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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좋은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직도 저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좋구요. 올해에는 지난 어떤 해보다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책이 48권입니다. 그리고 그 중 재미있는 책들은 수업 시간에 가지고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소개를 했습니다. 읽은 책 중에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있거나 읽으면 재미가 있을 책들을 소개했기 때문에 수업을 여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교실에 들어가서 책 소개를 했지만, 그래도 제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책 소개를 할 방법이 없더군요. 책을 전시하고, 추천사 같은 것을 짤막하게 써서 복도에 두어도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른 생각이 비디오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책을 펴놓고, 책을 고르게 된 이유, 책..

카테고리 없음 2015.12.02

#016 교실환경 : 묻는 말에 답하세요.

국민학교 다닐 때, 중학교 다닐 때, 환경미화 심사일은 아주 곤혹스러운 날이었다. 왜 그렇게 청소를 하는 지도 모르고, 마른 걸레를 들고 금속광택제를 들고 복도에 주저 앉아 난간을 닦고, 계단을 닦았다. 미쳐 머리를 자르지 못해서 학교 안에 있는 '티비보며 아이들 머리를 바리깡으로 자르는' 아저씨에게 머리를 맡기고 땜통을 얻어 오고는 했다. 손수건을 준비해야 하는 데, 준비하지 못해서 티슈를 여러개 겹쳐 흔들어 보고는 했다. (물론 이런 티슈들은 복도로 불려 나가서 좀 맞았다.) 이제 학교에는 그런 환경미화(?) 따위는 없다. 학교에는 청소만 하는 분도 계시고, 학생들은 자기 교실이나 복도 정도를 청소한다. 나는 아주 깔끔한 청소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해서, 청소하고 환기도 하..

내방독서 #001 따로 또 같이 책읽기

Book Reader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책읽는 자리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부터 주말 저녁에 혼자 어디에 나갈 여건이 안됩니다.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데, 다른 분들과 책 얘기를 하면 더 즐거울 것 같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래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bookreadingteacher/?notift=pagefan# 저를 아는 두 분이 참여의사를 밝혀주셨고, 덕분에 내방독서를 운영해볼 수 있었습니다. 준비 : 컴퓨터나 노트북(구글행아웃을 이용해서 온라인 만남), 책 장소 : 각자 책읽을 수 있는 공간 진행 인사 및 책소개 : 구글행아웃으로 만나서,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 읽으려고 가지고 온 책을 간단히 소개했습..

카테고리 없음 2015.11.29

#015 수능을 마친 제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나는 첫 교사임용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내 친구들에게 ‘떨어졌노라.’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아마 밥을 얻어먹었거나, 커피를 얻어마셨을 것이다. 친구는 떨어졌다는 내 연락에 좀 의아해 했다고 했다. 아니. 나를 걱정하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먼저 연락하면 될 것 같았다. 나의 친구인 사람들은 내 기쁜 소식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내 슬픈 소식도, 내 절망도 탄식도 들어줄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나 떨어졌어.’ 이야기하는 게 힘들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해를 버티기 위해 그 친구들의 응원이 필요했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닌가. 시험만 끝나면, 수능만 끝나면, 취직만 되고 나면.. 언젠가 어떤 끝을 향해서 가는 것 같고, 그 끝이라는 언덕을 넘으면 시원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그..

#014 수능전날인 오늘

아침부터 어수선하다. 내일이 수능이고, 오늘은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날이다. 지난주부터 책상의 낙서를 지우고, 흔들리는 책상들은 테이프를 발라가며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어뒀다. 사물함도 되도록 비우라고 말해뒀었고, 사물함 위도 정리했다. 사물함은 어제 정리를 일단 다 했고, 오늘은 책상배치도 하고, 반사될 만한 것들은 모두 가리고 수험번호도 붙여야 했다. 1교시가 지나가고, 아이들은 다시 청소한다. 어제 2시간의 청소 시간 동안 구석구석 쓸고 닦으면서 그간 청소시간에는 무얼 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들추면 들추는 곳마다 먼지가 스멀스멀 나왔다. 서랍 안을 모두 비우고, 다시 한 번 학생들 책상 위를 살피고 흔들리지는 않는지 살핀다. 타요 스티커가 붙어 있는 책상도 있고, 이름 스티커가 붙어 있는 책상..

카테고리 없음 2015.11.11

#013 농사짓는 청설모

비봉산 산책길. @yagatino님이 게시한 동영상님, 2015 11월 9 오후 6:46 PST 청설모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하던 일이 바빠서일까. 나를 피하지 않으니 그냥 거기에 서서 청설모를 좀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간다. 고개를 들어 보니,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나뭇잎도 몇 개 떨어진다. 그리고 청설모는 나선을 그리며 내려온다. 그리고 입에 물고 온 무엇인가(당연히 도토리이지 않겠는가?)를 나무 아래 찔러 넣고는 두 앞발로 주섬주섬 나뭇잎을 덮는다. 그리고 다시 나무를 오른다. 한 군데에 계속 숨기나 싶어서 더 지켜봤다. 올라갔다 내려올 때마다 다른 곳에 도토리를 심어 넣는다. 그는 겨울에 먹을 양식을 숨기는 것인가? 도토리 싹을 심는 것인가? 아들과 ..

#012 몸살기운에 시달린 박선생

주말동안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앓아 누울 정도는 아니지만, 목이 아프고, 몸에 힘이 없고. 어쩌면 아프다고 생각하고 인정하는 순간 더 확실히 아프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한주를 어떻게 시작하나 걱정이 되었다. 내가 힘이 없거나 아프다고 하면 아들은 나에게 다가와 내 옆구리든 어디든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주유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는 '이제 충전됐어?' 묻는다. '아니.' 라고 대답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내 '어, 이제 다 됐어.' 한다. 아들이 힘이 없을 때도 내가 충전해주고는 하는 데, 아들은 보통은 먹을 걸 줘야 해결이 된다. 오늘은 아들한테 충전도 받고 아내에게도 충전을 받고 싶은 날이었다. 그렇게 낮게깔린 먹구름처럼 몸이 축처져 있었다. 몸이 좀 피곤..

독서중: 정치화된 주체들

페이스북 친구로 늘 생각할 글을 보여주시는 전성원 선생님의 책을 이제서야 읽고 있다. 두꺼워서 미루고 있었는 데, 인물별로 나뉘어 있어서 되려 읽기에 편하고 진도도 잘 나간다. p175. > 각각의 개인이 지닌 '시민적 품성civic virtue'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서로 고립되어 있다면 이들이 공동체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역동적인 소셜네트워커들의 출현은 대중민주주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미디어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세대로서는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SNS는 물론 현재까지 진화된 그 어떤 뉴미디어.뉴커뮤니케이션 기술 장치도 스스로 정치화된 주체들보다 전복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발췌 분은 소니워크맨을 만들어낸 '모리타 아키오' 섹션 마..

#011 왜 인터넷에 자료를 올리나?

새로 맥 컴퓨터를 사고 Youtube에 올려진 많은 영상을 보고 너무 도움을 받아서, 과연 그들은 왜 자기 시간을 내어 그런 영상을 찍어서 올렸을까 라는 취지로 글을 올리신 선생님의 페이스북 글 아래 내가 남긴 답글. 다니엘 핑크가 말한 세 가지 힘 때문이 아닐까요? Autonomy, Purpose, Mastery. 저는 우선 내가 아는 만큼의 이 얕은 지식도 경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받아온 도움들에 대한 일종의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할까요? 자신의 시간을 내어 자료를 만들어 올려준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해 보답하는 방법은 제가 또 제 시간을 내서 누군가를 도와줄만한 자료를 만드는 것이죠. (purpose)/ 그리고 제가 선택해서 하는 거라 큰 부담이 없고, 작업 일정도 주제도 ..

#010 단속사회. 엄기호

우리에게 부재한 것은 실존적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부재다. 이런 관계가 부재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남도 듣고 참조하면 좋을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 또한 정승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참조점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누군가의 참조점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존재감을 획득하고 공적인 존재로 설 수 있다. 내가 참조할 그룹도 없지만 동시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참조점이 되어 조언을 줄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지극히 사사로운 관계 혹은 동일한 관계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진 글이다. 정치적 공간이란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내어 놓은 을 수 있는 자리,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것으로 전환하여 시스템이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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