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77

#012 몸살기운에 시달린 박선생

주말동안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앓아 누울 정도는 아니지만, 목이 아프고, 몸에 힘이 없고. 어쩌면 아프다고 생각하고 인정하는 순간 더 확실히 아프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한주를 어떻게 시작하나 걱정이 되었다. 내가 힘이 없거나 아프다고 하면 아들은 나에게 다가와 내 옆구리든 어디든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주유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는 '이제 충전됐어?' 묻는다. '아니.' 라고 대답할 때가 많다. 그래도 이내 '어, 이제 다 됐어.' 한다. 아들이 힘이 없을 때도 내가 충전해주고는 하는 데, 아들은 보통은 먹을 걸 줘야 해결이 된다. 오늘은 아들한테 충전도 받고 아내에게도 충전을 받고 싶은 날이었다. 그렇게 낮게깔린 먹구름처럼 몸이 축처져 있었다. 몸이 좀 피곤..

독서중: 정치화된 주체들

페이스북 친구로 늘 생각할 글을 보여주시는 전성원 선생님의 책을 이제서야 읽고 있다. 두꺼워서 미루고 있었는 데, 인물별로 나뉘어 있어서 되려 읽기에 편하고 진도도 잘 나간다. p175. > 각각의 개인이 지닌 '시민적 품성civic virtue'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서로 고립되어 있다면 이들이 공동체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역동적인 소셜네트워커들의 출현은 대중민주주의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미디어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세대로서는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SNS는 물론 현재까지 진화된 그 어떤 뉴미디어.뉴커뮤니케이션 기술 장치도 스스로 정치화된 주체들보다 전복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발췌 분은 소니워크맨을 만들어낸 '모리타 아키오' 섹션 마..

#011 왜 인터넷에 자료를 올리나?

새로 맥 컴퓨터를 사고 Youtube에 올려진 많은 영상을 보고 너무 도움을 받아서, 과연 그들은 왜 자기 시간을 내어 그런 영상을 찍어서 올렸을까 라는 취지로 글을 올리신 선생님의 페이스북 글 아래 내가 남긴 답글. 다니엘 핑크가 말한 세 가지 힘 때문이 아닐까요? Autonomy, Purpose, Mastery. 저는 우선 내가 아는 만큼의 이 얕은 지식도 경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받아온 도움들에 대한 일종의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할까요? 자신의 시간을 내어 자료를 만들어 올려준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해 보답하는 방법은 제가 또 제 시간을 내서 누군가를 도와줄만한 자료를 만드는 것이죠. (purpose)/ 그리고 제가 선택해서 하는 거라 큰 부담이 없고, 작업 일정도 주제도 ..

#010 단속사회. 엄기호

우리에게 부재한 것은 실존적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전환하는 관계의 부재다. 이런 관계가 부재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남도 듣고 참조하면 좋을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 또한 정승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참조점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누군가의 참조점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존재감을 획득하고 공적인 존재로 설 수 있다. 내가 참조할 그룹도 없지만 동시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참조점이 되어 조언을 줄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지극히 사사로운 관계 혹은 동일한 관계다. 이 책의 표지에 쓰여진 글이다. 정치적 공간이란 사적인 경험을 공적인 언어로 내어 놓은 을 수 있는 자리,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것으로 전환하여 시스템이 개입..

#009 새롭게 벌인 일 : 동영상 제작

편집은 제가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사진 편집, 동영상 편집. 모두 기능적인 편집 능력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심미적인 편집을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꽤 찍을 때도 괜찮은 커브를 구해다가 썼고, 영상은 자르고 붙이기 정도만,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이벤트(아내에게 프로포즈, 아들의 돌잔치)가 있을 때만 만들었습니다. 물론 거의 편집없이 날 것으로 올리는 작업은 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은 모두 flickr가 Youtube로 자동 업로드 됩니다.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필요할 때 둘러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편집은 어려운 일이고, 꺼려지는 일입니다. 글쓰기보다 더 말이죠. 그래도, 새롭게 일을 벌였습니다. - 수업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 - 책소개 동영상을 제작..

학교 관련 2015.10.28

#008 반아이들과 서핑을?

EBS의 하나뿐인 지구라는 프로그램의 오늘 주제는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작년 11월에 서핑 강습을 딱 두 번 받고, 그 두 번 밖에 서핑을 해보지 못했지만, 서핑은 최고의 스포츠다. 그리고 EBS의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처럼, 서핑을 하면 환경을 생각하게 된다. 서핑은 왜 최고의 스포츠인가? 최고의 스포츠 따위를 선정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해본 운동들 중에서 최고로 즐거웠던 운동이 서핑이다. 그러니 왜 서핑이 좋았는 지 한번 생각해보기로 한다. 물에서 하는 운동은 즐겁다. 새벽 수영을 할 때, 새벽에 일어나는 것 빼곤 다 좋았다. 물 속에 풍덩 빠지면, 물방울이 깨지는 소리며, 물이 내 얼굴과 몸에 닿는 느낌이며 모두 좋았다. 그리고 내 몸을 움직이면 물 사이를 내가 지나가게 된..

#007 우리반 작은 책꽂이

우리반 교실에는 작은 책꽂이가 있다. 내가 집에서 가지고 왔고, 내 책도 많이 갖다 두었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친구들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갖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꽂혀 있는 책이 20권 남짓이다. 내 국민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교실 안에 여러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학급문고 라는 것은 자취를 감춘 것일까? 중학교 근무하면서는 보지 못했고, 작년에 김해외국어고등학교에 근무할 때만 학교전체에서 학급문고를 조성했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까 어떨까 고민을 했지만, 일단 우리 교실에는 학급문고를 만들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책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책이 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도 책을 더 갖다둬야 하는 데, 책에 대한 안내를 간단히 해서 몇 권은 표지를 앞으..

#006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조언

수험생들을 마주했다. 펜만 들면 글이 써질 것 같은 착각을 자주 하고 펜을 잡으면 쓸 말이 무엇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걸을 수 있으면 당장 나가 걸으면서 눈 앞에 꺼내두었던 생각꺼리를 다시 입 안에 넣고 걸으며 씹으며 생각을 펼치고 으게어 또 다른 생각들과 엮기라도 할텐데. 컴퓨터에 앉아서 키보드를 마주하기만 하면 A4 한장은 금새 진솔한 문장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생각들을 쓸 것 같은 착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그러고 컴퓨터에 앉아서 페이스북을 열면, 노티만 확인하고 손과 키보드를 할 일을 잊는다. 그.래.도. 키보드에 손을 얹고 있으면, 쓸 수 있는 것들이 생각난다. 오늘 내가 담임을 했던 학생들을 만났다. 정말 얼굴만 보려고 진주에서 김해까지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운전해서 ..

#005 학교 가는 길

학생으로 3년 정도 한 학교에 등하교 하다 보면 늘상 다니는 길이라는 게 정해지고, 그 풍경도 너무나 익숙해 진다. 사계절을 세 번정도 보면, 비올 때 비가 많이 모여 떨어지는 구석이 어디인지, 가장 더운 교실은 어디인지, 가장 빨리 매점으로 가는 길은 어디인지 다 알게 된다. 교사로 일하면서 최소 3년은 한 학교에 있었다. 학생일 때처럼 매점에 뛰어 가거나, 야자 마치는 종이 치기 전에 선생님 눈을 피해 학교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없어서 어쩌면 학교 곳곳에 대한 기억은 더 적지만, 그래도 출퇴근 길은 등하교길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어쨌든 수업시간을 이겨내고 집에 무사히 가는 길이니까. 우리 학교에는 큰나무도 있고, 꽃나무도 있다. 이미 동백꽃도 봤고, 요즘에는 도토리 나무에 도토리가 그득하다. 도시촌..

#004 영어사교육 현장에서 일하게 된다면?

며칠전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되어 실제로 뵙기도 했던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대화 중에 “선생님은 사교육으로 오실 생각 없으신가?”였다. 흠. 대화의 주제는 아니었지만, 거기서 일하고 계신 선생님에게 그 질문을 들으니 왠지 혼자 좀 진지해졌다.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자리를 옮기신 ‘성공적인 사례’까지 말씀해주셔서 일단 “제가 그렇게 자리를 옮기면, 완전 초짜로 다시 시작해야지요.” 라고 답을 하고, 그에 대해 짧게나마 글로 남겨보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대학시절 과외를 해보고, 동네 작은 보습학원에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수업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맛’만 본 것일뿐 ‘업’으로 삼는 것과는 다르다. 고로, 요즘 학원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 학교에서 학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