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816

아들의 사춘기가 움트다

아들은 벌써 중학교 입학을 준비한다. 한창 갖고 싶은 게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들에게 계속 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엄마가 지칠 때까지 뭔가를 계속 이야기 하는 바람에 이제 아들 물품 쇼핑은 내 몫이 되었다. 롯데몰 나이키 매장으로 갔다. 군인 가방처럼 생긴 가방인데, 나도 마음에 들고 아들도 마음에 들어했다. 가격은 119,000원. 흠. FILA에서 본 책가방은 15만원이니 이 정도면 저렴하다고 해야 하나. 다른 곳에서도 보고 같이 본 가방이 모두 마음에 든다고 했다. 결정은 하지 못했으니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시원시원하게 돈을 쓰지는 못하는 나라서, 가방이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결국 아들이 원하는 걸 사주기로 했다. 아들은 산타에게 학원 가방을 선물 받고 싶단다. ..

최참판댁에서, 매일의 성취

여름 같은 날씨다. 반팔에 바람막이 정도만 입어도 춥지 않았을 날이다. 아주 오랜만에 이웃에서 가깝게 지내는 가족과 하동으로 향했다. 쌍계사도 가보고, 평사리도 가보고, 동정호도 가봤지만 최참판댁에는 아직 가보지 않았었는데, 오늘 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최참판댁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넓은 뜰에서 투호도 던지고 재기도 차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했다.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도 좇고, 잡기 놀이도 했다. 그 사이 잠시 혼자 최참판댁 안을 살펴 보았다. 토지를 읽었어야 하는데, 여기 오니 당연히 읽었어야 했는 데 읽지 않은 것 같아서 좀 부끄러워 진다. 토지만 읽지 않은 것이 아니다. 태백산맥도 읽지 않았고, 아리랑도 읽지 않았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지만, 토지만큼은..

왜 아빠는 미안하단 걸까

아빠는 미안하단다. 원해서 다친 것도 아니고 원해서 수술을 또 해야 하는 게 아니고, 와중에 아빠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미안하단다. 나에게 잘못한 게 없고, 아빠는 내게 빚진 것도 없는 데 미안하단다. 아빠는 어떠해야 내게 미안하지 않을까. 아빠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벌써 2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아래에는 '역시 자연이 좋아.'라고 적혀 있지만, 아빠는 2년간 산에 가 본 적이 없다. 두 발로 힘차게 걷지 못하고 있다. 1톤짜리 무게에 깔려 그 형태를 잃었던 우리 아빠의 발은 그래도 수술 덕분에 발등까지는 모양을 제법 갖추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발가락뼈를 덮고 있는 살이 부족해서 피부가 자꾸 탈이 났고, 그래서 또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좀 잘라냈다. 마치 손발톱을 자르듯 이렇게 수술을 해도 되는..

파타고니아 신칠라 털빠짐 줄이기

나는 파타고니아가 최고의 의류회사라고 생각한다. 유니클로에서 파는 후리스 재킷은 4만원 정도겠지만 파타고니아 신칠라 재킷은 2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청바지를 제외하고는 파타고니아에서 산다. 파타고니아는 옷을 만들기 위해 면이나 나일론 섬유를 만들기 위한 오염,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오염, 그 이후의 오염까지 최소화 하고 막기 위해 돈을 쓴다. 옷을 적게 사야 하겠지만 그나마 파타고니아에서 옷을 사면 환경에 대한 임팩트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타고니아에서 신칠라 재킷을 샀더니 박스 안에 이게 들어 있다. 신칠라 재킷에서 털이 제법 빠지나 보다.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옷'을 만드는 회사는 아닌가 보다. 예전에도 신칠라 풀오버를 샀다가 팔았던 적이 있다. 옷은 이뻤는데, 털이 자꾸 빠져서 가..

일상사/Stuff 2023.11.24

추석날 만나는 고향 친구

햇수로 35년은 되었을 친구를 만났다. 고향친구라고 해야 이제 별로 남지 않았지만, 떠나왔다기 보다는 멀어졌다. 나는 반드시 자주봐야 ‘친구’라고 기억하지 않지만 관계란 자주 봐야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아이들 몸이 안 좋아지면서 서울여행도 급히 끝내고 본가에도 가지 못하게 되면서 부산에서 보기로 했던 이 친구를 보지 못할 뻔 했다. 우리 부모님이 이사를 한 같은 동네에 그 친구의 부모님도 살고 계셨다. 어릴 적 집 앞에서 만나듯 오늘은 걸어서 나와 만났다. 나 혼자서 부산에 갔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부산에 가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을 부산에서 먹었다. 차례도 지내지 않는데, 우리 먹으라며 나물, 튀김, 탕국까지 했다. 유튜브를 보고 배웠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

원두기록: 게이샤

원두기록: 게이샤 20230916~20230921 처남이 가족과 함께 진주에 내려왔다. 늘 아이들과 아내의 선물을 사오는데, 우리 아들은 무려 노트북을 받았다.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던 선물이어서 일까 아들은 몇 시간 동안 노트북을 잡고 있었다. 아내에게는 화장품이었고 그 외에도 물 건너온 간식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내 선물도 있었는데, 커피 원두였다. 늘 비싸고 좋은 선물만 하는터라 받으면서 부담이 되었는데, 맛있게 먹으면 되지 않겠나. 그냥커피 에서 나온 원두였다. 파나마 에스파랄다 게이샤 '신의 커피'라고 불린다는 데, 그 명성에 비한다면 가격은 비싼 게 아니려나. 생장 속도가 느려서 비료도 두 배가 든다는데, 나는 그런 작물이라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좋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먹는 것..

일상사/Stuff 2023.09.22

좋아하던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리스트'가 끝나고..

악당을 연기하는 기분은 어떨까? 매력적인 범죄자가 있을까? 적어도 James Spader 가 연기한 범죄자는 매력이 있었다. 와인부터 예술작품까지 취향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으며,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감쪽같이 선물을 준비하고, 그러면서도 전세계에 펼쳐져 있는 범죄조직을 관리하는 사람. 나는 제법 많은 밤을 그가 출연한 The Blacklist를 보면서 보냈다. 2013년부터 제작 방영되었다지만 나는 한참 후에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넷플릭스에서 매주 월요일 새로운 에피소르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초반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졌고, 제작비도 줄어들었는지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자원도 너무나 줄었다. 그래도 James Sapder 혼자서도 극을 끌어나갈 수 있었다. 줄거리 ..

8월 넷째주 사진들

독서당 정글북에서 지난 주말을 보냈다. 복층형방은 겨울에나 좋을 것 같다. 더운 기운이 몰려들어 밤에 잠을 잘 수는 없다. 나무 그늘아래 있는 9호방이 좋아 보이더라. 그래도 브롬톤을 가지고 가서 잘 놀았다. 아들을 타게 해봤는데, 안장만 낮추고도 잘 타더라. 브롬톤을 타다보면 익숙해진다. 장마 때에는 머다가드가 있는 브롬턴만 타다 보니 오랜만에 제이미스 오로라에 앉아 출근을 하려니 자세가 어정쩡하다. 금요일 멀고도 먼 서울 출장길. 브롬톤을 대동했다. 때마침 타이어가 약간 찢어졌길래 BB5구경도 했다. 고교학점제.. 갈 길이 멀다. 서울에는 차도에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쓰여 있었다. 차도를 달리는 게 좀 겁은 났지만, 그래도 좋더라. BB5 에서 나와 서울역으로 가는 길, 한강을 따라 달린다. 서울 ..

8월 셋째주 사진들

독서모임가서 연필을 선물 받았는데, 내 필통은 너무 속좁다. 연필이 삐져나왔다. 이번주는 비예보가 꾸준히 있어 브롬톤으로만 자출을 해야 했다. 비는 오지 않았다. 학생 대상 강의 때문에 진명여중에 갔었다. 분위기가 좋았다. 중학교 근무할 때 참 재미있었지. 바쁘면 글씨가 엉망이 된다. 종치면 바로 마친다!! 내 모토다. 그러기 위해 서둘렀다지만, 글자의 형상이 아니네.

태풍 카눈이 오지만 편안하기만 한 새벽

태풍 카눈은 오늘 9시 통영에 상륙한다고 한다. 신식 아파트인 우리집에서는 밖에 비가 쏟아져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나는 선풍기 소리를 퍼붓는 빗소리로 착각하고 몇 번 눈을 떴다. 어제 저녁 먹은 수박 탓도 있다. 지금 4시 56분,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많이 온다. 점멸하는 신호등이 태풍에 대비하라는 신호 같기도 하다. 태풍을 대비해서 미리 대피한 사람들도 있다는데, 걱정없이 방에 누워 밖을 구경하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다. 아들은 오늘도 일찍 일어났고 학원 숙제를 하고 있다. 나도 다시 잠들기를 포기하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미국 여행기를 마무리 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실 녹차를 준비하면서 아들에게 먹일 토스트도 준비한다. 아들은 녹차를 마시지 않는다. 약간 떫은 맛이 싫을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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