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엘리자베스를 부탁해. 한정영. 서유재
부모는 그렇다. 아이의 작은 상처가 단점이 모두 나에게서 기인한 게 아닌가 두려워하는 존재. 아내는 첫째가 더 어릴 때 아토피 증상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임신 전 기간을 복기했다. ‘그때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말 걸 그랬다, 그때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아무튼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은 아닐까.’ 엄마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빠와 엄마, 아이가 등장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이를 향해 돌진하고 아이를 관통하는 위험을 막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체험한다.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이해하겠다느니, 공감이 된다느니 말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신이 옳다’(정혜신)도 떠올린다. 공감의 시작은 호기심과 질문. 섣불리 조언하거나 충고하거나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에 닿으려고 묻고 다가가는 일. 나는 도저히 세월호를 생각하면서 자식을 가족을 잃은 분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대면하고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자신도 없다. 이 책은 가족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힘든 과정에 대해 그리고 있다. 나는 아슬아슬해하며 엿보는 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게 된다.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펴기를 여러 번 했다.
페이스북에서 ‘세월호관련 수업을 하려는 데,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봤다. 나는 도저히 ‘세월호’로 어떤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아직 들지 않는다. 어떤 것에 대해 수업 활동을 구상하려면, 그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고, 무엇을 수업 목표로 할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와 관련하여 우리가 정확하게 의혹은 밝혔는지 말하기 어렵다. 그걸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도 상상하기 어렵다.
“좀 맨정신으로 살 수는 없는 거야? 이렇게 무너지니까 저것들이 우리를 개돼지만큼도 취급 안 하잖아.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잖아!”(같은 책 187페이지)
국가 폭력 피해자들에게도 국가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국가가 사과를 해야만 비로소 사회적 치유가 시작될 수 있다.(당신이 옳다. 285페이지)
오늘 하늘이 맑고 밝은데, 진도 앞바다도 그럴지 궁금하다. 그 바다 속은 어떨까. 마주친 적 없지만, 안타깝고 슬픈 사람들의 명복을 빈다.
'책 > 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조너선 실버타운, 서해문집 (0) | 2019.06.02 |
---|---|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0) | 2019.05.02 |
우리는 어디에서 공동체를 찾아야 할까요? (0) | 2019.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