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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우리 아들 찾기

우리 아들 찾기.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혼자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때마침, 초등학교 점심시간이다.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이 많아서, 혹여 우리 아들도 있나 좀 살펴봤다. 운동장을 스캔하는데, 있다 우리 아들이. 공을 쫓으며 발을 놀리며 운동장에 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크게 부를까, 우리 아들이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생각만 하면서 그대로 서 있었다. 아들이 친구와 어울리며 들리지는 않지만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자랑스럽기도 하고, 의젓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멀어져 버린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부터 늘 부모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아이를 자신의 일부처럼 키우되, 전혀 모르는 남처럼 놓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커가는 아들을 보면 내 마음..

돌아올 곳이 없는 여행자

주의 아래 글은 영화 Ad Astra 의 '줄거리'를 포함한 주제에 대한 정보와 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10:10 시작하는 영화 Ad Astra 를 보고 왔다. 상상순이랑. @엠비씨네 . 영화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저 SF가 좋기 때문에, 볼 수 있다면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까. 일에만 몰두하는, 모든 과업 수행능력에서 뛰어난 한 우주인이 있다. 그의 아버지 또한 우주인으로는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목성과 해왕성에 처음으로 가본 최초의 지구인이며 새로운 지적 생명체를 찾는 작업 '리마프로젝트'를 만들고 실행했다. 로이 맥브라이드(브래트 피트 역)는 갑작스러운 '써지'(우주에서 밀려오는..

카테고리 없음 2019.09.21

모교로 가서 가을 즐기기

갑자기 대학교가 보고 싶어서... 딸은 운동화를 안 신는 버릇을 해서, 주말에 외출할 때 운동화를 차에 가지고 갔는데, 그렇게 운동화는 엄마와 함께 엄마 일터로 가버렸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전통놀이를 한다며 운동화를 신고 오라는데, 신을 수 있는 운동화가 하나 있는데, 딸은 이상하다며 신기를 거부. 그렇게 30분을 울다 짜증 내다가 결국 유치원으로 갔다. 갔다기보다는 데리고 갔다. 입구에서는 안아주기는 했지만, 나도 딸도 기분은 별로다. 신발만 있었던 게 아니다. 오늘 일정을 확인하고 어제 입었던 옷을 세탁해뒀어야 하는데, 어제 딸 새 구두를 살까 해서 나가느라 미처 빨래를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빨래를 돌린 덕분에 세탁기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말려야 한다. 다리미를 꺼내서 다리기 시작한다. 뒤집어서 ..

저는 캠핑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캠핑을 갈 예정이었다. 산청에 있는 캠핑장으로. 1박 4만 원으로 캠핑장 중에서는 꽤 비싼 편이다. 평이 좋아서 예약을 했다. 아들과 같은 태권도 도장에 다니는 가족과 친하게 되어 아빠 아들끼리 4명이 가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두 가족이 같이 머물 수 있도록 사이트 두 개를 신청. 하지만 태풍 링링 상륙으로 주말 강풍이 예상된다. 일단 바로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캠핑장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어제 문자가 왔다. 태풍 때문에 캠핑장을 폐쇄할 테니, 환불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면 다시 예약을 해주겠다고. 다른 가족과 9월 중에 시간을 맞춰 보려고 했지만, 추석이 낀 데다 주말에 계획이 있어서 9월 중에는 캠핑이 불가능하다. 캠핑을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되었지만 이제까지 10번도 다녀오지 못 했다..

장화, 내게는 없던

아침부터 호우주의보, 경보를 알리는 '긴급재난 메시지'가 두 건이나 왔다. 그래도 비가 쏟아붓듯 내리는 것도 아니고, 새벽에 가득하던 천둥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밤인 듯 흐린 하늘 덕분에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어려웠다. 아들과 딸은 내 침대로 뛰어들어 내 옆을 괴롭힌다. 결국 일어나서 날씨를 확인하려 뉴스를 본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오레오즈를 그릇에 담고 셋이서 같이 티브이를 본다. 성폭행, 감금 폭행, 차량 털이.. 역시 범죄만이 New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아침부터 약간 주변이 무서워졌다. 오늘은 바람도 부니 딸아이한테는 비옷을 입혀야지. 반바지에 반팔티, 비옷까지 입힌다. 다른 건 다 빠른데, 기저기 떼는 게 늦은 딸은 어제도 기저귀가 넘치도록 오줌을 쌌고 덕분에 옷을 ..

유치원, 주말 동안의 일 발표하기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월요일에는 주말 동안 있었던 일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든 아이들에게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자주 딸과 일요일 저녁에 월요일 발표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 해보곤 했다. 일기를 쓸 수는 없지만, 주말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된다. 발표의 형식은 정해져 있어서 창의적인 이야기를 나눈다기 보다는 '연습' 그 자체에 있다. 발표의 형식은 다음과 같다. "저는 ----반 ----입니다. 주말 동안에 -----와 -----했어요/갔어요." 여기에 어디에 가서 무얼하고 무얼 먹었는지는 덧붙이면 되는 모양이다. 운율을 넣어서 딸과 이야기를 반복해 본다. 주말 동안에 '롯데워터파크'에 가서 유수풀에서 놀고, 미끄럼틀도 타고, 츄러스도 먹었다. 점심으로는 제육덮..

하이킹에 쓰려고 주문한 윈드셔츠, 파타고니아 후디니 스냅티 풀오버

어떤 물건을 반드시 사야 하는 이유 따위는 없다. 그저 사고 싶어서 그런 것.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를 덧붙여서 주변의 사람들까지 설득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은 '나'만 설득해서 결제하면 된다. 어제 파타고니아 후디니 스냅티 풀오버를 결제했다. 이름이 참 길고 복잡하다. 파타고니아 : 브랜드 이름 후디니 : 바람막이류에 붙인 파타고니아의 제품 이름 스냅티 : 똑딱이 단추로 여미는 스타일 풀오버 : 뒤집어쓰는 옷 바람막이인데, 재킷이 아니라 뒤집어쓰는 것을 산 것. 이 제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눈에 띄지도 않았고, 아주 대중적인 제품도 아니다. (파타고니아의 대중적인 제품이라면 역시 여름철 p6티셔츠, 배기스 팬츠, 레트로 재킷이나 베스트 정도. 그런데, 며칠 전 이 책을 읽다가 검색해 보게 되면서 후..

일상사/Stuff 2019.08.27

유튜버의 삶은 어떨까

서평 김겨울 지음. 유유 책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만든 적이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영상도, 책의 머리말만 읽어주는 영상도, 독서동아리를 할 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선정해서 소개한 적도 있다. 1일 1 영상을 목표로 되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영상을 찍어서 올린 적도 있고, 아들과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가 않다. 구독자도 생기고 수입도 생기려면 1년 정도는 ‘존버’ 해야 한다는데, 그렇게 견뎌내지는 못했다. 애초에 나는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려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게 벌써 10년도 전이다.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이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수업 내용을 방송으로 만들고 학생들이 미리 보고 오도록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방..

'아빠만의 육아'라니요?

딸은 어제 머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제처럼 묶어달라고 한다. 머리를 묶을 시간을 얻으려면 밥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서둘러야 하는데, 딸은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고개를 약간 들고 가만히 있어 봐."라며 30번은 말한 것 같다. 말하면서도 '그래, 가만히 있는 게 쉬운 턱이 없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이 초보 미용사는 머리를 묶기가 너무 힘들다. 괜히 어제 열심히 묶었나 어제의 나를 마음속으로 혼내고 있는데, 머리 고무줄은 자꾸 터진다. 유치원에서 하고 온 것들을 모아둔 통에서 꺼내어 묶다 보니 이미 꼬일 만큼 꼬여서 내 손에서는 터지기만 한다. 고무줄이 끊어지는 만큼 내 의지도 끊어....... 간신히 머리를 다 묶고 달래어 유치원으로. 중앙 통로에서 딸은 푹신하고 하얀 눈..

책에 대한 내 가장 오래된 기억

집에는 책이 충분하지 않았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도서관에도 책이 많지 않았다. 책을 읽기에 아주 편안한 책상도 의자도 부족했다. 집에는 책이 가끔 들어왔다. 부모님은 분명 고심해서 ‘전래동화 시리즈’, ‘위인전’, ‘효녀 효자 이야기 시리즈’를 구하셨을 것이다. 내가 대단한 인물이 되지는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부모님은 왜 우리에게 책을 사주셨을까. 없는 살림에 책을 사면서, ‘이거 밖에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 시진 않았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당신의 아이들은 몸이 덜 괴로운 일을 하며 살기를 바라시고, 그러려면 남들보다는 아니어도 남들만큼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셨을 것 같아 짠하다. 부모님의 책 읽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집에 있는 책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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