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018 아침 하이킹

타츠루 2015. 12. 5. 12:41

주말 아침 아들과 하이킹.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물어보고 'YES'라는 답을 얻었다.

주말에야 숲에 가볼 수 있다. 아침에 밍기적 거리면 더 재미있는 놀거리(티비, 영화 등)에 아들일 뺏겨 버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두룰수록 좋다. 이전에 걸어보니 아들은 쉬엄쉬엄 4킬로는 걸을 수 있었다. 1시간에. 늦은 속도가 아니다. 하지만, 완급을 조절하면서, 달래가면서 걷는 게 중요하다. 중간에 간식도 먹으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코스는 진주여고 뒤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서 전망대를 지나 걷는 길.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아들이 원하는대로 출발.

늘 옆에서 뒤에서 아들을 걱정하며 따라 걷는다. 이 정도 길에서는 넘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쓸 데 있는 걱정에 쓸데 없는 걱정까지 하는 게 부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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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은 아들은 엄마로부터 '간식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래도 몰래 아들이랑 먹을 귤이며, 과자를 챙겨갔다. 내가 귤을 꺼내자, 아들은 짐짓 못 본 척 한다.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하는 아들이다. 귤을 조금 떼어서 주니 '이걸 먹어도 되나?'하는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내게 바짝 다가와서 더 챙겨온 건 없는지 묻는다. '아빠 잡으면 나눠 먹지' 하며 '너무' 빨리 달려가니 잠깐 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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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다가가 달래고, 칸쵸를 주며(역시 주도권은 칸쵸에 있다.)인터뷰.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면, 그 순간이 너무나 그립다. 이렇게 찍어두면 두고두고 보게 된다.)

흐뭇해 하며 내려오다 보니, 나뭇잎이 너무나 많다. 나뭇잎을 보니 이걸로 게임을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더 큰 나뭇잎' 줍기.

숲에는 하나만 있는 게 없고, 주인도 없다. 누구도 소유해서는 안되고 소유할 수도 없다. 그런 이야기를 아들과 나누면서 내려왔다. 오늘 아들과 주고 받은 질문들만 떠오르는 대로 정리해본다.

  1. 누가 이렇게 높이 돌을 갖다 놓았을까? (아들 : 헐크가 벌레들 집지으라고 갖다 놓은 거 아닐까?)
  2. 왜 나뭇잎들은 모양이 다 다를까? (아들 : 나무이름이 다 달라서 그런거 아닐까?) 나무 이름을 왜 다 다를까? (아들 : 농부 아저씨가 그렇게 이름지어줘서) 왜 농부아저씨는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셨을까? (아들 : 아이참, 나도 다는 몰라.)
  3. 유치원에서 어제 배운 게 뭐야? (아들 : 색종이로 여우 만들기)

일단 질문하면, 대답을 기다리고 나는 주로 '그럴 수도 있겠다.' '좋은 생각이다.' 말한다. 그러면 아들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어때? 나 생각 잘하지?!"라고 말한다. 우리 아들은 생각을 잘한다. 오후에는 서점에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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