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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아빠로살아가기

육아휴직 과제 : 딸의 머리를 묶어라



2019-03-28
딸 등원 완료. 머리 묶어 주는 게 제일 난코스다. 머리를 묶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데, 딸이 원하는대로 해줘야 된다는 게 또한 난관이다. 처음에는 자신없어 하는 나를 보고 딸은 머리를 맡기려 하지 않았다. 유치원 가서 선생님에게 묶어달라고 하라고 한 적도 있다.




딸은 양갈래로 묶는 걸 ‘토끼머리’라고 하는데, 이제 어디쯤에서 묶느냐 따라 토끼 같기도 하고, 축쳐진 강아지 귀같기도 하다. 여자분들이야 어려울 게 없겠지만 나는 모두 체험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다. 아내는 아주 쉬운 데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땋는 머리를 보여준 적이 있다. 땋는 법이야 알지. 하지만 머리 손질은 디테일에 있는 거 아닌가? 머리가 덩어리를 이뤄 정갈해야 하는데, 제대로 묶지 않으면 잘린 나일론 로프처럼 중심을 벗어난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닌데도 딸은 금새 “이상해!”한다. ‘딸, 니가 묶으렴.’


요즘 묶는 스타일은 토끼머리로 일단 양갈래 머리를 묶고 나서 남은 뒷 머리와 한 덩이로 또 묶는 것.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딸, 그렇게 한 덩이로 묶을거면, 그냥 한번에 한덩이로 묶으면 안될까?’ 그래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어제는 잘 성공. 오늘도 그 머리로 해달란다. 내게 생긴 단골손님. 내게 편히 머리를 맡기는 내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