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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까짓 것

하고 싶으면 해야지. 딸은 한 세 달, 아들도 그보다 긴 시간 염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여러가지 이유로 반대한 것 같다. 너무 눈에 띄는 외모는 좋지 않다. 염색약이 눈 건강에 안 좋다. 염색하면, 머릿결이 상한다. 등등. 내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나에게 와서 자꾸 부탁을 한다. 그래 가자. 일단 내가 그렇게 허락하고 나자, 아내도 더 이상 반발(?)하지는 않았다. 해볼 수 있다면, 해보는 게 좋다. 염색 따위야 한번 하고 나면, ‘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적어진다. 금지된 것의 마력. 딸은 빠마를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더니, 한번 하고 나지 그 다음에는 별 다른 말이 없다. 아들은 전체적으로 탈색, 딸은 귀밑으로 안쪽을 탈색. 이왕 하는 거, 누가봐도 달라졌다는 느낌이 ..

엄마의 대나무숲

엄마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아빠는 몸이 나아지고 있지만, 마음은 약해졌고, 많이 무기력해졌다. 가장 가까이서 아빠를 지켜보고, 아빠를 챙겨야 하는 엄마는 그러니 힘든 일이 많고 갑갑한 때가 늘었다. 추석 연휴 엄마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갑한 심정을 털어놓는 문자를 쓰다가 보내지는 않고 지워버렸단다. 엄마, 나한테 막 보내라. 라고 말했지만, 엄마의 블편함, 갑갑함을 문자로 받고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자신은 없다. 하지만 엄마가 누구에게도 말 할 데 없는 상황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빠는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고, 다가오는 주말에 병원 갈 때는 나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아픈 마음은 보일 데가 없고, 그러니 아픈 사람 말고는 그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빠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지면 ..

‘만화 그리는 법’을 읽고 만화 그려 버리기

추석 연휴 ‘거의’ 마지막 말이다. 내일도 쉬는 날이지만, 그 다음 날에는 출근을 해야 하니, 내일은 아마 아껴 쉬려다가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이제 가을이지 싶어서 산책을 해야 게다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더워서 실패한 날이다. 아천 북카페에서 쉬기라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제대로 실패한 산책이 되었을 것 같다. 진양호 주변 둘레길은 바람막이는 꼭 챙겨 입어야 하는 기온 정도가 되었을 때 다시 시도해야 겠다. 아무튼 아천북카페에서 저 책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얇아서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만화 그리는 법’이라니.. 만화라고 생각하는 것을 그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저자의 조언은 ‘그림 그리기’나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묻는 사람들이 듣게 되는 ..

추석 연휴.. 아천 북카페

밖을 걷기에 좋은 날씨라 가족들과 샌드위치를 사서 진양호로 왔다. 아천 북카페 2층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윗니가 네 개나 빠진 딸에게 샌드위치는 너무 어렵고 딱딱한 숙제다. 딸은 손으로 알맹이부터 빼먹는다. 나는 딸의 빵을 찢어준다. 사람이 없고, 날이 더워서 책을 좀 읽고 가기로 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에는 좁은 공간이다. 그래도 오늘은 여기를 찾은 사람이 없어서 여유롭다. 아직도 되고 싶은 게 많은 나는 유유출판사 책을 하나 꺼냈다. 일기도 그림일기도 요즘은 좀 시들하다. “그냥 그리면 돼” 같은 자극이 필요하다. ‘그림일기 그리기’ 모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나? 영어 그림일기 그리기? 추석이 지나가고, 가을은 완연하다.

안정기라는 낯선 이름

오늘로 집안일 처리 레벨 업. 화장실 형광등 하나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전구를 갈아도 마찬가지다. 집안 일에 대해서는 늘 나보다 검색이 빠른 아내는 금방, 안정기 문제라는 것을 알아냈다. 나는 안정기라는 걸 처음 들어봤다. 분명 들어올 때는 새 아파트였는데, 이제 손봐줘야 할 곳이 많다. 소모품만 갈아주는 데도 많은 품이 들고, 대개 내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그래도 인터넷을 뒤져서 방법을 대강 알아냈다. 등을 떼어 내면서 커넥터를 부셔서 관리사무소에서 하나 얻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안정기의 전선이 너무 짧았다. 교류 전기의 힘. 접지선(녹색선)만 위치를 잘 잡으면, 다른 전선 연결은 별로 신경쓸 게 없었다. 그래도 아주 여러번 집 조명 차단기를 내리고 올리며 작업했다. 나는 으스대며, 문워크 ..

힌남노야 지나가라

태풍을 기다린다. 초강력 초강력. 지난 폭우로 놀란 탓일까, 이번 태풍을 기다리는 뉴스의 보도는 조심스럽다. 컨트롤 타워는 지켜야 할 곳을 지키고 있을까. 휴업이 가능할텐데, 경상남도는 내일 온라인 수업이다. 올해에는 사실상 첫 온라인 수업이다. 선생님들은 모두 ‘거의’ 모두 재택근무다. 재택근무의 과정은 다단하고 지난하다. 개인복무에서 기타-기타 선택하고 “재해로 인한 재택근무” 를 기입한다. 장소는 자택. 근무시간은 8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신청할 때에는 ‘재택근무 신청서’를 또 별도로 작성해서 첨부해야 한다. 사인을 해서 신청하려면, 출력 - 사인 - 스캔의 과정이 한번 더 필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일 재택근무 시작을 하기 전에 개인복무신청 - 출근관리에서 가서 ‘출근’을 눌러야 ..

가을맞이

남강자전거길에서 가을맞이. 더위를 겁내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계절이다. 코로나 확진 기간 같은 방을 쓰며, 다시금 나에게 애착이 많아진 딸은 오늘 20킬로를 같이 달렸다. 갓난쟁이만 쉬이 자라는 게 아니다. 여덟살짜리도 급히 자란다. 계절의 변화는 빠르고,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부모님의 나이듦에 대해 걱정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래서 걱정만 는다. 어른이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자기 실망으로 조금씩 채워질 수도 있겠구나. 아무튼 자전거를 타면서는 주변을 보고, 그러면서도 균형을 잡느라 걱정은 조금 내려놓는다. 힐링 팔이를 삻어하면서도 나는 힐링을 즐긴다. 흐트러지는 마음을, 균형을 잡으며 다 잡는다. 정답이 없는 삶이지만, 질문하고 포기하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 내일부터는 ..

밀리의 서재 책을 보기 위해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루팅

올해 한 일 중 잘한 것 중 하나는 ‘리비북스 페이퍼 프로’를 루팅한 것이다. 루팅 방법은 벌써 3년도 전에 나온 것 같은데, 나는 리디북스만 사용했기 때문에 루팅의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몇 달 전 공문으로 ‘밀리의 서재’가 경남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1년 무료이용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그 길로, 기관아이디를 만들고, 가입해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리디북스 셀렉트도 괜찮지만, 밀리의 서재가 더 많은 책을 제공하는 것 같다. 아이패드로 책을 보니 눈에 너무 부담이 된다. 그래서 결국 루팅했다. 오랜만에 케이블로 기기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집 파일을 풀고, 실행 파일을 실행하고.. 예전 Palm pda 가지고 놀던 때가 다시 생각났다. 아무튼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루팅 성공. 이제 밀리의 서..

일상사/Stuff 2022.08.27

결국에는 딸의 확진

글 쓸 게 없다고? 딸에게 코로나를 주마.. 같은 기분이랄까. 오늘 아침 딸이 일어나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몸을 만져보니 뜨겁고, 목덜미는 더 뜨겁다. 물을 한 잔 주고, 체온계를 갖다주니 딸은 체온을 재어본다. 38.7도. 나는 나가서 마스크를 끼고 왔다. 이건 코로나가 분명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방학의 시작은 아내의 코로나로, 딸의 방학의 끝은 딸의 코로나 확진으로. 글감을 고민하는 내게 불운이 찾아와 글감을 던진 것처럼 나는 어리둥절 했다. 며칠 전 지침을 보니, 만 11세 이하나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확진시 보호자 중 최대 2명까지 같이 격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격리를 하면? 이에 대한 복무는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여전히 우리는 아파도 쉬지 못하고, 지침에 의존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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