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외면일기

약한 연결의 강한 매력

타츠루 2019. 4. 11. 14:02



몇 해 전이었던가 약한 연결에 대한 기사도 글도 책도 나왔었다. ‘끈끈한 우정’ 따위는 아니더라도 약한 연결이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약한 연결이라고 공짜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글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도 로자 파크스가 애초에 흑인 인권운동과 관련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약한 연결에도 품이 든다.

페이스북은 약한 연결의 전형적인 장이다. 지금은 페이스북도 노쇠하고, 다양한 페이스북의 헛발질을 보면서 언제 이곳을 떠나게 될까 생각도 하지만, 여전히 가장 넓은 마당이다. 여러 장소에 얼굴을 내밀면서 나도 페이스북 덕을 좀 봤다. 쉽게 연결되지 못할 사람들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글쎄다. 작은 인연, 우연한 인연은 그것대로 소중하다.

약한 연결의 장점은 건강한 만남이라는 데 있다. 나는 오늘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로, 일부러 약속을 잡고, 뵙고 싶어서 한 분을 뵈었다. 시간과 장소가 모두 오늘은 둘이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보라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것도 없었다. 우리의 연결을 확인하는 자리이면 되었다.

요즘 읽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사람 사이의 문제가 우리를 자주 많이 마음 쓰이게 만들고, 역시 책은 ‘사는 맛’이라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을 더 속속들이 더 잘 알아야 더 좋은 관계라고 보지 않는다. 좋은 관계는 서로 노력하는 관계다. 한 번도 싸우지 않는 부부를 부러워할 게 아니라, 늘 서로 사랑할 방법을 찾는 부부를 부러워해야 한다. 언제든 불러내서 같이 술 마실 수 있는 친구가 부러운 게 아니라, 친구를 위해 뭘 해줄까 생각하는 마음이 좋은 게다. 약한 연결은 대개 좋은 만남으로 시작된다.

가능성은 대개 희망적이거나 불안하다. 잘 될 수도 있지만, 망치면 어떻게 하나? 오래 페이스북을 통해 알던 분을 만나면 대개 그 가능성은 희망적이다. 우선 ‘하, 드디어.... 반갑습니다.’라는 마음이 된다. ‘우리 너무 늦게 만났습니다. 자주 못 뵈어도 마음속으로 친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마음이다. 약한 연결에는 강한 매력이 있다. 또 이런 연결이 어디 있을까 뒤적이는 마음이 된다.

쿠키, 아이들과 잘 먹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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