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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딸이란 존재가 없을 때도 잘 살던 남자가 살았었죠

‘예전에’. 요즘 우리 딸이 자주 쓰는 말이다. 어제를 가리킬 때도, 저녁이 된 시간 아침에 일어날 일에 대해 말할 때도, 지난겨울 제주에 갔던 때를 가리킬 때도. 우리 아들은 아마도 ‘어제’라는 단어로 거의 모든 ‘예전의 시간’을 설명했던 것 같은데, 딸에게는 ‘예전에’라는 단어가 임팩트가 있었거나, 널리 쓰기 좋은 말로 들렸나 보다. 유치원에 다녀와서는 이런 말도 가능하다. “오늘 예전에 바나나 먹었어.” 우선 ‘오늘’이라는 시간은 지속되며, 공간적이고, 많은 활동과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예전에는 집에 오기 전, 유치원에 있을 때를 말하겠지. 그렇다면 더 정확하게 말하려면, 그냥 ‘오후 간식으로’라고 쓰면 되지만, ‘아까’라고 써도 된다. 딸의 저런 말을 바로 ‘예전..

식물은 모듈, 어떻게 햇볕을 향해 가니?

아이들을 보내고 커피 한 잔을 내놓고 나의 손길이 필요한 다른 녀석들을 챙겨본다. 한 10년 전부터 녹색을 보는 게 좋더니, 하나 3년 전부터는 좀 키우고 싶어 졌다. 아마도 '식물을 키우는 게 학생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라는 내용의 외국기사를 봤던 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학급 학생들에게 작은 식물 하나씩을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키워봐야 한다. 어떤 마음인지 내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집에 들이고, 서툴러서 죽게 둔 적이 많다. 그래도 지금은 집에 8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남들은 참 쉽게 키우는 것 같은 스투키도 죽인 적이 있는 데, 요즘에는 잘 살고 있다. 최근에는 엄마 집에서 산세베리아도 한 뿌리 얻어왔다. 교실에 두라며 학부모님이 선물..

사이퍼는 왜 매트릭스에서 살고 싶어했을까?

#영화평 매트릭스 어제는 매트릭스를 봤다. 영화가 나온지 20년이 되었다고 해서. 영화를 보면서 나는 '배신자' 사이퍼에게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리고 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묻는다. "꿈이 너무 현실같고, 그 꿈에서 깨지 않는다면 그 꿈은 현실일까 아닐까?" 글쎄다. 꿈 속에서만 산다면 그 꿈이 '현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매트릭스 안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은 판단할 수 없다. 우리가 매트릭스 안에서 나고 자란다면, 매트릭스가 주는 데로 인식하고 경험한다면 우리는 그 매트릭스를 넘어설 수 있을까? 우리는 당장 우리가 가진 '한국어'라는 언어를 넘어서 인식할 수 있나? 통역기를 사용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어'라..

구글번역팁 : 아직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구글번역

구글 번역 간단한 번역은 구글이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영어 사이는 '사람'이 연결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떠오르는 게 대표적으로 '수동태'의 사용인데, 우리말로는 '주어(주제)+동사'로 써도 될 것이 영어에서는 '--- 수동태 by 주제'로 써야 더 좋은 것이 있다. 그리고, 관용적 표현은 우리가 너무 피와 살처럼 가깝게 사용하고 있다 보니 이에 대해 인식을 못할 뿐 모두 기계번역에서 오류를 가져오기 쉽다. 게다가 한글과 영어는 단어 수준에서부터 1:1 대응하지 않는다. '눈뜨고 코베이는' 격..이라는 것을 '코'를 살려 번역하겠나. 먼저 영어 번역에 앞서 한글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글-영어 번역의 결과물을 다시 '영어-한글'번역으로 돌려보는 것. 물론 상황이 된다면,..

육아휴직 과제 : 딸의 머리를 묶어라

2019-03-28 딸 등원 완료. 머리 묶어 주는 게 제일 난코스다. 머리를 묶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데, 딸이 원하는대로 해줘야 된다는 게 또한 난관이다. 처음에는 자신없어 하는 나를 보고 딸은 머리를 맡기려 하지 않았다. 유치원 가서 선생님에게 묶어달라고 하라고 한 적도 있다. ​ 딸은 양갈래로 묶는 걸 ‘토끼머리’라고 하는데, 이제 어디쯤에서 묶느냐 따라 토끼 같기도 하고, 축쳐진 강아지 귀같기도 하다. 여자분들이야 어려울 게 없겠지만 나는 모두 체험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다. 아내는 아주 쉬운 데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땋는 머리를 보여준 적이 있다. 땋는 법이야 알지. 하지만 머리 손질은 디테일에 있는 거 아닌가? 머리가 덩어리를 이뤄 정갈해야 하는데, 제대로 묶지 않으면 잘린 나일..

우리는 어디에서 공동체를 찾아야 할까요?

​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을 읽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지만, 책을 잡기 전까지는 별별 딴 짓을 다 한다. 내가 봤던 뉴스들을 생각한다. 세월호, 쌍용차사건 등등. 사태에 대한 세밀한 기사까지 보지 못했다. 더 알게 되면 더 괴로워질 것 같아서, 더 괴로워 지기 싫어서 일까. 그런 와중에도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사건 당사자가 가족이 자살하거나 갑작스러운 암으로 죽었다는 기사. 사람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을 겪는 동안, 정말 죽을 것 같지만 어떻게든 몸은 살아내는 것 같다. 발달한 의학은 증상이 나타나는 곳을 찾아내어 그 고통은 어떻게든 줄어들 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의 큰 슬픔과 큰 고통은 분명 사람의 일부를 병들게 한다. 너무 큰 슬픔이..

책임지는 게 영웅: 캡틴마블 혼영기

캡틴마블 시청기 혼영 히어로물은 왜 나오는가? 여성전사, 꿈, 딸 마블의 시리즈가 나는 익숙하지 않다. 내가 기억하는 영웅물의 주인공은 용소야, 혹은 용호야, 플래시맨, 천재소년 두기(영우이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그 당시 분명 나에겐 영웅의 이미지였다.), 앤디인가 에디. 혼자 다니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만화방 만큼은 혼자 갔다. 용돈을 모아 만화방에 가서 대여섯권을 빌려놓고, 컵라면을 두고, 집에서라면 한 젓가락에 먹을 수 있을만큼 담겨 나오는 김치와 먹는 그 맛. 만화책을 읽으며 주변의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 공간에서 묘한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그리고 그러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국민학교 때 갖가지 영웅들(철인28호를 조종하던 그 박스를 얼..

20190305 화요일, 딸의 등원

20190305 화요일 딸과 등원길 대화 딸 : 아빠는 왜 먼지마스크 안 해? 나 : 응, 할거야. -엘리베이터 나 : 아, 오늘 오빠 물통을 안 챙겨줬네. 딸 : 어, 엄마가 없어서? 나 : 아빠가 깜빡했다. 그래도 학교에 물 마시는 곳이 있으니 오빠가 알아서 하겠지. 딸 : 왜? 나 : 오빠 학교에도 물마시는 곳이 있데. 딸 : 왜? 나 : 응 , 목이 마르면, '목말라, 목말라, 목말라.'이런 생각만 계속 들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 물을 마실 곳을 만들어줘야지. 딸 : 응. 나 : 유치원에도 물 마시는 거 있는 데 봤어? 어제 있던데. 우리딸 그런 물 마시는 거 좋아하잖아. 딸 : 응. 나 : 오늘 유치원에 가면 선생님이, 물 마시는 방법, 화장실 가는 방법 가르쳐 주실거야? 딸 :..

짧아도 에세이는 에세이, 가장 가까운 사람을 관찰하고 기록한 이야기

#서평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번 해봤는데요. 글/그림 오사장. 주식회사김경희 출판사 진주에 새로 생긴 독립출판서점(이라고 해봐야 이 서점이 독립출판물 서점으로는 처음이다. 응원하는 마음)에 갔었다. 넓지 않아서 금방 돌아볼 수 있었지만, 그냥 나와서는 안되니 책 두 권을 샀다. 이미 제목을 본 적이 있는 이 책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번 해봤는데요’ 가 그 한 권. 몇 페이지를 꺼내어 읽어봤는 데, 글이 살아 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듣는 것처럼 귀에 꽂힌다. 그리고 남편이 바라본 아내의 이야기 아닌가? 다른 부부는 어떻게 살아가나 궁금증도 생겼다. 부부상담가도 아니고, 심리상담가도 아니고 그냥 남자가 쓴 책이니 부담도 없다. 이 책은 결혼을 하고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신혼일기 라는 태그를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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