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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잘 살았어

어버이날에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학생 시절 쓴 편지라는 것도 결국 그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줘서 고맙다는 정도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을 하는 순간은 그저 쓰기 싫거나 귀찮거나, 써야 할 대상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보지 못해서가 아닌가. 엄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면서도 나는 엄마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나마 쓰던 ‘그저 그런’ 편지를 쓰는 일도 없었다. 주중에 모자란 잠을 주말에 몰아 자는 것처럼, 그간 엄마에게 못했던 말을 한 번에 모아서 할 수 있을까? 편지는 언제든 보낼 수 있지만, 엄마가 영원히 내 편지를 기다릴 수 없다. 탁탁 탁탁. 탁탁 탁탁. 엄마가 도마를 칼로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소리가 들리는가 싶으면 곧 냄새도 났다. 기름..

브롬톤 캐리어블록을 위한 악세사리 만들기

브롬톤에는 캐리어블록이 있습니다. 프레임에 붙어 있어서 조향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좋습니다. 어셈블리 클립이 있는 가방(전용 가방들은 모두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합니다만)은 쉽게 탈부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좀 불편한 점은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가방을 빼려고 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 손을 넣어야 한다는 점, 그게 약간 불편하죠. 조금은 불편했지만, 그냥 사용했습니다. 불편을 개선하려면 품이 들거나 돈이 듭니다. 둘 다 쓰기 싫으니 참습니다. 그러다가 이 제품을 보게 됩니다. 한강 레버스트랩입니다. '한강' 시리즈는 Practico Arte 라는 브랜드에서 만드는 브롬톤용 가방 및 액세서리입니다. 이게 25,000원.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지 큰돈도 아니지요. 하지만, 약간의 불편에 25,00..

일상사/자전거 2019.05.08

브롬톤 타이어, 찢어진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잘 보고, 맛있는 커피도 한 잔하고 유유히 집으로 브롬톤을 타고 오는 데, 거의 다 와갈 때쯤 '빡!'하는 소리가 뒷바퀴에서 들려왔다. 뒷타이어가 저렇게 찢어졌다. 중고로 구입하고 한번도 타이어를 바꾸지 않았으니 꽤 타기는 했다. 밖으로 가지고 다닌 게 그래도 한 3년은 되니까 그간 타이어의 수명이 다한 게 분명하다. 그래도 잘 견뎌줬는데. 그나마 앞타이어가 아니어서 다행이었고, 집에 거의 다 와서 다행이었다. 때마침 슈발베 원 타이어를 주문해뒀다. 브롬톤 타이어는 사실 거기서 거기고, 나는 승차감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선 튼튼하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 출시된 슈발베 원은 옆에 타이어 옆에 노란 라인이 들어간 것이 내 자전거에 '포인트'를 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가장 ..

일상사/자전거 2019.05.03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와 엄기호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두 책을 같이 읽고 있다. 정혜신 선생님에 대해서는 특히 세월호 이후에 주목하게 되었고 최근 나온 ‘당신이 옳다’는 평이 좋다. 페이스북에서 친근한 분 세 분만 좋다고 하면 일단 ‘사야 할 책’ 목록에 넣어두었으니 이 책도 한참 전에 목록에는 들어가 있었다. 주말에 사두고도 아직 손을 대지 않았었는데, 어제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러 가면서 충분히 책을 읽을 시간이 있었다. 엄기호 선생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도 여러 번 제목을 보았으나 최근 김성우 선생님이 ‘곁’을 언급하시면서 추천하시길래 읽게 되었다. 아직 중반도 읽어나가지 않았지만 ‘고통받는 사람들’이라는 대상에 대한 결이 다른 접근이라 두 책이 어떤 점에서 나에게 생각을 던져줄 지 ..

나의 하루를 관장하는 신이여

9시 31분. 집이 엉망인 채로 커피를 간신히 내려서 식탁에 앉았다. 내 집중력은 딱 휴대폰 화면 크기만 하고 내 필력은 딱 접이식 키보드만 한 것 같다. 노트북을 꺼내면 또 ‘시간 죽이기’ 모드에 돌입하고 딱 이 모드가 좋다. 딸 등원길에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멘토스를 하나 샀다. 700원. 그 옆을 보니 멘토스 초코도 있다. 그렇다. 초코는 무조건 팔리니까. 하지만, 멘토스는 초코를 내놓으면 그 정체성을 잃게 되는 거 아닌가? 된다고 모든 걸 팔면, 뭐든 파는 가게가 된다. 아, 그것도 나쁠 건 없겠다 싶다. 딸은 그렇게 산 멘토스를 처음에는 그냥 집에 갖다 두라고 했다. ‘먹을 게 아니면 왜 샀어? 그냥 하나 먹고 가. 나머지는 집에 둘께.’ 하고는 입에 하나를 넣어줬다. 멘토스 한..

빨간머리 앤은 괴로워

수영을 마치고 오면 점심을 먹으면서 넷플릭스의 영상을 본다. 퍼니셔를 끝냈고, 겁쟁이 페달을 끝냈다. 지나친 액션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그림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맞다면 힘들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늘은 빨간 머리 앤을 틀었다. 시즌 1의 에피소드 1까지는 봤었다. 하지만 앤이 학교에 등교하면서부터 보기를 그만뒀다. 앤이 부딪히게 될 문제들이 학교에서 일어날 일이라서, 아니면 앤이 너무나 착한 소녀라서, 모든 일에 너무나 열심히인 사람이라서,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빨간머리 앤은 보고 있기가 어렵다. 너무 쉽게 빨간머리 앤에게 감정 이입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시를 읽으며 독백을 하고, 세상을 노래하는 아이. 그 아이가 사회로부터 받는 비난과 멸시는 너무나 부당하다. 그..

몇번이고 볼 수 있는 영화: Sleepless in Seatle

수영을 다녀와서 며칠간 나누어 보던 Sleepless in Seatle을 다 봤다. '다시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한 페이스북 친구분의 글을 보고,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여화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영화를 틀게 되었다. 단 세 번의 마주침으로 사랑에 빠지며 사랑을 확신하는 영화. 단단한 눈매를 가진 톰 행크스와 마실 나온 듯한 편안함으로 웃는 맥 라이언을 볼 수 있는 영화. 엄마를 찾으며 깨어나는 아들에게 달려가 달래는 장면을 보며, Love Affair 장면일부를 설명하는 모습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Love Affair를 떠올리며 눈물이 좀 났다. 영화를 끊어보면서(요즘에는 이게 흔한 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에 잠깐, 책을 읽다가 잠깐,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세요

글쓰는 수요일이라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세번째. 블로그 글을 쓰든, 페이스북에 짧은 단상을 올리든 글은 혼자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글요일 이벤트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책읽기는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쓰기는 같이 모이면 더 좋다고 썼다. 오늘 모여 글을 쓰고 다른 분의 글을 들으면서, 초보 독서가가 여러가지 책을 읽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은 것만큼이나, 초보글쓰기꾼은 같이 모여 쓰고 다른 사람의 글을 듣는 게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한때,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박물학자 혹은 폴리메스 혹은 전인이 되기를 꿈꾼다.(라고 말하지만, 정말 꿈에 가깝지 않은가) 오늘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어쩌면 가능..

내 생일에 피는 식물

09:35 아이들을 보내고 자리에 앉으면 늘 이 시간이다. 오늘은 커피를 만들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조금 있으면 수영을 하러 가야 하고 그러니 조금 시간에 쫓기는 마음이 된다. (요즘에 '~한 마음이 된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 시간은 아침 기록을 한다. 아이들을 보내면서 있었던 일도 기록하고 하루 중에 무엇을 해야 하나 기록도 한다. 저기 저 사진이 내가 가진 정원의 전부다. 여기에 나오지 않은 녀석은 상추다. 수영을 마치고 오는 길에 보니 모종을 파는 곳이 있어서 가봤더니 여러가지 채소들도 있었다. '제일 키우기 쉬운 게 무냐?' 여쭈니 상추는 물만 주면 된다고 해서 데리고 왔다. 분무기로만 물을 줬는데, 픽픽 힘이 없어서 다 마신 2리터짜리 플라스틱 우유통을 잘라서 물에 완전히 잠기게 해 뒀다..

약한 연결의 강한 매력

몇 해 전이었던가 약한 연결에 대한 기사도 글도 책도 나왔었다. ‘끈끈한 우정’ 따위는 아니더라도 약한 연결이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약한 연결이라고 공짜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글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도 로자 파크스가 애초에 흑인 인권운동과 관련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약한 연결에도 품이 든다. 페이스북은 약한 연결의 전형적인 장이다. 지금은 페이스북도 노쇠하고, 다양한 페이스북의 헛발질을 보면서 언제 이곳을 떠나게 될까 생각도 하지만, 여전히 가장 넓은 마당이다. 여러 장소에 얼굴을 내밀면서 나도 페이스북 덕을 좀 봤다. 쉽게 연결되지 못할 사람들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글쎄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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