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003 오랜만에 처음이네요

타츠루 2015. 10. 14. 21:00
2015-10-11 at 14.18.13 3 '처음'과 '오랜만'사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어교육을 전공하며, 학부에서 공부한 짧은 지식이 아이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성장에서 키를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언어다. 그걸 옆에서 관찰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아들이 요즘 자주 실수하는 표현이 '처음이다'와 '오랜만이다'
왠만에 욕조에 물을 받고 들어가서 씻었다. 아들 : "아빠, 이렇게 물받아서 씻는 건 처음이다."
'오랜만이다'를 써야 할 때, '처음이다.'를 쓰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일단 두 표현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설명했다. '처음이다.'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하게 될때쓰는 말이다.
  • 코끼리를 실제로 처음 봤어. '오랜만이다.'는 이미 해봤던 것인데, 예전에 해보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다시 해보게 될 때 쓰는 말이다.
  • 피자, 오랜만이다.
아들이 바로 알아듣고, 적용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설명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들은 한번 더 틀렸다. 틀린 것을 바로 잡아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아들은 얼마나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둘 중 무엇을 말하는 게 '옳은 것'일지 고민할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내놓은 표현이면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한 두번 고쳐주면 그 두 표현의 차이를 더 정확하게 알게 되지 않을까. 처음과 오랜만은 닮았다 내가 언제 '처음'과 '오랜만'을 구별하게 되었는 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들 덕분에 '처음'과 '오랜만'이 닮은 점이 많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 시간이나 순서상으로 맨 앞 오랜만 : (오래간만의 준말)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
무엇인가 오랜만에 하게 되면, '처음'할 때의 그 신선함, 낯섦을 느끼게 된다. 아들은 아마 그 느낌이 헷갈리지 않았을까. 정말 '처음인 것처럼 오랜만이다'라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그제' - 엊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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