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엄마의 대나무숲

타츠루 2022. 9. 12. 21:12


엄마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아빠는 몸이 나아지고 있지만, 마음은 약해졌고, 많이 무기력해졌다. 가장 가까이서 아빠를 지켜보고, 아빠를 챙겨야 하는 엄마는 그러니 힘든 일이 많고 갑갑한 때가 늘었다. 추석 연휴 엄마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갑한 심정을 털어놓는 문자를 쓰다가 보내지는 않고 지워버렸단다.

엄마, 나한테 막 보내라.

라고 말했지만, 엄마의 블편함, 갑갑함을 문자로 받고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자신은 없다. 하지만 엄마가 누구에게도 말 할 데 없는 상황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빠는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고, 다가오는 주말에 병원 갈 때는 나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아픈 마음은 보일 데가 없고, 그러니 아픈 사람 말고는 그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빠가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지면 좋겠지만, 마음에 있어서는 나도 아는 게 별로 없다. 그저 하루에 한 번 전화해야 겠다.. 좀 더 틈을 내어 아빠에게 가봐야 겠다 생각하고 있다.

아빠도 걱정, 엄마도 걱정. 자식 노릇은 하고자 하면 쉬운 게 없다. 부모노릇도 그렇고.. 형제 노릇고 그렇고. 어른이 되어 가능 과정, 무릇 자신의 노릇을 찾아가는 길. 그러니 ‘어른됨’에 이르는 사람을 찾기는 상당히 어렵겠다.

자주 찾지는 않지만 가끔 보고는 했던 제주도에 사는 젊은 유튜버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바를 하고, 고양이를 보살피던 사람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그리워 하고, 나도 슬프다.

나의 평범한 하루는 전혀 평범한 것이 아니며, 당연한 것도 아니다. 이대로 계속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은 주변 모든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마음 졸이는 일. 그렇게 졸인 마음은 단단하게 익어가지 않을까. 설탕물을 졸이면 시럽이 된다. 약한 불에 살살 저어가며 졸여야 한다. 마음 졸이는 일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면 기술을 일찍 배우면 좋겠지만,  졸여가며 배워야 하니, 늦게 배운다고 나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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