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27

아들을 위해 준비하는 참기름책장

아들을 위해 내 책장을 잘 꾸미고 싶다. (여기서 아들이란 내 아이를 뜻한다. 그저 지금 혼자 읽기가 가능한 것은 아들 뿐이라 이렇게 쓴다) 그래서 전자책을 구입하더라도 좋은 책은 종이책으로 다시 사게 된다. 아, 그래서 전자책으로 읽는 게 편한데도 굳이 종이책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좋은 책은 두 번 사게 된다는 말이다. 좁지 않은 아파트인데도 내게 허락된 나만의 공간은 옷방과 책장 뿐이다. 그렇다. 내 물건을 마구 쑤셔 넣어도 아내의 잔소리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공간. 하지만 옷방은 공간이긴 하지만, 공간이라 부를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옷을 갈아 입고, 옷을 걸어 놓기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의자를 놓을 수는 있겠지만, 옷장의 먼지와 내 비염을 생각하면 의자는 거기에 두어서는 ..

커피와 아들의 거짓말

주말에 일찍 일어날 일이 뭐 있나. 그런데 6시 30분에 일어났다. 화장실에나 갔다가 물이나 한 잔 마시고 다시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커피 마시며 빵 먹자."는 아내 말에 물을 데운다. 노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일출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노을을 즐기는 사람보다 일출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 노을은 어영부영 하다 보니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일출은 그렇지 않으니까. 작정하고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일출은 더 귀하기도 하다. 일요일 아침 엉겁결에 여명을 선물 받는다. 토요일 아침은 보통 토스트와 커피, 우유로 해결한다. 아이들도 대강 챙겨 먹인다. 요즘에는 배달 음식도 한번씩 먹는다. 편한 게 최고.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짧은 시간도 선물 같다. 오늘은 또..

초3과 라디오 속 팝송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을 9시 전에 재운다. 이제 아들이 잘 때까지 옆을 지키는 것은 아니니, 정말 '재우'는 건 딸뿐이다. 딸은 9시가 되기 전에 보통 잠이 든다. 아들은 태권도 마치고 와서, 못한 과제를 다 하고 잠이 드는데, 요즘에는 대개 9시를 넘긴다. 잘 먹고 잠을 충분히 자야 클 테니 나는 아들을 자주 채근한다. 오늘(2020.09.25. 금)은 그래도 좀 이른 편이다. 잠자기 전 이불을 정리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양치질을 하고 아들은 침대로 간다. "아빠, 책 좀 읽어주면 안 돼?" 어제 아들이 잘 준비를 마치고 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어줬다. "응, 알겠어. 어서 가서 누워." 아들 방에는 책상 스탠드가 켜져 있고, 나는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딱 한 장이 남은 줄 알았는데, ..

운동장에서 우리 아들 찾기

우리 아들 찾기.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혼자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때마침, 초등학교 점심시간이다.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이 많아서, 혹여 우리 아들도 있나 좀 살펴봤다. 운동장을 스캔하는데, 있다 우리 아들이. 공을 쫓으며 발을 놀리며 운동장에 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크게 부를까, 우리 아들이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생각만 하면서 그대로 서 있었다. 아들이 친구와 어울리며 들리지는 않지만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자랑스럽기도 하고, 의젓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멀어져 버린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부터 늘 부모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아이를 자신의 일부처럼 키우되, 전혀 모르는 남처럼 놓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커가는 아들을 보면 내 마음..

동생의 아이스크림 #글요일

아이스크림 다 못 먹겠다며 내게 아이스크림을 줬다가 내가 먹기 시작하니 다시 달라고 했다. 분명 동생은 나에게 자기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준다고 했다. 나는 재차 물었다. “다시 달라고 하지 않을 거지?”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나는 동생에게서 무언가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고, 또 그만큼 다시 돌려준 적이 있다. 형제란 다른 형제가 가지고 있는 건 모두 갖고 싶어 하는 사람 아닌가. 나는 누나처럼 여자가 되고 싶다거나 중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누나가 갖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작은 다락방, 모자 모두 갖고 싶었다. 동생도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동생은 자주 나에게 먹을 것을 줬던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대식가이지만, 그래도 나보다 세 살 어리니 마음먹고 먹으면 내가 더 잘 ..

버스타기가 그렇게 힘들더냐?

버스탈 준비 금요일밤 아들과 다음날 아침에 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쿵푸팬더, 아들은 번개맨. 나는 쿵푸팬더에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었다. '더빙'을 선택한 것도 양보다. 아들을 설득(번개맨 볼거면 아빠는 안간다.;)하고 결국 쿵푸팬더 9시 30분으로 예매. 토요일에는 비가 올거라해서 좀 걱정을 했다. 반드시 버스를 타고 가야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를 읽고서 다시금 '차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는 것도 다양한 오염 및 손실을 발생시키지만, 자가용보다는 나으니까. 차선책으로 선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떤 때인가? 차편을 기다리는 시간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 걷기 난폭한 운전(신호위반, 과속, 자..

아들아, 돈을 벌려면..

아들은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어?' 묻는다. 모두 이야기해주지 않지만, 내 생각을 대부분 이야기 해준다. 묻는 말에는 모두 답해준다. 돈을 벌려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해줘야해. 그리고 아빠의 시간을 써야해. 보통은 시간을 더 많이 써야 돈을 좀 더 벌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아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모두 갖고 싶어 한다면 아빠는 더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고. 그럼 아침에 아들 일어나기 전에 일하러 가고, 잠들고 한참 지나야 집으로 올 수 있다고. 그리고 주말에도 같이 놀아줄 수도 없다고. (장난감이랑만 놀아야 된다고)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나에겐 거의 사실인 이야기다. 누가 아들에게 돈을 주는 건, 그 사람이 쏟은 시간과 노력으로 번 돈을 주는거야. 아이들에게가 아니구서야 다른 사람에게 돈을 그..

‘맛있는 과자 사먹어’라는 이름의 돈 

아들이 어른들에게서 직접 받은 돈 중 일부는 아들이 좋아하는 신발박스에 보관되어 있다. 요즘 큰 돈 내고, 거스름돈 받는 것에 흥미가 커서 그런지, 어디 나가자고 하면 자기 돈으로 과자 사 먹겠단다. >나 : 그래, 네 돈이지만, 먹을 건 아빠가 사줄테니까 민준이 마음을 좋게 해주는 걸 사자. 책이라든지 말이야. >아들 : 응. 그런데, 과자 사먹어 하면서 주시던데. 그렇다. 아들은 그분들이 돈주며 하신 말씀도 다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 이제 아이에게 돈 주실 때는 '재미있는 책 사 읽어.' 해주세요. 먹을 건 제가 사줄께요.

아들이 생각하는 돈맛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500"] Pictures of Money[/caption] 요즘 '돈맛'에 대해 알아가는 아들이랑 어제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시작은 이렇게.. 아들 : 아빠, 천원으로 뭘 살 수 있어? 나 : 껌 하나. 아들 : 오천 원으로는? 나 : 껌 다섯 개. 아들 : 오천 원으로 토미카 살 수 있어? 나 : 응, 하나 살 수 있어. 아들 : 그럼 만원으로는? 나 : 껌은 10개. (이 순간 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토미카는 2개 아들 : 그럼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하면, 터닝메카드 살 수 있어? 나 :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천원 더해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 : 나 만원이랑 오천 원이랑..

#018 아침 하이킹

주말 아침 아들과 하이킹.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물어보고 'YES'라는 답을 얻었다. 주말에야 숲에 가볼 수 있다. 아침에 밍기적 거리면 더 재미있는 놀거리(티비, 영화 등)에 아들일 뺏겨 버리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두룰수록 좋다. 이전에 걸어보니 아들은 쉬엄쉬엄 4킬로는 걸을 수 있었다. 1시간에. 늦은 속도가 아니다. 하지만, 완급을 조절하면서, 달래가면서 걷는 게 중요하다. 중간에 간식도 먹으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코스는 진주여고 뒤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서 전망대를 지나 걷는 길.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아들이 원하는대로 출발. 늘 옆에서 뒤에서 아들을 걱정하며 따라 걷는다. 이 정도 길에서는 넘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쓸 데 있는 걱정에 쓸데 없는 걱정까지 하는 게 부모니까. 아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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