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고서 북토크에 가는 일은, 책을 읽지 않고 책 모임에 가는 것과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를 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주말 진주문고에 다녀왔다.
파우저 선생님은 '외국어 전파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전공하고 일본에 온 김에 근처 한국까지 와서 한국어까지 배운 사람. 그러고 보니 영어 모국어 화자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책에서 본 사진에서 선생님은 좀 '커' 보였는데, 보통 상상하는 미국인의 풍채는 아니어서 좀 더 친근했다.
시간도 생각하지 않고 말씀을 이어가신 덕분에 북토크와 질문 시간은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아들도 데리고 갔는데, 강연을 재미있어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인사하고 사인 받는 건 좋아했다. 재미있을 만한 강연에 더 적극적으로 데려가야지 싶다.
책을 읽지 않아서 차마 질문을 하지 못했지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역사'라고 규정해야 그것을 보존할 힘을 얻게 될까. 질문자 중 몇 몇은 세월호나 광주민주화 항쟁을 예로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기꺼이 보존하려는 역사. 우리는 그런 역사를 되새길 만한 여유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힘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런 공통체를 가지고 있는가?
일단 책을 읽어보도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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