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몇번이고 볼 수 있는 영화: Sleepless in Seatle

타츠루 2019. 4. 18. 15:55

수영을 다녀와서 며칠간 나누어 보던 Sleepless in Seatle을 다 봤다. '다시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한 페이스북 친구분의 글을 보고,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여화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영화를 틀게 되었다. 단 세 번의 마주침으로 사랑에 빠지며 사랑을 확신하는 영화. 단단한 눈매를 가진 톰 행크스와 마실 나온 듯한 편안함으로 웃는 맥 라이언을 볼 수 있는 영화. 

 

엄마를 찾으며 깨어나는 아들에게 달려가 달래는 장면을 보며, Love Affair 장면일부를 설명하는 모습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Love Affair를 떠올리며 눈물이 좀 났다. 

 

영화를 끊어보면서(요즘에는 이게 흔한 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에 잠깐, 책을 읽다가 잠깐,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닥칠 일들을 알고 있어서는 한번에 주욱 이어서 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최근의 맥 라이언의 모습은 어떤지 찾아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Annie Reed에 나도 같이 사랑에 빠지는 듯했다. 영문학 수업에 교수님은 '한 여름밤의 꿈'을 다루면서 '인간이 사랑에 빠진다는 그 환상'이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극의 주요한 축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 '운명적인' 사랑을 믿었던 것 같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연애에 있어서는 나만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 운명적인 사랑을 '첫눈에 반하는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필연 같은 우연이 겹쳐 서로 멀어지려야 멀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었던 것 같다. 사랑을 해보지 않고서는 대개 '사랑의 시작'에 대해만 열중한 것 같다. '사랑'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고 지속해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영화로, 배우들은 지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그런 것처럼, 그 영화를 찍을 당시의 자신의 기분을 되새겨 보는 걸까? 살아 움직이며 말하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어쩌면 마주하기 힘든 모습일 수도 있고,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해온 과정 혹은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영광의 순간이라면 그 달달한 열매만은 다시 맛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긴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러니 잡아놓고 생각해 봐야 덧없다. 

 

아들에게는 뉴욕에 꼭 가자고 했다. 보스턴이 더 가보고 싶지만, 뉴욕과 맨하튼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 홀로 집에 뉴욕 편을 보여줬고, 수많은 영화에 센트럴 파크가 나오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했다. 학생들을 인솔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간 적이 있는데, 학생들 챙기느라 제대로 감흥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Love Affair를, Sleepless in Seatle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그전에 Sleepless in Seatle을 다시 보고 가야지. 

 

덧. 아이에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여주고 싶다면, '구름공항' 책을 보여줘도 좋다. 

반응형

'일상사 > 외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간머리 앤은 괴로워  (0) 2019.04.23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세요  (0) 2019.04.17
내 생일에 피는 식물  (0) 2019.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