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오이지맛은 유전되었다

내가 따라한 레시피 방학이 되어 아이들에게 밥을 목이려니 반찬거리 궁리를 하게 된다. 유튜브를 뒤지며 ‘쉽고 빠르고 맛있게’ 반찬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본다. 업그제는 오이지 만드는 법을 봤는데, 가끔이지만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그 오이지가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고 그리워 하는 반찬은 모두 엄마가 잘 해주던 것들이다. 감자간장졸임, 감자볶음, 삶은 두부, 된장찌개, 고구마줄기 무침 등등 내가 하는 음식이라는 게, 내가 기억하는 게 엄마가 해준 맛이라는 걸 생각하면, 내가 해내는 것들은 완벽하지 못한 재현일 뿐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흉내내도 그때 그맛을 재현해 낼 수가 없다. 단칸방에 오래 살아서, 나는 아침에 엄마가 도마를 탁탁 거리며 반찬 준비하는 소리에 깨고는 했다. 그 타닥타닥타닥 하는 소리는..

한국SF도 이제 기대할 수 있다

고요의 바다 감상담 넷플릭스가 사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은 바로 배두나가 아닐까. 센스8 sense8 에서 그녀는 역시나 동양의 여전사 같은 이미지로 출연했다. 그리고 잘 했다. 이번에는 SF다. 고요의 바다 예고편에 달린 댓글은 ‘드디어 한국에서도 ppl도 없이 SF 드라마가 가능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환영하고 기뻐하고. 이미 승리호로 이제 우리도 못 할 게 없다는 걸 밝혀냈고, 이제 길고 좋은 스토리만 만들어 내면 된다. 예고편 외에는 별다른 정보 없이 고요의 바다를 정주행 했다. 위쳐도, 블랙리스트도, 로스트 인 스페이스도 봐야 하는데, 우선 고요의 바다부터 봤다. 달로 떠나는 장면 달에서 배우들이 걷는 장면을 보니, 마치 실제로 달 착륙에 성공한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CG가 리얼한가의 문제가..

렌트카 가격 비교와 최저가라는 함정

코로나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내년 1월 쯤에는 국내여행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하고 올 여름에 이미 제주도 숙소를 예약하고 비행기편도 예약했다. 확진자가 속출하자 아내는 예약 취소 하자 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버텼다. 혼자서라도 데리고 가리라 다짐도 하면서. 1월 10일 시작되는 일정이라 엊그제는 렌트카도 예약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취소할까 생각 중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혹시라도 교사가 운운하는 지탄을 받게 될까봐 겁이 나서 그렇다. 겁만 주는 게 아니다. 이미 공문으로는 사적모임 제한 인원과 관계없이 교직원들에게 극도로 조심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아무튼. 렌트카를 대여하려고 일단 렌터카 가격비교 앱을 설치했다. 작년에도 ..

딸의 낙서와 일의 보람과 뭉툭한 생각

하루 종일 딸과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는 구몬 수학을 하며 시간을 좀 보내고, 간식을 꺼내 먹고, 점심에 뭘 만들어 먹을지 같이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이를 채 썰어서 꼬마김밥을 만들어 먹자고 결론을 내렸지만, 그때 시간이 11시 30분이라 만들었다가는 점심때를 놓치기 딱 좋아서 갑자기 채칼만 주문해 놓고 로컬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사고, 백설 소갈비양념을 사고, 수프를 사고, 애들 과자를 샀다. 동네 꼬마김밥집에 들러서 참치 꼬마김밥이랑 그냥 꼬마김밥을 사왔다. 꼬마김밥 5줄이 1인분이라는데, 아들과 딸은 각자 3줄, 2줄씩을 먹고 배부르다며 상을 물렸다. 남는 음식은 다 내 몫이다. 오후에 심심하다는 딸을 데리고 침대에 누웠다. 아이패드를 꺼내서 같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초전동 아침 산책길에 보게 된 오리들

영하 8도. 묵직한 음식물쓰레기통, 가득찬 플라스틱 재활용쓰레기. 버리지 않을 수 없어서 옷을 잔뜩 껴입었다. 나선 김에 영하 8도의 아침을 음미하기로 하고 털모자를 쓰고 장갑도 챙긴다. 탈탈탈 음식물 쓰레기를 털어넣는다. 2킬로가 넘는다. 생수가 담겨온 패트병은 또 분리하고 다른 플라스틱은 한 데 담고. 영하 8도는 장갑 없이는 손을 내놓고 다니면 안되는 기온이구나… 손가락이 운다. 음식물쓰레기통이랑 재활용쓰레기를 담았던 포대자루만 우리층에 살짝 내려놓고 다시 1층으로 간다. 추위야 기다려라. 누구집 자전거인가. 간밤에 너무 추워 물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하늘을 보니 달도 질렸다. 뒷짐지고 걷는데, 바람이 불어 눈이 시리다. 눈물은 속눕썹에 맺혀 얼까말까 고민한다. 바람이 옆에서 분다. 내 오른쪽에서..

조용한 우리집의 크리스마스 이브

아들이 선물받은 조명으로 트리를 대신한다. 그리고 아들과 딸이 미술학원에서 만들어온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작품도 놓아둔다. 살치살과 부채살을 사서 구웠다. 양상추, 방울토마토, 사과, 파프리카로 간단하게 샐러드를 준비하고, 오일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230도 온도에서 50분 오븐에 익힌 베이크드 포테이토를 먹었다. 낮에 딸이랑 병원 갔다가 딸은 유치원에 다시 보내고 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하나 사고, 가족들 선물도 포장했다. 아들은 새벽 한 시가 넘어서까지 잠들지 않아서 나를 힘들게 했다. 산타를 기다리려는 아들의 시도는 벌써 세 해째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도 정말 기다리길래 불을 끄고 책을 30분 넘게 읽어줘서 재웠다. 아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내가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거실에 뒀다. 산타는 아마도..

남편과 집구석

집구석 : '집안'을 잡아 이르는 말 90년대 드라마에서 '이 놈의 집구석, 아주 들어오기가 싫다 싫어.' 따위의 대사 속에 섞여 들려왔다. 집구석은 여자가 지켜야 하는 공간이거나 지켜내야 하는 공간이고, 가족들에게 오로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공격의 화살은 집구석을 지키는(실제로는 맞벌이를 하느라 홀로 지키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로 향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아빠도 저런 대사를 몇 번쯤은 날리지 않았을까. 이런 드라마에서 '집구석'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집에 들어오기 전이 바깥이라면, 그 바깥에서의 고된 정신적, 혹은 육체적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거머리처럼 따라붙은 그 피로를 다 떼어내고 집으로 올 수 없다. 집으로 들어오기 전 문을 열며 '..

목이 부은 딸과 우리동네 빵꾸똥꾸

초전동 빵꾸똥꾸 힘이 없어. 딸 옆에 누워서 힘이 없다는 딸이 손으로 밀면 나뒹구며 딸 얼굴에서 웃음을 꺼내는 데, 정말 힘이 없었던 거다. 장난쳐서 미안해 딸. 7시 20분에 아내가 열을 재보는데, 38도. 딸은 코가 막히고 목이 아프다고 한다. 어제 밤 딸이 잠들기 전 차가운 우유를 준 건 바로 나. 딸 감기에 불을 지른 죄책감을 안고 시간표를 머릿 속으로 살펴본다. 1, 2교시 수업이 없어서 아내에게 내가 딸을 병원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교감선생님에게, 옆자리 선생님에게 전화를 한다. 교감선생님은 수업 걱정을 하고, 학교에서 수업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건, 교사가 학교를 비울 때에만 잘 드러난다. 아무튼 옆자리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지각’처리를 하고 나는 딸을 살핀다. 아파도 웬만해서는 축 처지는..

QCY T13에 폼팁

나는 저렴한 상품에 익숙한 편이다. 돈을 제법(제법이라는 기준이 모호하지만)써서 어떤 물건을 사야 한다면, 저렴한 버전을 먼저 사서 써보기도 한다. 고프로를 사기 전에 짭프로를 사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름있는 액션캠은 50만원 이상이지만, 짭프로는 10만원 이하다. 그걸 쓰면서, 그 기기가 사용될 수 있는 화각, 현장이 어떠한 지 가늠해 본다. 그리고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다 싶으면 널리 알려진 제품을 구입한다. 이중지출이랄 수 있지만, 새 것을 샀다가 되팔 때 발생하는 감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올해 자전거 출퇴근을 하면서 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다. 올초에는 벅스뮤직을 이용했고, 최근에는 애플뮤직을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 타는 중에 음악을 들으니, 내 주력 이어폰은 에프터샥사의 에프터샥 에어로펙..

일상사/Stuff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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