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서평
리디셀렉트 읽을만한 책
딸 재우다 일어나서 며칠간 밤에만 읽고 있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를 읽었다. 이 책은 페이스북에서 알게된 최낙언 선생님이 '재미있다'하셨는데, 리디북스 셀렉트에 나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책은 온전히 '진화'에 대한 이야기이지만,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그 주인공이다.
음식의 맛이나 향, 진화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갖은 숫자와 기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재미있다. 다 읽고 나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호모사피엔스가 먹음으로써 생긴 다양한 음식들의 '변화 이야기'라고 할만하다. 인간은 동식물의 진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동식물은 또 인간의 수탈(혹은 개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자신의 재생산을 위해 노력한 모습이 드러난다.
대부분이 새롭게 안 것들이었으나, 마지막 부분 GMO는 '무조건 위험하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저자는 강력하게 반발한다. 인간은 오랫동안 다양한 육종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동식물을 변화시켜왔다. 과학의 발전으로 GMO는 인간에게 더 다양한 이익을 줄 수 있을 뿐더러, 인구 증가에 따른 먹거리 고갈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저장의 주장.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 겠다.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동식물을 변형시켜왔으면서도 GMO라는 용어에 유독 반대하는 여론이 드세다는 저자의 주장을 보면서 얼마전 보았던 ‘전통놀이가 사실은 일본에서 상당수 유례’했다는 식의 기사가 생각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전통은 어떤 점에서 의미를 가질까? 딱 3세대 정도의 역사 의식에서라면 전통이랄 것도 기대하는 미래랄 것도 정말 하찮고 맥락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GMO자체에 대한 내 이해가 부족해서 수천년 농작물을 변형시킨 인간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이 논의를 발전시키기는 어렵지만, 호모 사피엔스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주변 모두에 영향을 주었고, 호모 사피엔스 주변의 환경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름의 애를 쓰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밑줄
- 진화 과정은 맹목적이며 어떤 의도도 계획도 목표도 없다.
-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설계자 없는 설계를 낳는다.
- 인위적 선택 자체가 일종의 진화 과정이어서, 진화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진화와 발맞춰 작용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아프리카 출신이다. 찰스 다윈은 화석 증거가 하나도 없던 시절에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대형 유인원이 아프리카에 산다는 사실만 가지고 이를 추론했다.
- 홍합은 모유 못지않게 유서 깊은 음식이다. 최소 16만5000년간, 아마도 그 이상 사람들은 홍합을 익히거나 날로 먹었다.
- 자연선택과 인위적 선택 둘 다 새로운 형질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로서의 유전적 변이를 필요로 하기..
- 미기후
- 미래의 보상을 기대하는 행동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타적이지 않다.
- 사람의 눈은 보는 용도로만 설계된 것이 아니다. 보이는 용도로도 설계되었다.
- 우리가 수천 년 동안 길들이면서 유전적으로 변형한 동식물과 뚜렷이 구별되도록 GMO를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대론의 열기가 식어갈 것이다.
덧, 그나저나 이 책을 거의 마지막으로 '당장 읽고 싶은 책'은 리디셀렉트에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구독 해지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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