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교실에는 작은 책꽂이가 있다. 내가 집에서 가지고 왔고, 내 책도 많이 갖다 두었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친구들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갖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꽂혀 있는 책이 20권 남짓이다.
내 국민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교실 안에 여러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학급문고 라는 것은 자취를 감춘 것일까? 중학교 근무하면서는 보지 못했고, 작년에 김해외국어고등학교에 근무할 때만 학교전체에서 학급문고를 조성했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 어떨까 고민을 했지만, 일단 우리 교실에는 학급문고를 만들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책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책이 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책을 더 갖다둬야 하는 데, 책에 대한 안내를 간단히 해서 몇 권은 표지를 앞으로 해서 전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수요일 7교시. 오늘은 수학경시대회와 과학경시대회(8교시)가 있는 날이다. 수학에 뜻(?)이 없는 학생들이 이미 수학문제 풀기(혹은 문제지에 이름쓰기)를 끝내고 엎드려 있거나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도 하지만, 학급에 있던 책을 보는 학생들도 몇 몇 있다. 학급에 있는 책들 중 특히 내 책들은 모두 읽은 것이고, 그 중 재미있게 읽은 것들만 갖다놨기 때문에 학생이 재미있느냐 물으면 쉽게 권해줄 수 있다.
선생님들이 읽은 책을 학급문고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학생들이 읽은 책으로 학급문고를 만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부모님들이 읽은 책을 학급문고에 보태면 훨씬 풍요로운 학급 문고가 될 것이다. 최근 읽은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에서 봤던 아이디어처럼, 학기 초에 부모님들을 뵙게 되었을 때, 학급문고로 쓸 책을 기부해달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책 중에 하나를 고르시고, 책에 두르는 띠지를 만들어서 거기에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쓰고, 성함도 쓰고 아이 이름도 쓰고. 아이에게 권하는 책이기도 하면서 아이의 친구들에게도 권하는 책이 될테니 말이다. 책을 권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야지 싶다. 책을 권하는 사람들은 책을 분명 더 읽을 것이고, 책 권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어떤 책을 읽느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권하고 영향을 주는 건 한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집에서 책 몇 권을 더 가지고 학교에 갖다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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