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은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셨다.
내가 사랑하는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서울에 계시고, 나는 진주에 있으니 그렇고, 교수님은 이제 강의를 하지 않으시고, 나도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서로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마음으로 그리워하고, 늘 보고 싶은 교수님.
아들과 같이 나가서 인사를 시키려고 했는 데, 아들은 백화점에 갔다가 이미 지친 것 같았다. 요며칠 일찍 일어나서 꽤 피곤했던 듯. 그래서 아들을 얼른 집에 데려다 놓고 교수님을 만났다. 육식은 잘 안 하신다고 해서, 해물칼국수집으로. 나는 손녀를 어떻게 키우고 계신가, 어떤 느낌이신가 궁금했고, 그 얘기들을 주로 했다. 나도 내 아들 얘기를. 교수님께 밥 한 끼 대접하는 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커피를 사겠다는 교수님.
자리를 옮겨 커피숍으로. 커피는 늘 따뜻한 것만 드시는 교수님.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만 3살 손녀가 내뱉는 단어들을 채집하며, 육아일기는 쓰는 우리 교수님. 아이의 언어습득을 보는 교수님의 환희를 나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아들을 보며 놀랐거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같이 나눴다. 학교 생활은 어떤지, 교사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지, 교수님의 일과는 어떤지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서점에 가서 '윤미네 집'책을 사서 교수님께 집에 있던 책과 함께 선물하려고 했는 데, 서점에 갈 시간이 안되어서 집에 사두었던 '작은 책방, 책 쫌 팝니다.'를 선물해 드렸다. 그리고 일부러 가지고 나간 '킨들 페이퍼 화이트'도 구경시켜드렸다.
무슨 이야기를 더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 데, 교수님은 애아빠를 너무 오래 잡고 있었다며 얼른 들어가라 하셨다. 그렇게 2시간 반가량만 시간을 보냈다. 내가 태워다 드린다고 해도, 택시 타는 것만 보겠다고 해도 교수님은 가방을 들고 걸어 가셨다. 걷고 싶다며. 그게 교수님답다 생각이 들어서 더 권하지 않았다. 나는 '교수님같은 나'가 될 수 있을까? 또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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