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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만화로 읽다니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비봉어린이 도서관에 갔는데,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을 만화책으로 만든 시리즈가 있다. 최근 '존재와 시간 강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만화책 시리즈에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 있었다. 기껏 해봐야 초등학생들이 와서 책을 보고 빌려가는 어린이 도서관인데, 뭔가 어마어마하다 느꼈다.

존재와 시간

이걸 만화책으로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만화로 읽는다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읽어낼 사람이 있다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소개글을 보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읽어도 좋겠다고 썼다. 과연 그렇다. 그래서 저 책을 집어 들었다.

너무 뛰어난 철학자나 사상가의 글을 읽으면 그의 생각을 따라가는 데 급급하게 된다. 그들이 수년 혹은 수십년에 이룬 성취를 책 한 권을 한 번 읽으면서 비판한다는 게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하이데거는 '존재'에 대해 탐구했고, 다른 존재에 대해 묻고 스스로의 존재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는 '현존재'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죽음이라는 가장 명확한 가능성 앞에서 어떻게 우리는 던져진 삶을 살아갈 것인가 묻고 있다. 던져졌다 하더라도 내 가치, 내 선택을 통해 우리는 다른 존재자와 협력할 수 있다. 내 인생에 대한 책임, 불안의 긍정적이고 궁극적인 기능(인간이 스스로의 존재를 실감하게 해 준다)에 대해 그는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이미 철학서를 많이 읽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우습게 보지 말자. 누구라도 시작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하이데거와의 거리가 아주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존재와 시간을 더 열심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이 책을 집어든 건 참 잘 한 일이다.

물론, 이 책을 초등학생이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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