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내년 1월 쯤에는 국내여행 정도는 괜찮겠지 생각하고 올 여름에 이미 제주도 숙소를 예약하고 비행기편도 예약했다. 확진자가 속출하자 아내는 예약 취소 하자 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버텼다. 혼자서라도 데리고 가리라 다짐도 하면서. 1월 10일 시작되는 일정이라 엊그제는 렌트카도 예약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취소할까 생각 중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혹시라도 교사가 운운하는 지탄을 받게 될까봐 겁이 나서 그렇다. 겁만 주는 게 아니다. 이미 공문으로는 사적모임 제한 인원과 관계없이 교직원들에게 극도로 조심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아무튼.
렌트카를 대여하려고 일단 렌터카 가격비교 앱을 설치했다. 작년에도 사용했던 앱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설치. 대여 기간과 시간을 넣고 차종이나 차급을 고르면 제주도에 수두룩한 렌터카 회사들이 어떤 가격을 제시하는 지 확인할 수 있다. 니로 전기차를 제주도에서 사용했던 적이 있어서 그렇게 해야지 생각하며 최저가로 일단 구경을 했다. 3일 20시간에 20만원 안에 가능하다. 카시트도 예약하는데, 카시트는 하루 몇 시간을 빌리든 1일 계산해서 5일 가격을 내야 한다.
저렴한 업체
일단 한 업체를 정하고, 그 업체 이름으로 카카오맵, 구글맵에서의 평을 살펴본다. 이건 서로 물어뜯는 전략일까? 평점평균 3점을 넘어가는 업체가 없다. 그러면서 예전에 최저가로 니로 전기차를 빌렸을 때가 생각났다. 작은 업체라 여러 렌터카 업체들이 주차장을 같이 쓰고 있었다. 셔틀 버스는 조금 오래 되어 보였고, 메이저 회사들보다 배차 간격이 긴 것 같았다. 당연히 차를 빌릴 때도 반납할 때도 친절함은 기대할 수 없었다. 차량은 더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깨끗하지도 않았다. 그때 전기차를 충전할 때는 업체에서 준 카드가 있으면 별도의 비용없이 충전할 수 있었다. (어제 검색해보니, 전기차의 경우에도 3.5만원 정도 카드를 구매하도록 업체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 5일 기준)
사람들의 평을 모두 믿을 수 없지만, 제법 구체적으로 쓴 사라들의 의견이란 대부분, 차량이 더럽다, 충전이 좀 덜되었다고 혹은 차를 받아갈때보다 주유가 좀 덜 되었다고 터무니없이 돈을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터무니 없다고 해서 아주 거액은 아니지만, 마치 뜯어내듯 가져간다는 기분을 느낀 사람들의 글이 많았다.
최저가로 나오는 업체들 여럿의 리뷰를 찾아봤다. 다들 비슷하다. 어떤 업체도 3점을 넘기지 않는다. 이 정도면 서로 평점 테러를 했거나, 이 업체들의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어제 사용한 앱에서도 업체의 평점을 공개하는 데, 모두 4점(5점 만점에)을 넘는다. 게다가 높은 평점부터 보이도록 되어 있어서 깜빡 속게 된다. (카모아의 경우, ‘평점 낮은 순으로 보기’ 기능이 있다.)
믿고 쓰는 렌트카
글쎄. 아무래도 저렴하게 혹은 적정한 돈을 주고 여행하면 좋겠지만, 여행을 시작하면서(차를 빌릴 때), 여행을 마치면서(차를 반납할 때)의 기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때 기분을 잡치면 처음부터 꼬이거나, 마지막에 열받는다. 그래서 유명한 회사로 가봤다. 보험료를 뺀다면 최저가 업체들과 별 차이가 없다. 하.. 카카오맵이나 구글맵에서의 평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유아용 카시트의 경우에도 무조건 1일 계산이 아니라, 대여 시작 시간부터 24시간을 하루로 잡기 때문에, 카시트까지 함께 빌린다면 대형렌트카 업체의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대형업체들의 경우, 공항에서 거리가 가깝고, 셔틀버스 운행도 더 빈번한 편이고, 차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과정이 아주 편안하다. 이 모두를 위해서 몇 만원 더 쓰는 건 힘든 일이 아니고, 당연한 일이다.
최저가와 평점
학교에서 금액이 큰 사업이 진행되면 공고를 하고 업체들의 입찰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이다. 교복이다 체험학습이다. 어떤 종류든 최저가를 가지고 온 업체가 계약을 따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낮은 가격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 아니겠나. 업체가 가져갈 이익을 줄이거나, 손님에게 더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두 방법 모두 취할 수 있다. 내가 받아야 하는 서비스가 ‘공산품’이라면 같은 물건을 최저가로 비교하고 구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쿠폰을 모으고, 할인이 되는 카드를 선택하지 않나. 하지만, 모두 낱낱이 확인할 수 없는 서비스라면. 2박 3일간 진행되는 체험학습의 실상을 그들이 보내온 일정표와 숙소 이름 혹은 메뉴로 알 수가 있을까.
렌트카도 비슷한 것 같다. 최저가로 같은 차를 빌리는 게 아니다. 다른 가격으로 다른 서비스를 구매한다.
평점은 어떤가. 좋은 뉴스를 보기 힘든 것처럼, 좋은 코멘트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악 받고 쓴 것 같은 코멘트는 다른 소비자가 그냥 보고 지나가기 어렵다. 최저가 비교 서비스 업체도 최저가를 공개해서 가격의 거품을 뺀다라고 하겠지만, 어디 빠지는 게 거품 뿐이겠는가. 잘못된 생산-유통 과정을 개선해서 과대 되었던 가격을 줄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그러니 ‘가격의 거품’이라는 것도 많은 경우 하나의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가격은 생산에 들어간 원재료 혹은 노동으로만 산출하지 않는다. 이익(잉여가치)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판매자 마음 아닌가.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결국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려고 할 것이다.
최저가만이 전략이라면..
최저가를 원하는 소비자가 있고, 업체들은 더 많은 고객에서 노출되기를 바라고, 소비자와 판매자를 이어주고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시장을 만드는 세 대상이 만나서 최저가 비교 서비스가 탄생했다. 하지만,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정작 최저가가 아니라, 비슷비슷한 업체 사이에서 살아남고, 알려지는 거 아닐까.
아마 더 이상 렌트카 가격 비교 서비스는 쓸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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