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찍 일어날 일이 뭐 있나. 그런데 6시 30분에 일어났다. 화장실에나 갔다가 물이나 한 잔 마시고 다시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커피 마시며 빵 먹자."는 아내 말에 물을 데운다.
노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일출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노을을 즐기는 사람보다 일출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 노을은 어영부영 하다 보니 보게 될 수도 있지만, 일출은 그렇지 않으니까. 작정하고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일출은 더 귀하기도 하다. 일요일 아침 엉겁결에 여명을 선물 받는다.
토요일 아침은 보통 토스트와 커피, 우유로 해결한다. 아이들도 대강 챙겨 먹인다. 요즘에는 배달 음식도 한번씩 먹는다. 편한 게 최고.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짧은 시간도 선물 같다. 오늘은 또 어떻게 집에서 하루를 보내나. 고민하면서, 캡슐 하나, 뜨거운 물, 각설탕 두 개로 준비한 내 커피를 아내에게 맛보라며 권한다. 아내는 데운 우유에 캡슐을 두 번 우려서(아니, 캡슐은 한 번만 우리면 되는데.) 마신다.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는 경우는 없지만, 3주째 감기와 동거해서 그런가 달달한 게 당긴다. 뜨거워서 홀짝이며 다시 아내를 마주한다.
아내는 자꾸 늘어만 가는 아들의 거짓말 때문에 고민이다. 초3 아들은 온라인 덕분에(?)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제주도 다녀온 이통장들로부터 시작된 진주 지역의 지역 감염 전파로 갑작스럽게 학교에 가는 날이 팍 줄었다. 아내는 아들에게 풀어야 할 문제지를 숙제로 내준다. 일기며 독서장도 해야 할 게 무엇인지 같이 챙긴다. 아들은 실수로 그런 건지, 잊은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문제는 빼먹고 풀고, 일기는 쓰지 않기도 한다. 우리 몰래 티브이를 보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도 본다. '알아서 한다'는 점에서 분명 아들은 성장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점에서도 아들은 성장했다. 어디를 가든 엄마, 아빠한테 딱 붙어있던 아들이었으니, 대단한 발전이다. 하지만 엄마를 속이니 아내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급기야 집 안에 CCTV를 달아보는 것은 어떤가 하는 말까지 나왔다.
나는 신이 났다. 철없이. 새로운 전자제품을 구경하니 신이 났다. 하지만, 아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홈캠을 달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좀 자신이 없다. 아이라고 해도 우리가 감시해도 될까.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홈캠을 달아도, 어떻게든 다른 꼼수를 찾아내지 않을까. 홈캠을 단다고 하면 아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다. 아내 몰래 내가 아들에게 먼저 물어볼까.
약속을 하고, 거짓말에도 몇 번 속았으니, 홈캠이라는 처방이 필요하다는 게 아내의 생각인 것 같다. 그래. 티비티브이 보며 문제를 풀고, 가끔 답지에서 답을 베끼기도 하면, 이건 '해야 할 일을 한다'라고 할 수도 없다. 나는 티브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걸 조절할 수 있을 방법이 있을까. 감시한다고 하면 나아질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역시 커피는 뜨거울 때 호로록 마셔 버려야 한다. 글을 쓰려고 생각하는 사이, 새벽은 온데간데 없고, 커피 컵은 아주 차갑기까지 하다. 이제 딸 옆으로 가서 책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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