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나와 약속을 잡습니다

다 좋지만, 오랜만에 방바닥에 얇은 이불 하나를 깔고 자니 잠자리가 불편하다. 게다가 갑자기 비염은 왜 도진 건지 밤에 누웠는데 콧물이 난다. 상당한 시간 동안 괜찮았는데, 봄이 오면 봄이 오는 대로 불편함이 생긴다. 어린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한 불편함이 마음을 자꾸 건드린다. 그래도 아침에 빗소리를 들으며 대청마루에 나가 앉았다. 반바지를 입은 채, 겨울 재킷을 대충 두르고, 준비해간 드립백으로 커피를 내렸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비가 오는 것을 본다.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간다. 새벽부터 내린 비 덕분에 농월정 오토캠핑장 케빈 앞은 물이 제법 차 올랐다. 산불이 심한 지역에도 분명 도움이 되겠구나, 밭에서 산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구나. 어릴 때 비는 그저 우산 쓰고 걸어야 하는 불..

내가 안보면 이길 것 같아서

어제 투표가 마감 되었을 때 쯤에 개표생방송을 틀어 뒀지만, 어떤 예측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안보면 국가대표팀이 축구경기에서 이기고는 하는 징크스를 갖고 있지 않나. 내가 그냥 일찍 잠에 들면 여러모로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새벽에 잠을 설치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우선 뉴스를 확인했다. 나는 이미 이명박을,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가졌던 적이 있다. 그 시간은 길기만 했던 것 같은데, 그들 덕분에 바빠졌었던 것일까. 시간은 제법 빠르게 흘러갔다. 대통령의 의미는 중요하지만, 나랏일이란 대통령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와 당은 이기기 위해 공략을 내뒀고, 이제 사람들은 그 공약의 이행을 지켜볼 것이다. 소수점 이하의 차이로 당선이 결정되다니...

대통령은 브루스 놀란이 아니다

오늘 아침은 투표로 시작했다. 아들은 자꾸, 나와 아내에게 누구를 찍었냐 물었다. 아내는 비밀투표라며 말해주지 않다고 결국 아들 귀에 대고 작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끝끝내 말하지 않았다. 초등학생도 관심많은 이번 대선. 역대 가장 비호감 대선이라는 데,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개표방송의 시민 인터뷰를 보니, 모두들 살기 좋은 세상을 말한다. 그게 모두 살기 좋은인지, 나만 살기 좋은 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가 뽑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욕망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 어느 지역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런 것은 소용이 없고, 맞는 말도 아니다. 국민은 개별 시민의 총합은 아니지만, 개별 시민의 의사가 반영된 하나의 덩어리이기는 하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대통령이라도, 우..

레잇어답터의 M1 맥북에어 영입

아마도 매형을 만나고 였던 것 같다. 나는 급속도로(?) 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Palm OS라는 게 있을 때여서 PDA의 전성시대였다. 대개는 흑백 화면이고, 가끔 컬러 화면이 있었다. mp3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었지만, txt 파일로 된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일정 관리하고 단순한 게임을 하는 용도로 썼다. 그런 기기를 한 10개는 바꿈질해가면서 신나게 놀았었다. 이후에는 WinCE계열의 PDA가 나오면서 전화, 네비, 영상 감상용 기기로까지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기기들을 가지고 놀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기기들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 제품을 사지 않아도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해서 써볼 수 있었다. 밤에 이부자리에 엎드려 책을 읽다가, 작은 자판(아..

일상사/Stuff 2022.03.05

절여진 하루와 엄마의 김치

오늘 화장실에 딱 한 번 갔다. 커피는 딱 한 잔 마셨다. 점심 먹고 바로 책상에 앉았다. 수업은 1교시부 3교시까지 연달아하고, 6교시에는 부담임으로 2학년 학급에 가서 창체활동 지도하고, 7교시에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개학한 지 이틀이 지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긴 이틀을 보내고 나니 피로감이 크다. 와중에 아빠가 보낸 엄마의 사진을 받았다. "봄배추에는 물이 많아서, 그 전에 겨울배추 사다가 담아두려고." 딸들은 단톡방에 올라온 엄마 사진을 보고, "쉴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을 남겼다. 나는 그저 기막히게 좋은 사진이라 그냥 보고 있었다. 아빠가 대충 엄마를 보며 찍었을 사진인데 이렇게나 좋다. 퇴근하며 전화하니, 가지러 오라고 한다. 가지러 가고 싶다. 익은 채..

우리 딸이 1학년

딸은 들떠 있었다. 학교 가는 날이라서, 진짜 초등학생이 되는 날이라서. 딸에게는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되는 게,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이 되는 게 이렇게 급작스럽고 한편으로는 간단하게 벌어지는 일이라는 놀랍게 생각되는 것 같다. 졸업식을 하게 되니, 이제 다시는 유치원에 들어가서 놀 수가 없고, 입학식을 하게 되면 초등학생이 되어 버린다니. 뭔가 복잡한 자격 따위는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다음날 입을 옷을 꺼내놓는데, 어제 딸은 초등학교 체육복을 꺼내놓았다. 손목에도 발목에도 옷이 자기 기준에서는 어중간하게 걸리는 걸 매우 싫어하는 딸은 입학하는 날 옷이 이상해서 늦는 일이 없도록 체육복을 꺼내뒀다. 오늘 아침에 등교시간이 9시라는 것을 알고는 나와 함께 골랐던..

아들, 종이 신문 읽자

신문을 구독했다. 아들이 3학년 때쯤에도 신문을 한번 구독한 적이 있다. 아들이 열심히 보겠다고(?)해서 구독했지만, 아들은 곧 흥미를 잃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일단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티비로 뉴스를 보지 않고, 인터넷 기사도 잘 읽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읽을 경우, 대개 포털에서 기사를 접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기사"처럼 결국 추천에 의 한 기사만 읽게 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한 뉴스의 대부분이 가십에 가까운 뉴스였다고 한다. 현안인 경우도 있겠지만, 자극적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나의 목적은 다른 사람은 무슨 소식을 듣는가 가 아니다. 사회전반적인 현상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고 싶다고 생..

절묘한 자리

요즘 들어 나는 참 많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어른이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 아닌가. 우리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도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른의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역할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잡고, 이겨내고, 견뎌내고, 지켜내면서도 하고 싶은 일까지 움튀워 하는 데 있다. 같이 살 때는 몰랐는데, 나는 내 식구들과도 충분히 대화하지 않으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구석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혼할 때 엄마는 한번 크게 섭섭해 했고, 가끔 동생도 나에게 섭섭해 하고, 누나도 그렇다. 흠. 다행히 나는 식구들에게 별로 섭섭했던 적이 없다. 섭섭한 게 있으면 섭섭하기 전에 말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말하지 않고 참다가 말하면서, ..

늘 뒤에 서 있을께 - 딸이 자전거 라이더가 되는 과정

자전거를 타려면 페달을 밟기만 해서는 안된다.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균형은 적당한 속도가 있어야 잡기 쉽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괜찮은 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가 있다. 지난여름 딸은 내 자전거 뒤에 매달린 위라이드 코파일럿을 타고 신나게 자전거를 즐겼다. 균형은 내가 잡아주니 딸은 힘이 나면 힘껏 페달을 밟으면 되었고, 여차하면 두 손을 놓고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야 할 때다.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줘야 할 타이밍이다. 딸은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부터는 매일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진도를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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