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련/학급이야기

2015. 우리반이 지켰으면 하는 것들

타츠루 2016. 3. 1. 10:23

작년 3월 1일, 학급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지금 새로 만나게 될 학생들을 위해 편지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은 더 넣고, 다듬어 봅니다. 


#편지 는 갑박스러운 선물이다. 못난 글씨도 멋진 켈리그라피로 보이는 건 편지쓴 사람, 답장하는 사람 마음이 예뻐서. #학생 에게서 받은 편지, 학생에게 보내는 편지는 또 더 뜻 깊다. 잘 접어서 봉투안에 넣는다. 마음은 잘 편 채로. #letters between my #student and #me #school



늘 담임을 맡고 아이들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은 긴장된다.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게 느끼고, 무엇인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나는 준비가 되었나?”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고, “나는 괜찮은 어른으로 아이들의 본이 될만한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학급의 주인이거나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무실에서 보내고, 그만큼 아이들의 속속들이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교실을 함께 쓰는 아이들의 걱정과 곤란함을 듣고 그것을 해결해주고 갈등을 조정해줘야 하는 어른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은 나에게 기대하고, 나에게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실망을 하기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 
천부인권.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어떤 점에서 평등하냐? 우리는 스스로 한 몸을 이끌고 살아가려고 애쓰는 존재다. 왜 태어났는 지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컵을 만든다. 물이든 커피를 담아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구는 ‘목적’이 먼저고, 나중에 그 ‘실제’가 있다. 컵은 ‘액체를 담는다’라는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엄마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빠가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산업의 역군이 되기 위해? 아니다. 우리는 그냥 태어났다. 엄마 아빠의 보물로.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태어난 목적은 아니다. 우리 삶의 목적은 우리가 찾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쉬워 보이든 어려워 보이든 우리는 우리의 삶을 끌고 가는 주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같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기쁨을 찾는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학생이 선생님에게, 학생들이 서로에게 존중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거짓말 하지 않고, 속이지 않아야 한다. 솔직하되 예의 발라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비판에 쉽게 상처 받는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었는 데, 남이 비판하면 내 선택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를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한다. 조언과 비판, 비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차디찬 비난에도 스스로를 믿고 사랑해야 한다.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다. 고등학교를 선택하고, 대학교를 선택하고 이러한 것들도 모두 나의 선택이어야 한다. 선택한 사람이 책임을 지고, 후회도 선택한 사람이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인생을 대신 살지 않는다. 내 선택에 영향을 주지만, 책임은 모두 나의 것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후 책임은 어쨌든 온전히 나의 것이다. 인생은 수만가지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장터같은 곳이다. 하나의 원인(예를 들면, 서울대에 들어갔다.)이 인생의 어떤 결과를 보장(성공한 사람이 되었다.)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할 때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늘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내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내 속으로 울려퍼지기 때문이다. 내 목소리 힘이 커지기 전에, 내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 좋다. 조용한 곳에 혼자 앉아서 내 목소리가 떠오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나의 질문을 두고도 내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내 선택의 결과는 나의 몫이다. 

내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고, 무한한 돈을 가진 사람도 없다. (물론 거의 무한하다고 할만한 돈을 가진 사람이 아주 조금 있긴 하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흔하지는 않다.) 우리는 소중한 것에 시간과 돈과 정성을 투자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선물을 한다. 그 사람과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을 생각한다. 고등학생들 중에 ‘아직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럼 뭘 하고 싶은 지 밝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가지를 시도해 봐야 한다. 티비를 보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효과는 책을 읽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책으로 부족하면 우선 실행해보면 된다. 그리고 혼자 하기 힘들면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사람들의 만류에 두려워하지 말자. “너희들은 뭐든지 할 수 있어.” 가 어른들이 가장 쉽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란 것을 잊지 말라. 그 말에 어른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찾아야 책임있는 모습이다. “저는 탤런트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뭘 해야 할까요?” 는 그런 점에서 좋은 질문이 아니다. “저는 탤런트가 되고 싶은 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방학 동안 대학로 …극단에서 연극배우 체험 캠프가 있는 데, 제가 거기에 가보면 안될까요?” 라고 묻는 게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당장은 미래의 직업을 결정하고, 성취를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직업이든 직장이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한다. ‘돈’이 제게 중요한 가치라면 돈을 좇아 다닐 것이고, ‘가족’이 내게 소중하다면 돈은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가족과 같이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찾아내면 내 인생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따로 운동하는 시간을 내지 않고도 운동을 하고, 화석연료를 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들의 사진은 찍어서 나만 아는 블로그에 올려 둔다. 새해 들어서는 특히나 매일매일 했던 일을 기록하고, 거기서 느낀바도 기록하고 있다.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학급의 아이들을 좋아할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이렇게 써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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