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되어 실제로 뵙기도 했던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대화 중에 “선생님은 사교육으로 오실 생각 없으신가?”였다. 흠. 대화의 주제는 아니었지만, 거기서 일하고 계신 선생님에게 그 질문을 들으니 왠지 혼자 좀 진지해졌다.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자리를 옮기신 ‘성공적인 사례’까지 말씀해주셔서 일단 “제가 그렇게 자리를 옮기면, 완전 초짜로 다시 시작해야지요.” 라고 답을 하고, 그에 대해 짧게나마 글로 남겨보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대학시절 과외를 해보고, 동네 작은 보습학원에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수업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맛’만 본 것일뿐 ‘업’으로 삼는 것과는 다르다. 고로, 요즘 학원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듣는 게 다랄까. 학부모가 되면, 내 아이로부터 학원 얘기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학원의 현재에 대해서 모르지만, 그래도 학원으로 옮긴다면 어떤 장점/단점이 있을까 생각나는대로 써본다.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학원과 학교를 비교하거나,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을 비교하기 위한 글이라기 보다는, 갑작스런 질문으로 내가 '학교를 벗어나서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데 대해 생각해본 것에 가깝다. 오해 없으시길.)
우선 나빠지게 될 것을 생각해보기로.
- 학원의 물리적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 출퇴근 시간은 당연하고, 학원이라는 공간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시간표가 운영되는 방식, 학생을 조직하고 교재를 선정하고, 학원이 운영되는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학교간 이동을 해도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는 데, 그러한 적응기간은 여러모로 마이너스. 적응 자체에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을까.
-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임용을 준비하다가, 지금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는 ‘학생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라고 말했다. 학원의 운영관점에서 말이다. 한 학생이 그만두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 학생은 손님이다.
- 교육정책에 더욱 재빠르게 반응하거나, 정책보다 먼저 반응해야 할 것 같다. : 내가 확실히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입시 정책이나 교과목에서 강조하는 부분의 변화가 감지되면, 이를 먼저 적극수용하고 판매에 활용하는 게 학원 운영에서 중요할 것이다. 그럼 강사도 이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나는 것이다. NEAT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었을 때, 학교에서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학원에서라면?
- 다시 공부해야 한다. : 학교의 절대적 커리큘럼은 교과서다. 학원은? ‘내 커리큘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건 나빠진다기 보다는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부분에 가깝겠다.
- 밤시간 활용이 어렵다. : 그렇다. 밤에는 늘 일을 해야 한다.
역시, 학원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좀 더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같은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협력할 방안도 있지 않을까?)
좋아지게 될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 임금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 나에게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수입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꼭 학원에서 월급을 받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부가수입을 얻을 수도 있다. (교사가 과외 수입을 얻으려면 책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문제지를 쓰는 것에는 반대.)
- 낮 시간은 활용가능 할 것이다. : 나의 경우에는 아내가 부탁하는 은행업무, 우편업무 등을 해줄 수 있게 된다.;
- 내 성과에 대한 보상이 더욱 눈에 띄지 않을까? : 나의 능력(이 능력을 어떤 요소들의 합이라고 봐야 할 지 애매하지만)이 있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도 늘어날 것이다. (학생수, 수업시간에 대한 선택)
모르는 것에 대해 쓰는 바보같은 짓을 하고도 느끼는 바가 있긴 하다. 학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고, 전문과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모른다는 점은 자뭇 기이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사교육에 투입되는 거대한 자본에 대해 걱정하고, 입시제도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사교육에 대한 비판을 해대면서, 사교육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 다음에 만나면 학원이나 과외 자체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봐야 겠다.
나는 영어를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도 많지만,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우는 교사가 되고 싶다. 영어를 가르치러 드러가면 나는 학생들에게서 거의 배울 게 없다. 학생들과 함께 삶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서 교실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런 교실 수업에 영어가 함께 한다. 어디라도 그런 공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직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정년이 얼마가 되던, 나는 자주 ‘지금 그만둔다면..’ 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교사임’이 내 성장의 유일한 방식이 되지는 않지만, 지금은 내게 꽤 잘 들어맞는 방식이다. 그 방식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계속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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