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몸쓰기의 기술 전수 : 간지럼 참기

딸은 눈을 위로 뜨더니 쌍꺼풀을 만들어 엄마를 웃긴다. 나도 질세라 옆으로 가서 눈을 위로 희번덕 뜨고 쌍꺼풀을 만들어 본다. 딸의 쌍꺼풀은 상큼하고 나의 그것은 기름지다. 이제 딸은 콧방울 양 옆으로 주름을 잡는다. 이건 당최 나도 따라 할 수 없다. 나는 혀를 말아서 딸에게 보여주며 따라 해 보라고 한다. 이번에는 혀를 옆으로 세워서 보여주며 딸을 이겨먹으려고 한다. 우리는 자기의 몸과 놀고, 몸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보라, 내일 내가 아플지 아닐지 알 수가 없고, 코로나 주사를 맞고 얼마나 아플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간 자신의 몸과 친숙해 진다. 어릴 때에는 추운 건과 서늘한 것과 시원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감기에 자주 걸..

오랜만의 Now : 오늘 하루로 보는 작년과 올 해

아직 2021년도 회고도 하지 못했지만, 우선 오늘 무엇을 했느냐 살펴보면서, 올 한 해를 어떻게 준비해 나갈지 보자. 고교학점제 관련 연수 시작 중앙교육연수원에서는 연중 연수를 진행하는 게 아니었다. 새해 연수는 1월 10일부터 시작하길래, 기다렸다가 열리자마자 신청. 고교학점제는 앞으로 학교에 가장 큰 변화를 정책이다. 일단 이것과 맞물려서 대입정책도 달라질테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간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터라 올해에는 관심을 가져 보기로. 30분 걷기 자출을 하지 않으니 운동량이 너무 줄었다. 자출을 한다고 해도 운동량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마치 거북목으로 직진하려는 듯 몸상태 혹은 목 상태가 좋지 않다. 추운 날이었지만, 이것저것 껴입고 나가서..

김장김치 주는 엄마를 안아주는 게 뭐가 어렵나

올해 김장을 담글 때는 꼭 부산 집에 가려고 했다. 절인 배추를 건져내서 물을 빼는 걸 돕든, 양념 치대는 걸 돕든 엄마를 도우려고 했다. 얻어먹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코로나 방역 지침이 바뀌면서, 동거가족이 아닌 이상 4명까지만 모임이 가능했다. 누나와 동생은 내려온다고 했고, 내가 가면 4명이 넘게 된다. 그래서 사진으로만 김장김치를 보고, 엄마가 삶아 준비한 수육을 봤다. 김장을 하고도 한참이 지났고, 그 사이 아버지가 크게 다치시면서 김장김치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방에서 보는 티브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내가 와서 봐줬으면 했다. AS기사를 부러면 되겠지만, 이제 엄마도 아빠도 가족이 아닌 사람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귀에 잘 안 들어오는 모양이다. 돈을 보내고..

1월 두번째 새벽커피, coffee outside

몇 번째 새벽커피인가. 열 번은 넘은 것 같고, 서른 번은 안 되는 것 같은 그 사이 어디쯤. 어제 밤에 새벽커피 채팅방에 오늘 모임 위치와 시간(7시 30분)을 올렸다. 애초 새벽커피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내가 집을 몰래 빠져나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딱 새벽 뿐이기 때문이다. 아마 밤에 나갈 수 있었다면, 잠은 좀 접어두고라도 저녁커피 모임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6시 40분. 준비하려면 서둘러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누군가 더 온다는 사람이 없다면 다시 이불을 덮어버렸을 지도 모를 시간이다. 물을 데워서 보온병에 넣고, 내린 커피의 따뜻함을 지켜줄 머그와 텀블러를 하나씩 준비한다. 오늘 모임도 2명일 것 같다. 드립백을 2개 챙기고, 집에 있던 초코 하임 두 개만 넣는다. 영..

일상사/자전거 2022.01.08

10대가 겁내는 쥐라기 공원과 40대가 겁내는 시간

아빠, 아까 쥐라기 공원 봐서 무서워서 혼자 못 자겠어. 아들은 오랜만에 내 방으로 왔다. 그래, 옆에서 자. 아들은 동생 앞에서는 세상 무서운 게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어둡고, 총이 많이 나오고 피가 나오는 건 무서워한다. 그렇다고 그런 영화들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영화 속 이야기라 하더라도, 실제 하는 것만큼이나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아들은 자기 인형을 잔뜩 가지고 와서 내 옆자리에 누웠다. 귀여워. 아마도 오늘 잠자리는 불편하겠구먼… 딸은 어릴 때부터 만화 영화 속에서라도 무언가가 쫓아오고, 누군가가 쫓기는 장면을 무서워 했다. 쫓고 쫓기는 데 무서워하지 않는 건 톰과 제리 밖에 없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서도 무섭다고 했다. 무엇에 대해서 왜 겁을 내는 지 이유가 있을..

진주자동차검사소에서 올란도 정기 검사

작년에 산 올란도의 정기검사일이 다가왔다. 언제할까 틈만 엿보다가 오늘로 예약을 해뒀었다. 2시 20분 예약이었는데, 2시에 맞춰갔고, 별 다른 어려움없이 검사를 마쳤다. 예약시간에 정확하게 맞춰갈 필요는 없구나. 정기검사 예약을 하는 란에 ‘그 외 궁금한 점’을 남기는 곳도 있길래, “DPF 클리닝은 어떻게 언제 해야 합니까?” 라고 남겼다. 검사가 끝나고 ‘판정소’로 갔더니,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고, 다음 검사는 2년 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DPF에 대해서는 차량을 만든 회사에 문의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대부분 클리닝 같은 거 안 하고 타시던데요.라고 덧붙이시더라. 흠. 일단 DPF 클리닝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타는 것으로.

중요한 기미

오른쪽 목 뒤에 불편함이 계속 있었는데 버스종점처럼 나는 하루를 보내다 몇 번이고 목 뒤의 불편함으로 돌아온다. 일을 하다 보면 기억을 못하다가 혹은 인식을 못한다. 약간 마음을 놓거나 여유가 생기면, 목이 아직도 불편하군 생각한다. 이건 명상과 같지 않나. 명상에서의 가장 기본은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하다가 생각이 호흡에서 멀어지면, 다시 호흡으로 자기의 마음을 돌리라고 한다. 다시 돌아올 대상이 되다는 점에서 호흡이나 통증이나 기준이 되는 순간 중요해진다. 통증이 있으니까 그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손끝을 다치기 전까지는 그 손끝이 하는 역할을 모르고 있는 나. 통증은 마치 숨바꼭질에 뛰어난 깍두기. 잘 숨어 있다가 잊을 만하면 짜잔 나타나서 가려던 사람들을 붙잡는..

진주 새벽커피 모임 - 자전거 타고 새벽커피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건 참 싱거운 일이다. 시간의 경계란 인간이 만든 것인데, 거기에 두는 의미가 내가 체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 해를 보내는 행사를 거하게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함으로써 새해에 대한 기대는 고조된다. 해맞이를 갔던 것은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가 아니었던가. 친구들과 몰려가서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해를 기다리던 우리는 서로를 바다에 밀어넣었다. (고등햑생은 그래도 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하기 좋은 일은 무엇일까. 떡국을 먹어야 했지만, 그건 내일로 미뤘다. 우리집 떡국 당번은 아내인데, 어제 코로나 백신 3차를 맞고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어묵과 무를 끓인 육수에 중면을 넣은 국수를 끓였다..

일상사/자전거 2022.01.01

방학맞이 집밥과 육아

요즘 나의 크게 힘쓰고 있는 게 저녁 식사 준비다. 딸과 아들은 나를 닮아서(?) 당췌 열심히 먹지 않는다. 집에 반찬은 없고, 반찬 가게에서 사올 수 있는 레파토리는 정해져 있어서 아이들도 이제 손을 잘 대지 않는다. 방학을 맞이해서 나는 저녁 만큼은 새로운 반찬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살림을 하게 되면 우선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 지 다 파악해야 한다. 나는 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다. 며칠 냉장고에 신경을 쓰다 보니 냉장고에 있는 채소며 식재료들은 파악이 다 되었다. 메뉴를 구성할 때는, 오늘은 애호박 반 개로 된장끓이고, 내일은 그 애호박으로 전을 부치는 식으로 연계가 되어야 한다. ..

실탄 11발과 경찰의 총에 맞은 소녀

오늘 아침 본 뉴스. 공권력에 대한 위협, 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순한 대응… 이런 것들이 기사로 나더니, 오늘에는 그런 우려(?)를 씻어줄 기사가 나왔다. 실탄 11발이라니. 실탄 발사까지 가기 전에 여러가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구두로 경고를 하고 테이저 건을 사용하고 하는 등등. 그리고 오늘 뉴욕타임즈에서 본 기사. 칠레에서 온 14살 짜리 소녀. 경찰이 한 용의자를 쫓다가 쏜 총알에 죄없는 이 소녀가 죽었다. 경찰의 ‘재빠른’ 총기 사용에 대한사람들의 목소리가 높다. 공권력의 사용이란 엄중한 것이다. 적절한 균형이란 매우 찾기 어려운데, 그 상황이 늘 다양하기 때문이다. 결국에 어떤 한쪽의 힘이 강할수록 대응 강도도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같은 날 이 두 기사를 보니, 우리는 과연 사회의 안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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