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아래 글은 영화 Ad Astra 의 '줄거리'를 포함한 주제에 대한 정보와 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10:10 시작하는 영화 Ad Astra 를 보고 왔다. 상상순이랑. @엠비씨네 . 영화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저 SF가 좋기 때문에, 볼 수 있다면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까. 일에만 몰두하는, 모든 과업 수행능력에서 뛰어난 한 우주인이 있다. 그의 아버지 또한 우주인으로는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목성과 해왕성에 처음으로 가본 최초의 지구인이며 새로운 지적 생명체를 찾는 작업 '리마프로젝트'를 만들고 실행했다. 로이 맥브라이드(브래트 피트 역)는 갑작스러운 '써지'(우주에서 밀려오는 강력한 에너지파) 때문에 우주스테이션에서 일하다 지구로 추락한다. 간신히 살아남았고, 본부로 호출되어 가니, '아버지를 찾아서 써지를 멈출 수 있도록 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이때 30년만에 아버지가 해왕성에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여러가지 어려움 끝에 아버지를 만나는 데 성공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스펙타클'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극중에서는 '언제 어떤 이유로 죽을 지 모를 것 같은 우주라는 상황'이 적절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아무튼 아버지를 만났으나 아버지는 지적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한채로 실패자인채로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들의 손을 뿌리치고 우주로 사라진다. 로이 맥브라이드는 가까스로 지꾸까지 귀환.
애초 가장 중요한 질문은 로이에게서 나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행동한다. 가짜로 웃고.... 우주가 좋다.' 로이에게 우주 공간은 '지구에서 떠나온' 공간이 아니라, '지구를 벗어난' 공간이다. 영화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escape이 언급되는데, 이 정서는 로이와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와 공유한다. 아버지를 찾아나서기 위해 지구에서 달로, 화성으로, 해왕성으로 이동하면서 너무나 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로이. 짧은 순간이지만,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더이상 혼자 있고 싶어하는 로이. 로이는 지구로 가기를 원한다.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귀환하면서 오로지 '소중한 것'에 시간을 쏟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아내 리브테일러가 등장. 영화 속 리브 테일러 분량은 거의 없다 시피 한다. 어허.) 로이는 지구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그 소중한 것 따위에는 시간을 좀 덜 쓰고, 하고 싶은 '일'에만 몰입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주인이 되기로 마음 먹은대는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하지만, 아버지를 만났을 때, 그는 오로지 우주로 나가 지적생명체를 찾고 말겠다는 마음 밖에 없었으며, 자신은 아내도 아이(로이)에게도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고 말한다.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는 공간, 목적지가 없는 공간이 우주라면, 인간은 그곳에서 '정주'할 수 있을까. 우리는 비록 옮겨다닌다 할지라도 마음을 둘 장소가 필요하다. 그곳은 목적지가 되기도 하고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경유지만 있는 삶이란 여행자의 삶이 아니라 떠돌이의 삶이다. 떠돌이의 삶이 슬픈 이유는 몸 붙일 수 없는 장소가 없어서 비롯되는 '마음붙일 사람이 없음'이다.
로이의 아버지는 실패자가 되느니 영원한 떠돌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누구도 못 본 죽음이라도 그는 목적(지적생명체의 발견)에도 닿지 못했고 돌아갈 곳도 차지 못했다. 고로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로이는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의 결정을 통해 자신에게는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충실하게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