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학생 시절 쓴 편지라는 것도 결국 그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줘서 고맙다는 정도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을 하는 순간은 그저 쓰기 싫거나 귀찮거나, 써야 할 대상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보지 못해서가 아닌가. 엄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면서도 나는 엄마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나마 쓰던 ‘그저 그런’ 편지를 쓰는 일도 없었다. 주중에 모자란 잠을 주말에 몰아 자는 것처럼, 그간 엄마에게 못했던 말을 한 번에 모아서 할 수 있을까? 편지는 언제든 보낼 수 있지만, 엄마가 영원히 내 편지를 기다릴 수 없다. 탁탁 탁탁. 탁탁 탁탁. 엄마가 도마를 칼로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소리가 들리는가 싶으면 곧 냄새도 났다. 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