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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이고 볼 수 있는 영화: Sleepless in Seatle

수영을 다녀와서 며칠간 나누어 보던 Sleepless in Seatle을 다 봤다. '다시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한 페이스북 친구분의 글을 보고,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여화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영화를 틀게 되었다. 단 세 번의 마주침으로 사랑에 빠지며 사랑을 확신하는 영화. 단단한 눈매를 가진 톰 행크스와 마실 나온 듯한 편안함으로 웃는 맥 라이언을 볼 수 있는 영화. 엄마를 찾으며 깨어나는 아들에게 달려가 달래는 장면을 보며, Love Affair 장면일부를 설명하는 모습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Love Affair를 떠올리며 눈물이 좀 났다. 영화를 끊어보면서(요즘에는 이게 흔한 일이 되었다. 아이들이 잠든 후에 잠깐, 책을 읽다가 잠깐,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세요

글쓰는 수요일이라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세번째. 블로그 글을 쓰든, 페이스북에 짧은 단상을 올리든 글은 혼자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글요일 이벤트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책읽기는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쓰기는 같이 모이면 더 좋다고 썼다. 오늘 모여 글을 쓰고 다른 분의 글을 들으면서, 초보 독서가가 여러가지 책을 읽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은 것만큼이나, 초보글쓰기꾼은 같이 모여 쓰고 다른 사람의 글을 듣는 게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한때,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박물학자 혹은 폴리메스 혹은 전인이 되기를 꿈꾼다.(라고 말하지만, 정말 꿈에 가깝지 않은가) 오늘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어쩌면 가능..

내 생일에 피는 식물

09:35 아이들을 보내고 자리에 앉으면 늘 이 시간이다. 오늘은 커피를 만들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조금 있으면 수영을 하러 가야 하고 그러니 조금 시간에 쫓기는 마음이 된다. (요즘에 '~한 마음이 된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 시간은 아침 기록을 한다. 아이들을 보내면서 있었던 일도 기록하고 하루 중에 무엇을 해야 하나 기록도 한다. 저기 저 사진이 내가 가진 정원의 전부다. 여기에 나오지 않은 녀석은 상추다. 수영을 마치고 오는 길에 보니 모종을 파는 곳이 있어서 가봤더니 여러가지 채소들도 있었다. '제일 키우기 쉬운 게 무냐?' 여쭈니 상추는 물만 주면 된다고 해서 데리고 왔다. 분무기로만 물을 줬는데, 픽픽 힘이 없어서 다 마신 2리터짜리 플라스틱 우유통을 잘라서 물에 완전히 잠기게 해 뒀다..

약한 연결의 강한 매력

몇 해 전이었던가 약한 연결에 대한 기사도 글도 책도 나왔었다. ‘끈끈한 우정’ 따위는 아니더라도 약한 연결이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약한 연결이라고 공짜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글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도 로자 파크스가 애초에 흑인 인권운동과 관련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약한 연결에도 품이 든다. 페이스북은 약한 연결의 전형적인 장이다. 지금은 페이스북도 노쇠하고, 다양한 페이스북의 헛발질을 보면서 언제 이곳을 떠나게 될까 생각도 하지만, 여전히 가장 넓은 마당이다. 여러 장소에 얼굴을 내밀면서 나도 페이스북 덕을 좀 봤다. 쉽게 연결되지 못할 사람들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글쎄다. 작..

'예전에' 딸이란 존재가 없을 때도 잘 살던 남자가 살았었죠

‘예전에’. 요즘 우리 딸이 자주 쓰는 말이다. 어제를 가리킬 때도, 저녁이 된 시간 아침에 일어날 일에 대해 말할 때도, 지난겨울 제주에 갔던 때를 가리킬 때도. 우리 아들은 아마도 ‘어제’라는 단어로 거의 모든 ‘예전의 시간’을 설명했던 것 같은데, 딸에게는 ‘예전에’라는 단어가 임팩트가 있었거나, 널리 쓰기 좋은 말로 들렸나 보다. 유치원에 다녀와서는 이런 말도 가능하다. “오늘 예전에 바나나 먹었어.” 우선 ‘오늘’이라는 시간은 지속되며, 공간적이고, 많은 활동과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예전에는 집에 오기 전, 유치원에 있을 때를 말하겠지. 그렇다면 더 정확하게 말하려면, 그냥 ‘오후 간식으로’라고 쓰면 되지만, ‘아까’라고 써도 된다. 딸의 저런 말을 바로 ‘예전..

식물은 모듈, 어떻게 햇볕을 향해 가니?

아이들을 보내고 커피 한 잔을 내놓고 나의 손길이 필요한 다른 녀석들을 챙겨본다. 한 10년 전부터 녹색을 보는 게 좋더니, 하나 3년 전부터는 좀 키우고 싶어 졌다. 아마도 '식물을 키우는 게 학생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라는 내용의 외국기사를 봤던 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학급 학생들에게 작은 식물 하나씩을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키워봐야 한다. 어떤 마음인지 내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하나씩 집에 들이고, 서툴러서 죽게 둔 적이 많다. 그래도 지금은 집에 8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남들은 참 쉽게 키우는 것 같은 스투키도 죽인 적이 있는 데, 요즘에는 잘 살고 있다. 최근에는 엄마 집에서 산세베리아도 한 뿌리 얻어왔다. 교실에 두라며 학부모님이 선물..

사이퍼는 왜 매트릭스에서 살고 싶어했을까?

#영화평 매트릭스 어제는 매트릭스를 봤다. 영화가 나온지 20년이 되었다고 해서. 영화를 보면서 나는 '배신자' 사이퍼에게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리고 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묻는다. "꿈이 너무 현실같고, 그 꿈에서 깨지 않는다면 그 꿈은 현실일까 아닐까?" 글쎄다. 꿈 속에서만 산다면 그 꿈이 '현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매트릭스 안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은 판단할 수 없다. 우리가 매트릭스 안에서 나고 자란다면, 매트릭스가 주는 데로 인식하고 경험한다면 우리는 그 매트릭스를 넘어설 수 있을까? 우리는 당장 우리가 가진 '한국어'라는 언어를 넘어서 인식할 수 있나? 통역기를 사용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어'라..

구글번역팁 : 아직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구글번역

구글 번역 간단한 번역은 구글이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영어 사이는 '사람'이 연결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떠오르는 게 대표적으로 '수동태'의 사용인데, 우리말로는 '주어(주제)+동사'로 써도 될 것이 영어에서는 '--- 수동태 by 주제'로 써야 더 좋은 것이 있다. 그리고, 관용적 표현은 우리가 너무 피와 살처럼 가깝게 사용하고 있다 보니 이에 대해 인식을 못할 뿐 모두 기계번역에서 오류를 가져오기 쉽다. 게다가 한글과 영어는 단어 수준에서부터 1:1 대응하지 않는다. '눈뜨고 코베이는' 격..이라는 것을 '코'를 살려 번역하겠나. 먼저 영어 번역에 앞서 한글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글-영어 번역의 결과물을 다시 '영어-한글'번역으로 돌려보는 것. 물론 상황이 된다면,..

육아휴직 과제 : 딸의 머리를 묶어라

2019-03-28 딸 등원 완료. 머리 묶어 주는 게 제일 난코스다. 머리를 묶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데, 딸이 원하는대로 해줘야 된다는 게 또한 난관이다. 처음에는 자신없어 하는 나를 보고 딸은 머리를 맡기려 하지 않았다. 유치원 가서 선생님에게 묶어달라고 하라고 한 적도 있다. ​ 딸은 양갈래로 묶는 걸 ‘토끼머리’라고 하는데, 이제 어디쯤에서 묶느냐 따라 토끼 같기도 하고, 축쳐진 강아지 귀같기도 하다. 여자분들이야 어려울 게 없겠지만 나는 모두 체험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다. 아내는 아주 쉬운 데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에게 땋는 머리를 보여준 적이 있다. 땋는 법이야 알지. 하지만 머리 손질은 디테일에 있는 거 아닌가? 머리가 덩어리를 이뤄 정갈해야 하는데, 제대로 묶지 않으면 잘린 나일..

우리는 어디에서 공동체를 찾아야 할까요?

​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을 읽고.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지만, 책을 잡기 전까지는 별별 딴 짓을 다 한다. 내가 봤던 뉴스들을 생각한다. 세월호, 쌍용차사건 등등. 사태에 대한 세밀한 기사까지 보지 못했다. 더 알게 되면 더 괴로워질 것 같아서, 더 괴로워 지기 싫어서 일까. 그런 와중에도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사건 당사자가 가족이 자살하거나 갑작스러운 암으로 죽었다는 기사. 사람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을 겪는 동안, 정말 죽을 것 같지만 어떻게든 몸은 살아내는 것 같다. 발달한 의학은 증상이 나타나는 곳을 찾아내어 그 고통은 어떻게든 줄어들 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의 큰 슬픔과 큰 고통은 분명 사람의 일부를 병들게 한다. 너무 큰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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