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77

환자의 나날 : 그림일기를 그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

20160903 토요일 밤 9시 36분 소소책방에서 사온 ‘환자의 나날’을 손에 들었다가 결국 끝까지 읽었다. 양설탕(저자)님의 원고를 읽고 형언할 수는 없지만, 느낌이 팍 들어서 책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조경국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그림의 스킬로만 보자면 마쓰다 미리에 못하지만, 글은 훨씬 강력한 느낌이다. 전혀 무겁지 않은 데, 묵상집을 읽는 느낌. 긴글을 압축한 시를 읽는 느낌. 나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예술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예술가의 가치는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을 세상이 요구하는대로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상에 내놓는 태도에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양설탕 작가는 예술가답다. 솔직하기만 하면 거칠기 쉽고,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만 하면 지루하기..

책의 얼굴을 허하라. (영광도서 방문기)

중학교 때인 것 같다. 친구들과 자주 서면까지 버스를 타고 나갔다. 뭔가 대단한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시원한 동보서적에 갔다가 태화백화점에 갔다가 시원한 영광도서에 갔다. 뭘 사먹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서점에 들렀다. 시내 한가운데 큰 서점이 있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랜만에 부산본가에 온 김에, 아들 지하철도 태워볼 겸 영광도서로 향했다. 부산에서 생겨난 가장 큰 서점이고, 마치 마지막 서점인 것처럼 느껴지는 영광도서. 건물의 위치는 그대로다. 매장 건물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지만, 들어서면 두 개의 건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하 1층에는 가보지 않았다. 늘 그런듯이 모든 일정의 계획은 내가 세우지만, 일정의 진행은 아들..

20160408 지구인의 독서 첫모임

학교는 못 가게 되었지만, 예정되었던 독서모임은 했다. 학교에도 둘째를 안고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딸을 유모차에 태워 나가서 ‘지구인의 독서’ 모임 멤버들을 만났다. 예전부터 봐뒀던 동네 커피숍으로 갔다. 내부외부 모두 빨간 벽도로 장식된 커피숍이다. 바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다. 종업원 중에 여자는 없다. 여러가지 스페셜 메뉴가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더치커피에 크림을 얹은 메뉴. 다른 멤버들은 주로 과일쥬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리딸은 나를 향하게 해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자리에 나올 때, 인상깊게 읽은 책을 하나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나는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를 가지고 나갈 생각이었는 데, 그 책을 찾지 못해서 이계삼 선생님의..

가르치며 배운다

이 학생들이 1학년일 때에는 주로 직소방식으로 독해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그리고 핵심 표현이나 문법 사항들은 내가 설명하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 대부분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수업 방식에도 잘 따라왔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2학년이 되고 직소방식으로 독해는 하지 않고 학생들이 팀을 이뤄서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발표를 시키기로 했다. 이번 과에서는 전체 리딩의 도입부 해석 및 표현 설명 as if 에 대해 설명하고 예문 들기 it .. to verb 의 용례를 찾고 예문 들어 설명하기 문법이라고 해도 그 범위를 좁게 제시해서 너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했다. 사실,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친구들이 그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는 데..

교육과정 설명회, 부모님과의 첫만남

지난주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었다.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회이긴 하지만, 학교를 찾는 부모님들의 관심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보는 것. 아무래도 1학년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편이다. 아직도 학교는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이라는 대부분 생각하고 계신 것을 보면, 앞으로도 학교가 얼마나 많이 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담임으로, 부모님들이 가진 생각들을 듣고 싶다. 어떻게 내 아이에 대해서 아주 ‘객관적’이고 ‘냉철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부모님이 관찰하는 학생의 모습을 듣는 것은 담임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부모님이 학생을 안내하고 양육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다. 이 또한 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반 학생은 총 36명. 부..

진주버스, 불쾌감

‪#‎버스‬ ‪#‎대중교통‬ ‪#‎iwrite‬ 강변으로 나가 아들과 킥보드를 탔다. 육거리에서 시작, 평거동 근처까지 킥보드를 타고 가서 마라톤 피니시 라인도 구경하고 강변에서 돌도 몇 개 던지고 과자도 먹고 물도 마시며 또 조금 쉬다가 다시 킥보드를 밀며 시내까지 나온다. 진주성쯤 오니 이제 못 타겠다는 아들, 내 킥보드는 접어서 들고, 아들은 킥보드에 태워 내가 밀어준다.다시 쉬면서 과자 하나 더 먹고 시내 농협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 간다.버스는 늘 그런 것처럼 앉기도 전에 출발하고, 부웅부웅 과감하게 과속한다.한 손님이 정차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러 가면서, "어, 잠깐만요." 하며 내린다.내리고 나니, 버스 기사 읇조린다. "버스 전세 냈다.. 쯧."기사님, 버스비 1300원 정도 내지만..

타닥타닥 봄오는 소리

타닥타닥 봄오는 소리. 체육관 가는 길 학생들 비 맞지 말라고 지난 겨울 새로 설치한 비, 햇볕가리개. 봄볕 따스한 오늘 걷어가니 타닥타닥 소리가 난다. 깊은 속까지 차가운 기운이었던 것이 봄기운에 녹으며 몸을 좌악 펴는 듯 하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봄을 맞이한다. 교정에 이미 목련은 피었고, 나는 벌써 목련이 질때를 생각하며 목련의 이쁨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다. 내일은 목련 사진을 찍어야지.

2015. 우리반이 지켰으면 하는 것들

작년 3월 1일, 학급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지금 새로 만나게 될 학생들을 위해 편지를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은 더 넣고, 다듬어 봅니다. 늘 담임을 맡고 아이들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은 긴장된다. 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게 느끼고, 무엇인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된다. “나는 준비가 되었나?” 돌아볼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고, “나는 괜찮은 어른으로 아이들의 본이 될만한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학급의 주인이거나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무실에서 보내고, 그만큼 아이들의 속속들이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 교실을 함께 쓰는 아이들의 걱정과 곤란함을 듣고 그것을 해결해주고 갈등을 ..

대통령의 길

대통령님 서거 후 처음으로 찾은 봉화마을. 차에서 내려 산 위의 바위들을 보고 있자니 그 바위를 향해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묘소에 대한 설명을 아들에게 읽어주다가 울컥해서 잠시 쉬었다. 대통령이 어떠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대통령을 구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니까. 하지만, 대통령의 죽음은 그 의미가 남다른 것 아닌가.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지표를 듣는 것과 대통령님의 죽음을 묵도하는 건 다르다. 대통령은 우리의 국가대표 아니던가.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대표적으로 불행한 사람이어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셀카봉을 들고 묘소를 찾는 관광객 무리는 보니, 아스라한 어지러움증을 느꼈다. 아들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대통령님 어깨를 주무르면 좋겠다 ..

여행/국내 2016.02.2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