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194

'예전에' 딸이란 존재가 없을 때도 잘 살던 남자가 살았었죠

‘예전에’. 요즘 우리 딸이 자주 쓰는 말이다. 어제를 가리킬 때도, 저녁이 된 시간 아침에 일어날 일에 대해 말할 때도, 지난겨울 제주에 갔던 때를 가리킬 때도. 우리 아들은 아마도 ‘어제’라는 단어로 거의 모든 ‘예전의 시간’을 설명했던 것 같은데, 딸에게는 ‘예전에’라는 단어가 임팩트가 있었거나, 널리 쓰기 좋은 말로 들렸나 보다. 유치원에 다녀와서는 이런 말도 가능하다. “오늘 예전에 바나나 먹었어.” 우선 ‘오늘’이라는 시간은 지속되며, 공간적이고, 많은 활동과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예전에는 집에 오기 전, 유치원에 있을 때를 말하겠지. 그렇다면 더 정확하게 말하려면, 그냥 ‘오후 간식으로’라고 쓰면 되지만, ‘아까’라고 써도 된다. 딸의 저런 말을 바로 ‘예전..

육아휴직 과제 : 딸의 머리를 묶어라

2019-03-28 딸 등원 완료. 머리 묶어 주는 게 제일 난코스다. 머리를 묶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데, 딸이 원하는대로 해줘야 된다는 게 또한 난관이다. 처음에는 자신없어 하는 나를 보고 딸은 머리를 맡기려 하지 않았다. 유치원 가서 선생님에게 묶어달라고 하라고 한 적도 있다. ​ 딸은 양갈래로 묶는 걸 ‘토끼머리’라고 하는데, 이제 어디쯤에서 묶느냐 따라 토끼 같기도 하고, 축쳐진 강아지 귀같기도 하다. 여자분들이야 어려울 게 없겠지만 나는 모두 체험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다. 아내는 아주 쉬운 데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땋는 머리를 보여준 적이 있다. 땋는 법이야 알지. 하지만 머리 손질은 디테일에 있는 거 아닌가? 머리가 덩어리를 이뤄 정갈해야 하는데, 제대로 묶지 않으면 잘린 나일..

20190305 화요일, 딸의 등원

20190305 화요일 딸과 등원길 대화 딸 : 아빠는 왜 먼지마스크 안 해? 나 : 응, 할거야. -엘리베이터 나 : 아, 오늘 오빠 물통을 안 챙겨줬네. 딸 : 어, 엄마가 없어서? 나 : 아빠가 깜빡했다. 그래도 학교에 물 마시는 곳이 있으니 오빠가 알아서 하겠지. 딸 : 왜? 나 : 오빠 학교에도 물마시는 곳이 있데. 딸 : 왜? 나 : 응 , 목이 마르면, '목말라, 목말라, 목말라.'이런 생각만 계속 들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물을 마실 곳을 만들어줘야지. 딸 : 응. 나 : 유치원에도 물 마시는 거 있는 데 봤어? 어제 있던데. 우리딸 그런 물 마시는 거 좋아하잖아. 딸 : 응. 나 : 오늘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이, 물 마시는 방법, 화장실 가는 방법 가르쳐 주실거야? 딸 :..

버스타기가 그렇게 힘들더냐?

버스탈 준비 금요일밤 아들과 다음날 아침에 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쿵푸팬더, 아들은 번개맨. 나는 쿵푸팬더에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었다. '더빙'을 선택한 것도 양보다. 아들을 설득(번개맨 볼거면 아빠는 안간다.;)하고 결국 쿵푸팬더 9시 30분으로 예매. 토요일에는 비가 올거라해서 좀 걱정을 했다. 반드시 버스를 타고 가야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를 읽고서 다시금 '차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는 것도 다양한 오염 및 손실을 발생시키지만, 자가용보다는 나으니까. 차선책으로 선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떤 때인가? 차편을 기다리는 시간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 걷기 난폭한 운전(신호위반, 과속, 자..

아들아, 돈을 벌려면..

아들은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어?' 묻는다. 모두 이야기해주지 않지만, 내 생각을 대부분 이야기 해준다. 묻는 말에는 모두 답해준다. 돈을 벌려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해줘야해. 그리고 아빠의 시간을 써야해. 보통은 시간을 더 많이 써야 돈을 좀 더 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아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모두 갖고 싶어 한다면 아빠는 더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고. 그럼 아침에 아들 일어나기 전에 일하러 가고, 잠들고 한참 지나야 집으로 올 수 있다고. 그리고 주말에도 같이 놀아줄 수도 없다고. (장난감이랑만 놀아야 된다고)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나에겐 거의 사실인 이야기다. 누가 아들에게 돈을 주는 건, 그 사람이 쏟은 시간과 노력으로 번 돈을 주는거야. 아이들에게가 아니구서야 다른 사람에게 돈을 그..

‘맛있는 과자 사먹어’라는 이름의 돈 

아들이 어른들에게서 직접 받은 돈 중 일부는 아들이 좋아하는 신발박스에 보관되어 있다. 요즘 큰 돈 내고, 거스름돈 받는 것에 흥미가 커서 그런지, 어디 나가자고 하면 자기 돈으로 과자 사 먹겠단다. >나 : 그래, 네 돈이지만, 먹을 건 아빠가 사줄테니까 민준이 마음을 좋게 해주는 걸 사자. 책이라든지 말이야. >아들 : 응. 그런데, 과자 사먹어 하면서 주시던데. 그렇다. 아들은 그분들이 돈주며 하신 말씀도 다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 이제 아이에게 돈 주실 때는 '재미있는 책 사 읽어.' 해주세요. 먹을 건 제가 사줄께요.

아들이 생각하는 돈맛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500"] Pictures of Money[/caption] 요즘 '돈맛'에 대해 알아가는 아들이랑 어제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시작은 이렇게.. 아들 : 아빠, 천원으로 뭘 살 수 있어? 나 : 껌 하나. 아들 : 오천 원으로는? 나 : 껌 다섯 개. 아들 : 오천 원으로 토미카 살 수 있어? 나 : 응, 하나 살 수 있어. 아들 : 그럼 만원으로는? 나 : 껌은 10개. (이 순간 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토미카는 2개 아들 : 그럼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하면, 터닝메카드 살 수 있어? 나 :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천원 더해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 : 나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018 아침 하이킹

주말 아침 아들과 하이킹.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물어보고 'YES'라는 답을 얻었다. 주말에야 숲에 가볼 수 있다. 아침에 밍기적 거리면 더 재미있는 놀거리(티비, 영화 등)에 아들일 뺏겨 버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두룰수록 좋다. 이전에 걸어보니 아들은 쉬엄쉬엄 4킬로는 걸을 수 있었다. 1시간에. 늦은 속도가 아니다. 하지만, 완급을 조절하면서, 달래가면서 걷는 게 중요하다. 중간에 간식도 먹으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코스는 진주여고 뒤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서 전망대를 지나 걷는 길.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아들이 원하는대로 출발. 늘 옆에서 뒤에서 아들을 걱정하며 따라 걷는다. 이 정도 길에서는 넘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쓸 데 있는 걱정에 쓸데 없는 걱정까지 하는 게 부모니까. 아침을 ..

#003 오랜만에 처음이네요

'처음'과 '오랜만'사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어교육을 전공하며, 학부에서 공부한 짧은 지식이 아이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성장에서 키를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언어다. 그걸 옆에서 관찰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아들이 요즘 자주 실수하는 표현이 '처음이다'와 '오랜만이다' 왠만에 욕조에 물을 받고 들어가서 씻었다. 아들 : "아빠, 이렇게 물받아서 씻는 건 처음이다." '오랜만이다'를 써야 할 때, '처음이다.'를 쓰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일단 두 표현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설명했다. '처음이다.'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하게 될때쓰는 말이다. 코끼리를 실제로 처음 봤어. '오랜만이다.'는 이미 해봤던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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