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아들이 생각하는 돈맛

타츠루 2015. 12. 9. 23:33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500"]Money Pictures of Money[/caption] 요즘 '돈맛'에 대해 알아가는 아들이랑 어제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시작은 이렇게.. 아들 : 아빠, 천원으로 뭘 살 수 있어?

나 : 껌 하나.

아들 : 오천 원으로는?

나 : 껌 다섯 개.

아들 : 오천 원으로 토미카 살 수 있어?

나 : 응, 하나 살 수 있어.

아들 : 그럼 만원으로는?

나 : 껌은 10개. (이 순간 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토미카는 2개

아들 : 그럼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하면, 터닝메카드 살 수 있어?

나 :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천원 더해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 : 나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천원이랑 있어...

로 시작한 대화는 은행에 돈을 넣어 두고 싶다는 둥, 넣으면 다시 받고 싶을 때 받을 수 있는 거냐. 만원을 넣은 다음에 만원 여러 개를 받을 수도 있는 거냐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나 : 아들, 돈이 많으면 좋겠지?

아들 : 응 나 : 그래, 돈이 많으면 여러 가지 살 수 있어. 그런데 돈이 많이 있으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아들 : 돈을 어떻게 벌어?

나 :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해달라는 일을 해줘야 해. 그러니까, 돈을 벌고 싶으면 아빠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써야 한다는 거지. 아빠가 돈을 더 많이 벌려서 더 늦게 집에 들어오고, 더 일찍 집에서 나가야 할 거야. 그래도 괜찮을까? 아빠는 아들이랑 샤워도 하고, 킥보드도 타고, 자동차 놀이도 하고 싶은데.. 아들은 어때? 아빠가 민준이 자고 있을 때 일하러 가고, 잠들고 나면 집에 오고 이래도 좋겠어?

아들 : (나를 뒤에서 안으면서 - 내가 식기 세척기를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 나는 아빠가 일찍 오는 게 좋아.

나 : 아빠도 그래. 그러니까 아빠가 아들이 사달라는 장난감 다 사주지 않는 거야. 다 사주려면 더 일해야 하고, 그만큼 늦게 오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또 일하려 가야 하거든. 그래서 아빠 생각하기에는 덜 사야 한다고 생각해. 집에서 물도 전기도 아껴쓰고 말이지.

아들 : 물은 다 쓰면 아프리카 사람들이 쓸 물 없어지니까. 물이 다 땅속 깊이로 빠져들어 가 버리니까?

나 : 그렇지. 그리고 전기랑 물도 쓴 만큼 돈을 내야 하거든. 아껴서 덜 쓰면, 덜 사면, 덜 벌어도 되거든. 그러면 그만큼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그렇지?

아들 : 그래.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고 해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힘들게 일해도 나보다 훨씬 수입이 적은 분들도 수두룩하다. 노동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도 매우 많아서, 더 일해야 더 번다는 말은 '옳지.' 않다 돈을 갖고 싶으면 내 시간을 써야 한다는 건 맞다. (사람들은 최대한 시간을 덜 쓰고 더 벌기를 꿈꾼다. 시작부터 허황한 꿈이지만, 우리에게 만연해 있다. 복권이 그렇지 않은가? 각종 금융상품 투자도 그렇지 않은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내 시간을 써야 한다. 다른 시간은 그 중요한 시간을 위해 이바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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