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학급이야기

#016 교실환경 : 묻는 말에 답하세요.

타츠루 2015. 11. 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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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다닐 때, 중학교 다닐 때, 환경미화 심사일은 아주 곤혹스러운 날이었다. 왜 그렇게 청소를 하는 지도 모르고, 마른 걸레를 들고 금속광택제를 들고 복도에 주저 앉아 난간을 닦고, 계단을 닦았다. 미쳐 머리를 자르지 못해서 학교 안에 있는 '티비보며 아이들 머리를 바리깡으로 자르는' 아저씨에게 머리를 맡기고 땜통을 얻어 오고는 했다. 손수건을 준비해야 하는 데, 준비하지 못해서 티슈를 여러개 겹쳐 흔들어 보고는 했다. (물론 이런 티슈들은 복도로 불려 나가서 좀 맞았다.)

이제 학교에는 그런 환경미화(?) 따위는 없다. 학교에는 청소만 하는 분도 계시고, 학생들은 자기 교실이나 복도 정도를 청소한다. 나는 아주 깔끔한 청소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해서, 청소하고 환기도 하라고 이야기 하는 편이기는 하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교실이 좀 포근했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주일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교실이다.

그래서 교실에 책을 갖다뒀고, 최근에는 부모님이 선물해주신 화초도 들어와서 녹색도 더 했다. 세월호 참사 기간에는 학생들과 포스트잇으로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했고, 그 기록은 그대로 교실벽에 남았다. 그리고 최근에 시작한 건 포스트잇벽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남자친구를 내려주세요.

포스트잇으로 하는 활동 들에 대해서 검색을 하다가 알게된 것인데, 전지 크기 정도의 종이를 붙이고 수업을 마치고 나서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에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고 가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써보라고 했더니, '남자친구'라고 쓴 아이들이 꽤 있다. 그리고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돈을 써둔 학생들도 많다. 학교를 벗어나서 마음껏 놀려면 돈도 필요한 것이고 같이 놀 남자친구도 필요할 것이다. 내 답을 쓸 칸은 없어서 종이 아래 쪽에 칸을 하나 만들고 나도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썼다.

가치에 대해 말해보자.

우선 워밍업(?)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써봤으니 이제 곧 새로운 질문들을 할 것이다. 주로 학생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기분'이나 '가치'에 대한 것들이다. 아이들에게 소개하려고 '아름다운 가치사전'이라는 책을 샀다. 그림과 사진이 풍부하고 글자도 커서 초등학생들이 보기에 딱 좋을 만한 책이다. 우리가 소중히 생각해야 할 가치들에 대해 정의하고, 그 가치들이 행동으로 드러났을 때 어떤지 예도 들어준 책이다. 학생들에게 이를 소개하고, 자신이 실천한 바에 대해 써보라고 할 생각이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기회, 그게 가장 소중하다. 그리고 학생들에게서 경험을 들음으로써 학교 생활에서 보고 들은 바를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는 데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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