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학급이야기

#015 수능을 마친 제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타츠루 2015. 11. 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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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교사임용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내 친구들에게 ‘떨어졌노라.’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아마 밥을 얻어먹었거나, 커피를 얻어마셨을 것이다.

친구는 떨어졌다는 내 연락에 좀 의아해 했다고 했다. 아니. 나를 걱정하고 있을 친구들을 생각하니, 먼저 연락하면 될 것 같았다.

나의 친구인 사람들은 내 기쁜 소식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내 슬픈 소식도, 내 절망도 탄식도 들어줄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나 떨어졌어.’ 이야기하는 게 힘들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또 한 해를 버티기 위해 그 친구들의 응원이 필요했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닌가. 시험만 끝나면, 수능만 끝나면, 취직만 되고 나면.. 언젠가 어떤 끝을 향해서 가는 것 같고, 그 끝이라는 언덕을 넘으면 시원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그 내리막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하면, 그 길옆에서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건내는 달콤한 음료를 마시며 좀 더 가면, 아주 높은 곳에 이르게 될 것 같았는 데 말이다. 삶이란 끝이 있는 여행이 아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길이 아니고, 노력 끝에 알싸한 열매를 주는 농장이 아닌 것이었다. 오늘 해가 지고, 내일 해가 떠오르고, 내가 기뻐도, 슬퍼도 바람은 불고 비는 내리고 겨울은 온다. 나는 무엇이 되기 위해 뛰어가는 게 아니라, 내가 되기 위해 걸어간다. 남들이 정해준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나의 가치를 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매진한다. 성장은 아주 비밀스러운 것이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이만큼 자라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모두가 나를 칭찬해도 내 마음이 허전할 수도 있다.

또 한번의 수능이 끝났다. 도미노처럼 다음해의 수능은 다음해의 학생들을 향해 달려간다.

늘 그런 것처럼, 매순간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내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수고했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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