭐해줄거니? 라고 물으니 “정성이 담긴 편지”란다. 떳떳해서 좋구나.

나는 요며칠 갑자기 카메라에 꽂혀서 또 이런저런 카메라를 구경하고 있다. 사고 싶은 모델은 GR3인데, 출시된 지 좀 되었는데, 가격이 싼 편도 아니다. 허허. 이럴 때, 조방주님 같은 분을 만나서 뽐뿌를 좀 받아야 하는데. 일단 ‘아날로그틱’한 카메라 앱을 받아서 장난을 좀 친다. 화질이 구려서 전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가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안 찍는 건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카메라 구경은 계속 되겠지. 집에서 굴러다니는 로모 카메라를 오버홀이라도 받아볼까. 요즘에는 필름값이 너무 비싸던데. 아무튼 일단 가지고 놀아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