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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오랜만에 처음이네요

'처음'과 '오랜만'사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어교육을 전공하며, 학부에서 공부한 짧은 지식이 아이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의 성장에서 키를 제외하고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언어다. 그걸 옆에서 관찰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 아들이 요즘 자주 실수하는 표현이 '처음이다'와 '오랜만이다' 왠만에 욕조에 물을 받고 들어가서 씻었다. 아들 : "아빠, 이렇게 물받아서 씻는 건 처음이다." '오랜만이다'를 써야 할 때, '처음이다.'를 쓰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그래서 일단 두 표현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설명했다. '처음이다.'는 해본 적이 없는 것을 하게 될때쓰는 말이다. 코끼리를 실제로 처음 봤어. '오랜만이다.'는 이미 해봤던 것인..

#002 학생들의 유등은 버려진다

[caption id="" align="alignnone" width="500"] [오징어 아저씨][/caption]아침 직원회의. 교실에서 아이들 자습을 지도하다가 본관에 있는 본교무실로 간다. (아이들 자습 지도한다는 건, 떠드는 아이들에게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라는 지도를 말한다. 내일부터 시험이라 금새 분위기는 진정이 된다. 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즐거움이 있다. 자습이나 영어듣기는 그 재미를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리라.) 특별한 안건은 없다. 학생들의 외투 착용에 대해 지도해달라는 것. 요즘에는 하복이나, 동복을 어떤 시기에 입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학창시절을 기억해보면 그대로 조금 차이가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몇 일부터 하복을 입을 것, 몇 일부터 ..

#001 아들의 1674일 : 되고 싶다

"강*영이 되고 싶다." 재우려고 같이 나란히 누웠는 데, 갑자기 아들은 친구이름을 대며, "강*영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어진 대화. 나 : "왜 강*영이 되고 싶어?" 아들 : 청소기도 선물받고, 자물쇠도 선물받아서. 나 : 그래? 왜 *영이만 그 선물을 받았을까? 아들 : 몰라. 나 : 선생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아들 : 비밀이라고 모른다고 할걸? 나 : 왜? 아들 : 아, 자꾸 왜 라고 묻지 말고. 나 : 왜 선생님이 그 친구한테만 선물을 줬을까? 아들 : 나도 선물 받았어. 색종이. 아들을 재우고 나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주말 있었던 운동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다. 강*영이 행운권 추첨에 뽑혀서 진공청소기를 받았다는 것. 자물쇠는 다른 아이가 자전거를 받으면서 같이 받..

카테고리 없음 2015.10.12

교수님은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셨다

교수님은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셨다. 내가 사랑하는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서울에 계시고, 나는 진주에 있으니 그렇고, 교수님은 이제 강의를 하지 않으시고, 나도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서로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마음으로 그리워하고, 늘 보고 싶은 교수님. 아들과 같이 나가서 인사를 시키려고 했는 데, 아들은 백화점에 갔다가 이미 지친 것 같았다. 요며칠 일찍 일어나서 꽤 피곤했던 듯. 그래서 아들을 얼른 집에 데려다 놓고 교수님을 만났다. 육식은 잘 안 하신다고 해서, 해물칼국수집으로. 나는 손녀를 어떻게 키우고 계신가, 어떤 느낌이신가 궁금했고, 그 얘기들을 주로 했다. 나도 내 아들 얘기를. 교수님께 밥 한 끼 대접하는 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커피를 사겠다는 교수님. 자리를 옮겨 커피숍..

자출준비 #1 (23 Jan, 2015 | Cycling | 8.68 km | 00:40:43)

새학기가 되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집에 아내와 제가 차를 각 한 대씩 가지고 있는 데, 아내가 휴직할 계획이라 차를 한 대 처분해야 한다는 게 첫번째 이유입니다. 물론, 출근하는 제가 차 한 대를 사용하면 되지만, 멀지 않은 거리니 충분히 자전거로 출퇴근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운동시간을 내는 게 아니라,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는 게 시간의 활용면에서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집에 들인 브롬톤이 너무 그냥 ‘쉬고’ 있다는 겁니다. 사용하지 않으니 관리도 소홀한 것 같아서 더 많이 사용하면서 더 잘 관리해줘야 겠다 생각 중입니다. 출퇴근 거리 차로 기준 : 6.09km 자전거 도로 기준 : 13.03km 진주는 남..

일상사/자전거 2015.01.23

세상을 편집하는 '나'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를 읽고. 학문 일정한 이론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체계화된 지식. 인문 과학, 자연 과학, 사회 과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에디톨로지저자김정운 지음출판사21세기북스 | 2014-10-24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당신은 ‘변태’인가?그렇다면 창조적 인간이다! 모래밭에 나체의 ...글쓴이 평점 김정운 교수는 책을 열면서, 자신이 최초로 가졌고, 그가 잘 알고 있던 것들이 그보다 더 유명하거나,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로 했다. 그 핵심 단어는 편집이고, 편집학이라는 말대신 에디톨로지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학문의 정의는 일정한 이론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체계화된 ..

입덧과 아들

입덧. 한 5년 전만 해도, 입덧은 티브이 드라마 속에서 여배우들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시어머니 앞에서 '욱, 욱' 토할 듯 말 듯한 것이었다. 임신의 징후를 보여주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곧 나에게 입덧은 생활로 다가왔다. 첫째를 입원했을 때, 아내의 입덧은 정말 심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내도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지 못했다. 먹는 족족 토해냈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이비 스낵, 얼음, 물 뿐이었다. 냄새 때문에 집에서 밥을 할 수 없었고, 냄새가 심한 음식을 조리할 수도 없었다. 나는 같이 굶기도 했다. 그래도 그때는 아내와 나만 돌보면 되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때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이제 아내는 둘째를 임신했고, 입덧..

인센셥, 마음의 씨앗, 대니얼캐너만, 4살짜리 기억

오늘 아침도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랑 어린이집에 가는 게 좋아, 이모님이랑 집에 가는 게 좋아?" “아빠랑" “왜?" “몰라~" 아들은 나랑 놀다가 가끔은 내 등 뒤로 와서 나에게 기대며, “아빠, 사랑해.” 합니다. 그럼 저도 “아빠도 아들 너무너무 사랑해.”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놀기 시작하죠. 이렇게 무심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물론 자려고 누운 아들에게도 ‘사랑해’ 이야기 하고, 뽀뽀도 해줍니다. 우리 아들이 이런 순간들을 기억할까요? 기억 못 할 것 같습니다. 기억 못 할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 저는 저의 4살 때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실 6살 때의 일도, 7살 때의 일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파도, 기다림, 서핑

오늘로 두번째 서핑강습. 서핑보드의 명칭 배우기, 패들링 요령, 푸쉬 자세, 스탠드업 자세 연습. 물에 들어가서는, 패들링 연습, 푸쉬 연습, 스탠드업 연습. 물론 푸쉬부터는 패들링을 잘 하고, 파도에 박자를 맞춰야 가능하다. 첫날은 그냥 패들링이 힘들더라. 오늘. 10시 20분쯤 도착. 12시 30분 정도까지 서핑을 한 것 같다. 아, 정확하게 말하면, 물 속에 있었다고 해야 할까. 파도가 좋아서 인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내가 나와서 점시 먹으러 가는 길에 보니 30명 정도가 물 속에 들어가 있었다. 온 몸에 힘이 없어서 좀 일찍 나올까 하다가도 파도 하나가 일렁여 오면, 이것 한번 만 더 타보자 생각하고, 또 열심히 팔을 젖고. 한 번만 성공하고 가야지 하면서 3, 4번은 실패하고, 한 번 성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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