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27

#003 오랜만에 처음이네요

'처음'과 '오랜만'사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어교육을 전공하며, 학부에서 공부한 짧은 지식이 아이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성장에서 키를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언어다. 그걸 옆에서 관찰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아들이 요즘 자주 실수하는 표현이 '처음이다'와 '오랜만이다' 왠만에 욕조에 물을 받고 들어가서 씻었다. 아들 : "아빠, 이렇게 물받아서 씻는 건 처음이다." '오랜만이다'를 써야 할 때, '처음이다.'를 쓰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일단 두 표현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설명했다. '처음이다.'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하게 될때쓰는 말이다. 코끼리를 실제로 처음 봤어. '오랜만이다.'는 이미 해봤던 것인..

#001 아들의 1674일 : 되고 싶다

"강*영이 되고 싶다." 재우려고 같이 나란히 누웠는 데, 갑자기 아들은 친구이름을 대며, "강*영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어진 대화. 나 : "왜 강*영이 되고 싶어?" 아들 : 청소기도 선물받고, 자물쇠도 선물받아서. 나 : 그래? 왜 *영이만 그 선물을 받았을까? 아들 : 몰라. 나 : 선생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아들 : 비밀이라고 모른다고 할걸? 나 : 왜? 아들 : 아, 자꾸 왜 라고 묻지 말고. 나 : 왜 선생님이 그 친구한테만 선물을 줬을까? 아들 : 나도 선물 받았어. 색종이. 아들을 재우고 나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주말 있었던 운동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다. 강*영이 행운권 추첨에 뽑혀서 진공청소기를 받았다는 것. 자물쇠는 다른 아이가 자전거를 받으면서 같이 받..

카테고리 없음 2015.10.12

입덧과 아들

입덧. 한 5년 전만 해도, 입덧은 티브이 드라마 속에서 여배우들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시어머니 앞에서 '욱, 욱' 토할 듯 말 듯한 것이었다. 임신의 징후를 보여주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곧 나에게 입덧은 생활로 다가왔다. 첫째를 입원했을 때, 아내의 입덧은 정말 심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내도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했다. 먹는 족족 토해냈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이비 스낵, 얼음, 물 뿐이었다. 냄새 때문에 집에서 밥을 할 수 없었고, 냄새가 심한 음식을 조리할 수도 없었다. 나는 같이 굶기도 했다. 그래도 그때는 아내와 나만 돌보면 되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때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이제 아내는 둘째를 임신했고, 입덧..

인센셥, 마음의 씨앗, 대니얼캐너만, 4살짜리 기억

오늘 아침도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랑 어린이집에 가는 게 좋아, 이모님이랑 집에 가는 게 좋아?" “아빠랑" “왜?" “몰라~" 아들은 나랑 놀다가 가끔은 내 등 뒤로 와서 나에게 기대며, “아빠, 사랑해.” 합니다. 그럼 저도 “아빠도 아들 너무너무 사랑해.”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놀기 시작하죠. 이렇게 무심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물론 자려고 누운 아들에게도 ‘사랑해’ 이야기 하고, 뽀뽀도 해줍니다. 우리 아들이 이런 순간들을 기억할까요? 기억 못 할 것 같습니다. 기억 못 할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 저는 저의 4살 때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실 6살 때의 일도, 7살 때의 일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좋은 아빠 되기

좋은 아빠가 되기. 학생들의 동아리 발표대회가 있었다. 그동안 동아리 활동으로 해온 것들을 전시하고, 보여주고, 또 자신들의 동아리를 알릴 기회로 모두 열심히 준비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잘 되어 있는 동아리 중 하나인, Lectino에 들렀더니 ‘가치경매’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들 - 돈, 건강, 가족, 사랑, 자유 등- 을 제시하고, 10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돈을 주어진 덕목들에 투자하라는 것. 아주 훌륭하게 분류된 덕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가족과 사랑이 왜 별개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어디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할까 봐 잠깐 생각해봤다. 잠깐 생각해도 망설일 것 없니, 가족, 사랑, 건강. 그중 하나를 고른다고 해도 가족. 내가 아빠로, 남편으로 살아..

[산청]속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주는 정취암

아이가 걷고, 뛸 수 있게 되면서 휴일에는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아이가 안전하게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 데, 그렇다고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하면 그 시간도 좀 아까우니까. 그동안 가봤던 곳을 떠올려보면, 전라도는 순천, 경북은 경주가 이동 시간도 적당하고 아이와 할만한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안압지에 가서 그 옆 나무 숲에서 좀 쉬었는 데, 그보다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요즘 유행하는 팡팡(혹은 방방)타는 곳도 좋아하고 키즈카페도 좋아하는 데, 일단 대부분의 키즈카페가 너무 좁은 곳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들어가 노는 것 같아서 저는 그 속에서 아이를 보는 게 더 피곤하더군요. 얼마 전에는 백화점에 있는 좀 넓은 키즈카페에 개점 시간에 맞춰서 갔더니 좀 나았..

여행/국내 2014.10.14

아들 200일 촬영 후기

오늘은 아들 200일 촬영을 한 날입니다. 새벽에 그친다던 비는 그치지 않아서, 목발이 있어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 다친 아빠는 마음이 탔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도 부르고, 매제도 부르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아들은 그래도 점심때쯤 한 시간정도 낮잠을 열심히 잘 잔 탓에 컨디션이 좋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셀프스튜디오는 지난번에 갔었던 곳을 다시 찾았기 때문에 익숙했습니다. 지난 번에 사진을 여러장 찍지도, 또 여러 테마의 배경을 이용해서 찍지도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은 지난번보다는 그래도 조금 욕심을 냈습니다. 아이도 100 더 자란 만큼 촬영에 덜 피로를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중간 중간에 물도 먹이고, 과자도 먹이면서 기분을 봐가며 촬영했습니다.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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