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못 가게 되었지만, 예정되었던 독서모임은 했다. 학교에도 둘째를 안고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딸을 유모차에 태워 나가서 ‘지구인의 독서’ 모임 멤버들을 만났다. 예전부터 봐뒀던 동네 커피숍으로 갔다. 내부외부 모두 빨간 벽도로 장식된 커피숍이다. 바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자다. 종업원 중에 여자는 없다. 여러가지 스페셜 메뉴가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더치커피에 크림을 얹은 메뉴. 다른 멤버들은 주로 과일쥬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리딸은 나를 향하게 해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자리에 나올 때, 인상깊게 읽은 책을 하나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나는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를 가지고 나갈 생각이었는 데, 그 책을 찾지 못해서 이계삼 선생님의 ‘변방의 사색’을 가지고 나갔다. 그 책 덕분에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를 읽게 되었으니.
은아는 ‘바보빅터’, 수경이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나현이는 ‘1984’와 ‘앵무새죽이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바보빅터는 EBS 책읽어 주는 라디오에서 소개를 들은 적이 있다.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소설, , 추리물, 과학, 환경, 에세이가 관심사. 예술이 거의 공통적으로 별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 책을 읽고 작품을 볼 게 아니라, 작품을 보고 책을 읽는 게 순서상 더 맞을 테니, 미술이든 조각이든 건축이든 아름다움에 대해서 우리가 이야기해볼 기회를 갖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책을 어떻게 정할까에 대해서 혼자서 생각이 많았다. 다 같이 고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해보면서 우선 첫번째 책은 내가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과학 분야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로봇’으로 정했다. 각자 책을 사서 읽고 다음 달 모임을 하는 것으로. 그리고 하나 더 해서 같은 작가의 ‘최후의 질문’도 읽어보기로 했다. 이건 온라인으로 텍스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잠깐 시간을 내면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싶어서 읽을 책에 넣었다.
다음 모임은 커피숍이 아니라 책과 더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 우선 섭외도 해놓지 않고 몇 몇 장소를 후보지로 정했다. 첫번째 후보지가 ‘소소책방’ 두번째 후보지는 ‘진주문고’, 정확히는 진준문고는 방문을 하고 근처 공간이 될 것이다. 진주문고 안의 아이스크림 가게도 괜찮을 듯. 마지막 후보지는 ‘펄짓재작소’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모임을 하기에 펄짓재작소만큼 마음 편한 곳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소소책방지기님에게 소소책방을 찾는 진주여고 졸업생 독서모임 회원분들이 있다고 들은 바 있어서 언젠가 그 분들도 한번 만나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를 안고 재우며 모임에 임했지만, 모두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다. 반성이 되는 점이라면 내가 너무 말이 많았다는 것. 학생들의 이야기에 코멘트를 붙이지 않고 그냥 들어도 충분한데. 질문이나 더 해야 겠다. 질문을 하고 답을 들으면 거기서 그쳐도 충분한 데, 또 거기에 내 의견을 너무 덧붙인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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