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책, 읽은 책, 읽을 책 128

번역의 문제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Stand Out of Our Light 집에 오래 꽂혀 있던 책을 꺼낸다. Atention economy 에 대한 기술윤리학자의 책이다. (맙소사, 기술윤리학이라니) 일단 읽기 시작하는데, 번역한 글이라는 사실을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알 수 있었다. 내 관심은 어느 덧, 이 책의 번역을 신뢰할 수 있는가로 옮겨갔다. (문장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되도록 원서의 의미를 살리려고 했어야 한다.) 아마존에서 샘플을 내려받아 비교해 본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냉면을 시키고는 절대 가위로 면을 자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번역가라면, 필요한 경우 문장을 잘랐을 것이다. 우리말에서 사용하는 형용사나 부사는 그대로..

굿즈처럼 이쁜 책, 두 고양이

고양이에다가 르귄이라니, 이런 작품은 지나칠 수 없다.게다가 책을 굿즈처럼 만들었다.원서에는 없는 삽화를 한국에서 출판해서 덧붙인 모양인데 아주 잘 어울린다.슈레딩거의 고양이를 가지고 와서 쓴 책이다. 고양이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고양이로 쓴 책이다.가끔 책과 책 사이를 연결해주는 책으로 딱 좋은 책.  #도보책방에서 구입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교사에게 주는 이점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요구앞으로 수업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적어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학생들의 역량에 중심을 둔 수업으로 진행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이미 핵심역량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이제 그 요구가 더 거세졌다. 최근 "최고의 학교"(Prepared)를 읽으면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관심이 더 생겼다. 최고의 학교는 미국에서 써밋스쿨이라는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나 대학입학, 학생들의 전반적인 성장에 이르기까지 대단한 성취를 이뤄낸 학교의 교장이 써낸 경험담이다. 그 책은 상당부분 학교에서 '학습 공동체 운영'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지면에 할애하고 있다. 깊이 있는 학습앞서 말한 개정 교육과정에서 깊이 있는 학습이 언급되는데, 이전에 선..

수능 영어 독해를 위한 책읽기(2)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Explaining HumansWhat Science Can Teach Us about Life, Love and RelationshipsDr. Camilla Pang자폐스펙트럼과 성인 ADHD를 가진 과학자 Camilla Pang이 써가는 과학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파동, 원자, 광자, 열역학 법칙 등 기본적인 과학적 개념들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며 지낼 것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과학 속 등장하는 아이디어와 인간 행동의 패턴에서 비유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Algorithms we live by와 유사하다. 과학책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에세이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 자신의 연약함 vulnerability에 대해 솔직하게 써서 공감하기 좋다.목차How to (ac..

존재하지 않는 게 낫다면, AI 또한 존재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작별인사김영하2022작별인사를 읽으면서, 인간이나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만들어진 것들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달마라는 개체는 인간이 스스로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다른 개체들의 데이터를 하나의 공간에 집어 넣는다. 하나의 거대한 정신이 남게 된다.그리고 그 거대한 정신은 인간의 신체 혹은 사물의 부피 없이 영생하게 된다. 하나의 통합된 인지가 되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모든 곳을 보고 어느 곳에든 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인공 지능을 대표하는 달마,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가장 인간 생명체에 가까운 선이, 인간과 너무나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철이. 세 존재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각자의 주장을 한다. 선이는 우리는 모두 죽고 결국 우주의 거대한 정신에 ..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만화로 읽다니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하이데거 존재와 시간비봉어린이 도서관에 갔는데,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을 만화책으로 만든 시리즈가 있다. 최근 '존재와 시간 강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만화책 시리즈에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 있었다. 기껏 해봐야 초등학생들이 와서 책을 보고 빌려가는 어린이 도서관인데, 뭔가 어마어마하다 느꼈다.이걸 만화책으로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만화로 읽는다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읽어낼 사람이 있다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소개글을 보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읽어도 좋겠다고 썼다. 과연 그렇다. 그래서 저 책을 집어 들었다.너무 뛰어난 철학자나 사상가의 글을..

도시는 왜 역사를 보존하는가. 북토크

책을 읽지 않고서 북토크에 가는 일은, 책을 읽지 않고 책 모임에 가는 것과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를 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주말 진주문고에 다녀왔다. 파우저 선생님은 '외국어 전파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전공하고 일본에 온 김에 근처 한국까지 와서 한국어까지 배운 사람. 그러고 보니 영어 모국어 화자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책에서 본 사진에서 선생님은 좀 '커' 보였는데, 보통 상상하는 미국인의 풍채는 아니어서 좀 더 친근했다. 시간도 생각하지 않고 말씀을 이어가신 덕분에 북토크와 질문 시간은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아들도 데리고 갔는데, 강연을 재미있어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인사하고 사인 받는 건 좋아했다. ..

오늘 도착한 책 : 길가메쉬 서사시, 끝나지 않은 일, 힉스 신의 입자 속으로

오늘 도착한 책. 1.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절판되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재출판. 김산해님은 길가메쉬 관련 책을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내고 계신다. 궁금해서 선택한 책 2. 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글항아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다는 추천사에 끌려 사게 되었다. 책 읽는 기쁨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씩 또 읽을 수 밖에 없다. 3. 힉스, 신의 입자 속으로. 짐 배것. 김영사 고등학교 공통과학 교과서를 읽고 있고, 최초의 3분을 읽고 있다. 수식은 모르지만 물리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집어 들었다. 이렇게 이쁜 책이라니.

원서 읽다가 집중이 안될 때는..

한글로 된 책도 잘 읽힐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은 때가 있는 것처럼, 영어 원서를 읽을 때도 어떤 리듬이 있다. 그래도 일단 책이 재미있으면 어디서든 책을 꺼내게 되는데, 초반부터 눈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다. 연휴를 맞이해서 집에서 책을 읽는데, 다른 가족들 때문에 내 주의력이 분산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집이라서 소리내어 읽어도 된다는 점.나는 영어를 좋아하는데, 특히 그 소리가 좋다. 우리말도 그렇지만 외국어가 가지는 우리말과 다른 발음들은 특히나 매력적이다. 요며칠 집에서 소리내어 책을 읽는다. 소리를 내지만, 내용에 집중한다. 그러다가 소리를 내지 않고 눈으로만 읽는다. 단, 눈으로 읽으면서 마음 속에서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좋다. 소리를 내서 읽던 마음 속에서 소리를 내서 읽든 소리를..

다윈과 인간의 허파

다시 종의 기원 어차피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지난번 독서 모임에서 '종의 기원'은 딱 반만 다룰 수 있었다. 한 달의 시간이 있었지만 간신히 반을 읽어갈 수 있었다. 독서 모임 멤버들이 있는 채팅방에서는 한번에 끝내겠다 호언했었는데, 그렇게 끝내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달 모임은 '종의 기원'의 남은 반이다. '인간의 조건'을 읽다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강독'을 읽으니 이제는 어떤 책이고 못 읽어 나갈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 지쳐 쓰러지더라도 장벽 같은 단어에 겁먹지는 않는다. 그저 이해 못하고 넘어가는 문장이 있을 뿐이다. 내 부족한 지력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은 하나 뿐이다.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게 무엇..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