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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에 쓰려고 주문한 윈드셔츠, 파타고니아 후디니 스냅티 풀오버

어떤 물건을 반드시 사야 하는 이유 따위는 없다. 그저 사고 싶어서 그런 것.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를 덧붙여서 주변의 사람들까지 설득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은 '나'만 설득해서 결제하면 된다. 어제 파타고니아 후디니 스냅티 풀오버를 결제했다. 이름이 참 길고 복잡하다. 파타고니아 : 브랜드 이름 후디니 : 바람막이류에 붙인 파타고니아의 제품 이름 스냅티 : 똑딱이 단추로 여미는 스타일 풀오버 : 뒤집어쓰는 옷 바람막이인데, 재킷이 아니라 뒤집어쓰는 것을 산 것. 이 제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눈에 띄지도 않았고, 아주 대중적인 제품도 아니다. (파타고니아의 대중적인 제품이라면 역시 여름철 p6티셔츠, 배기스 팬츠, 레트로 재킷이나 베스트 정도. 그런데, 며칠 전 이 책을 읽다가 검색해 보게 되면서 후..

일상사/Stuff 2019.08.27

유튜버의 삶은 어떨까

서평 김겨울 지음. 유유 책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만든 적이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영상도, 책의 머리말만 읽어주는 영상도, 독서동아리를 할 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선정해서 소개한 적도 있다. 1일 1 영상을 목표로 되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영상을 찍어서 올린 적도 있고, 아들과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가 않다. 구독자도 생기고 수입도 생기려면 1년 정도는 ‘존버’ 해야 한다는데, 그렇게 견뎌내지는 못했다. 애초에 나는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려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게 벌써 10년도 전이다.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이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수업 내용을 방송으로 만들고 학생들이 미리 보고 오도록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방..

'아빠만의 육아'라니요?

딸은 어제 머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제처럼 묶어달라고 한다. 머리를 묶을 시간을 얻으려면 밥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서둘러야 하는데, 딸은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고개를 약간 들고 가만히 있어 봐."라며 30번은 말한 것 같다. 말하면서도 '그래, 가만히 있는 게 쉬운 턱이 없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이 초보 미용사는 머리를 묶기가 너무 힘들다. 괜히 어제 열심히 묶었나 어제의 나를 마음속으로 혼내고 있는데, 머리 고무줄은 자꾸 터진다. 유치원에서 하고 온 것들을 모아둔 통에서 꺼내어 묶다 보니 이미 꼬일 만큼 꼬여서 내 손에서는 터지기만 한다. 고무줄이 끊어지는 만큼 내 의지도 끊어....... 간신히 머리를 다 묶고 달래어 유치원으로. 중앙 통로에서 딸은 푹신하고 하얀 눈..

책에 대한 내 가장 오래된 기억

집에는 책이 충분하지 않았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도서관에도 책이 많지 않았다. 책을 읽기에 아주 편안한 책상도 의자도 부족했다. 집에는 책이 가끔 들어왔다. 부모님은 분명 고심해서 ‘전래동화 시리즈’, ‘위인전’, ‘효녀 효자 이야기 시리즈’를 구하셨을 것이다. 내가 대단한 인물이 되지는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부모님은 왜 우리에게 책을 사주셨을까. 없는 살림에 책을 사면서, ‘이거 밖에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 시진 않았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당신의 아이들은 몸이 덜 괴로운 일을 하며 살기를 바라시고, 그러려면 남들보다는 아니어도 남들만큼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셨을 것 같아 짠하다. 부모님의 책 읽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집에 있는 책을 읽..

20190619 #글요일 주제 : 책(혹은 글)읽기에 대한 나의 최초의 기억

#글요일 주제를 매주 정하는데, 대개 수요일 아침에 정한다. 미리 정하면 좋겠지만, 굳이 미리 정할 이유도 없다. 나만 먼저 주제를 알고 있으면 반칙인 것 같기도 하고. 수요일, 같이 만나기 전까지 글요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여러 가지 주제가 머릿속을 지나가다가 결국 제일 좋은 녀석이 나온다. 모이는 사람도 다르고, 장소도 다르고, 모임에 가면서 보는 것도 다르다. 가는 길까지 내 마음속 주제 리스트는 영향을 받는다. 오늘의 주제도 아침에 정했다. (슈테판 츠바이크, 유유출판사, 2019.)를 읽던 중이었다. 츠바이크는 여행 중 만난 재치 있는 소년이 문맹인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책이 없는 세상', '글을 읽지 않는 자신의 삶'이 어떨 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아픈 티

아들은 어젯밤 내 옆에 와서 잠들었다. 오늘은 좀 늦게까지 잘 자고 일어났고, 이마에 밴드라도 붙이고 가라는 내 말에 '싫어~'하면서 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갔다. 나는 어제, "니가 이마 다친 것을 모르고 누가 장난으로라도 니 이마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표시'를 내기 위해 밴드를 붙이라고 했건만 그냥 갔다. 그러고 보니 '아픈 게 표나는' 사람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힘들면 표가 잘 나는 사람, 아프면 겉으로 잘 드러나는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맞을 때는 한 대 맞고 온 교실을 뛰어다니며 '의외의' 폭소를 만들어 줬던 친구가 생각난다. 같이 엎드려뻗쳐해 있어도 땀을 비지같이 흘리는 녀석이 부러웠다. 주변에서 보는 사람의 걱정을 자아내는. 좀 피곤하다 싶으면 입술이 터지..

동생의 아이스크림 #글요일

아이스크림 다 못 먹겠다며 내게 아이스크림을 줬다가 내가 먹기 시작하니 다시 달라고 했다. 분명 동생은 나에게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준다고 했다. 나는 재차 물었다. “다시 달라고 하지 않을 거지?”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나는 동생에게서 무언가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고, 또 그만큼 다시 돌려준 적이 있다. 형제란 다른 형제가 가지고 있는 건 모두 갖고 싶어 하는 사람 아닌가. 나는 누나처럼 여자가 되고 싶다거나 중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누나가 갖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작은 다락방, 모자 모두 갖고 싶었다. 동생도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동생은 자주 나에게 먹을 것을 줬던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대식가이지만, 그래도 나보다 세 살 어리니 마음먹고 먹으면 내가 더 잘 ..

당신이 옳다. 정혜신. 해냄

#서평 당신이 옳다. 정혜신. 해냄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책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그만큼 페이스북=인터넷의 등식이 이미 완전히 정착된 게 아닌가 싶다. 허허. 나는 왜 블로그에 이 글을 올리고 있는가) 책에 대한 취향이나 독서 이력이나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들이 추천하는 책은 반드시 구입하게 된다. 그리고 몇 장을 뒤적이다 어떤 책은 먼저 읽고 어떤 책은 뒤로 밀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그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말 재미있는 나의 책'을 발견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샐러드에 당근을 숨겨 놓듯, 나의 독서에도 즐기지 않으나 필요한 책을 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마요네즈며, 사과며, 딸기 덕에 '사라다' 먹기가 수월하다. '당신이 옳..

<엄마의 책모임> 강원임. 이비락.

#서평 엄마의 책모임, 강원임. 이비락 진주문고에서 내가 좋아하는 코너 중 하나가 '책과 책을 만들거나 파는 사람들에 대한 매대'이다. 대충 200권은 되는 것 같은 책이 꽂혀 있다. 소설도 있고, 논픽션도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모으는 사람, 책을 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우선 그 매대부터 살펴본다. 사려고 작정하고 간 책 말고 거기서도 꼭 한 권씩은 사 온다. 그렇게 사게 된 책이 '엄마의 책모임' 책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는 약과 같아서, 해결책이 갈급한 사람들에게 그 효과가 탁월한 것 같다. 자기계발서만 뒤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이끄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를 낳으며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결혼 때문에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조너선 실버타운, 서해문집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서평 리디셀렉트 읽을만한 책 딸 재우다 일어나서 며칠간 밤에만 읽고 있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를 읽었다. 이 책은 페이스북에서 알게된 최낙언 선생님이 '재미있다'하셨는데, 리디북스 셀렉트에 나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책은 온전히 '진화'에 대한 이야기이지만,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그 주인공이다. 음식의 맛이나 향, 진화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갖은 숫자와 기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재미있다. 다 읽고 나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호모사피엔스가 먹음으로써 생긴 다양한 음식들의 '변화 이야기'라고 할만하다. 인간은 동식물의 진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동식물은 또 인간의 수탈(혹은 개입)에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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