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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스 오로라 엘리트 주문

나는 욕심은 없는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갖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월급쟁이에 용돈생활자라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당연히 다 살 수 없다. 다 살 수 있다고 해도 다 사서는 안 된다. 사고 싶은 것들이 모두 필요한 것들은 아니고, 필요하지 않은 데 사는 것은 낭비요 과소비다. 우리 소비는 모두 지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더 소비하면 지구에 더 부담을 준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 물건 하나 사는 것부터 아이들 장난감 사주는 것까지 더 신중해진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어떻든 내 기준은 그렇다. 올해 들어서는 매일 자출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얼마 후가 될 지 모르겠지만, 아들과의 자전거 여행, 이후에는 딸과의 자전거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동안은 아들보다 내가 더 힘이 있..

일상사/자전거 2021.08.02

죽음이 남긴 자리를 치웁니다.

죽은 자의 집청소 책 제목을 보라, 읽지 않더라도 제목 때문에 책을 한번 더 보게 된다. 나는 몇 몇 미디어에서 책을 접했고 결국 사두기는 했다. 그럼에도 또 몇 달간 읽지 못하고 두었다. 스스로를 중년 남성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건강에 염려하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내가 어릴 적보다 훨씬 죽음에 가까워졌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도리어 뒤로 물러서서 겁을 먹게 될 때가 있다.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은 소재라는 생각,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 소재라는 생각. 책을 펼치고 저자의 문장에 놀라게 된다. 이 책은 청소하는 노동자로부터 시작한다기 보다 시인을 꿈꾼 사람에서 시작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하다가 그는 어쩌다가 특수청소라는 분류하기도 어려운 일을 하..

오랜 친구와 최대공배수

오랜 친구와 최대공배수 친구와 추억을 이야기하는 건 우리 사이의 최대 공약수를 구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라는 약수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공약수가 된다. 우리는 각자 얼마나 큰 수이고 또 얼마나 많은 약수를 가지고 있을까. 도란히 앉아서 우리는 각자 하나씩 약수를 꺼내고, 공약수를 발견하면 다시 씹고 음미한다. 오랜 만에 대학 친구를 만났다. 한 집에 사는 가족이 아니고서는 만나러 가기가 겁나는 요즘. 그래도 친구를 만났다. 지난 번 봤을 때가 언제인지부터 가늠한 다음, 우리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요즘 하는 일은 어떤지, 아픈 데는 없는지, 부모님들은 잘 계신지, 아이들은 어떤지. 정작 ‘나에 대한 이야기’기 아니지만 모두 내 이야기다. 남편으로, 아빠..

쓰고 마무리 하기?

쓰고 마무리 하기? 오늘은 오랜만에 조방주님과 콩국수 회동을 했다. 마주 앉아서 이야기한 건 2년은 된 것 같다. 길손칼국수에서 올 여름 첫 콩국수를 먹고(나는 국수를 좋아하고, 콩국수는 더 좋아한다.) 소소책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알바, 학교, 글쓰기, 브롬톤, 여행, 일본, 소설가 등등. 얼마전 소소책방에서 주관해서 한 젊은 소설가를 강사로 모신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나는 그런 소식을 들을 수가 없다. 알았다 하더라도 아마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참석이 어려울 수는 있었겠다. 아무튼, 그 소설가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굉장한 속도로 쓰고 있다고. 마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는 것처럼,..

아빠가 먼저하는 수학 공부 : 유클리드 원론

‘이처럼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을 읽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이 바로 유클리드의 ‘원론’이다. 원론은 주로 '기하학'을 그 주제로 다루고 있고, 기하학geometry는 '땅을 측량하다'라는 뜻에서 왔다. 유클리드는 기존에 있던 기하의 체계를 정리했고 주로 유추를 통해 어떤 결론을 이끌어 냈고, 이 유추를 위해 5공리와 5공준을 만들어 냈다. 유클리드의 5공리 동일한 것의 같은 것은 서로 같다. 같은 것과 같은 두 개의 것은 서로 같다. A=B, A=C이면, B=C이다. 서로 같은 것에 같은 것을 각각 더하면, 그 결과는 같다. A=B이면, A+C=B+C이다. 서로 같은 것에서 같은 것을 각각 빼면, 그 결과는 같다. A=B이면, A=C=B-C이다. 서로 일치하는 것은 서로..

온탕과 문학의 공간

폭염 속 뙤약볕 아래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은 느낌은 허벅지 깊이의 목욕탕 온탕, 그 온탕 안을 밀며 걷는 기분이었다. 볼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집은 비어있고, 실내 온도는 30도 라는 데 시원하게 느껴졌다. 내 앞에 있는 국어 선생님이 ‘글을 쓰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해요.’ 라고까지 말씀하셔서 나는 책을 사러 오늘 동훈서점까지 다녀왔다. 글을 쓰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의 목록이 정해진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게 벽 같은 책을 만나지 않고서야 그 벽을 넘지 않고서야 생각의 지평이 넓어질리 만무하다. 내가 좋아하는 우치다 다츠루 선생님의 책은 거의 다 읽어가는 데, 남은 책은 ‘자크 라캉’에 대한 것이다. 결국 우차다 다츠루 선생님의 배움의 원천에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나. 선생님이 말씀하..

오늘 산 책 : 그림자를 판 사나이, 문화유산답사기(제주), 낭비사회를 넘어서

오늘 산 책 : 그림자를 판 사나이, 문화유산답사기, 낭비사회를 넘어서 그림자를 판 사나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제주도편) 낭비사회를 넘어서 그림자를 판 사나이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를 재미있게 읽고 두번에 걸쳐서 독서모임까지 했다. 그 책의 시작이 저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등장한다. 등장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나중에까지 논의를 끌어가는 데 훌륭한 비유로 사용된다. 그래서 골라온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제주도편) 오늘 인터넷 알라딘서점에 가보니, 신간으로 나왔더라. 올 겨울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될 때를 대비해서 한번 읽어두기 좋을 것 같아서 구입. 게다가 표지가 너무 이쁘다! 낭비사회를 넘어서 제목이 좋아서 펼쳐보고, 내용도 괜찮은 것 같아..

제5도살장 : 드레스덴 폭격과 시간 여행

제5도살장 : 드레스덴 폭격과 시간 여행 외계인에게 납치되고, 시간에서 자유로워진 채로 자신의 결혼식으로, 자신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는 시점으로, 드레스덴의 제5도살장에서 폭격을 목격하던 순간으로 종횡무진 이동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 책은 어디서 보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늘 한 책이 다른 책을 소개하고는 하는데, 일단 알라딘 장바구니에 넣고 나면 잊는다. (알라딘 장바구니는 장바구니로만 쓴다. 주문은 진주문고에 한다.) 아무튼 이 책을 샀다. 제5도살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가던 1945년 2월 13일부터 3일간 4000톤 정도의 폭탄을 드레스덴에 투하한 작전이다. 도심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25,000정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

포토카피 : 존 버거

글로 쓴 사진(존 버거) 왜 제목이 글로 쓴 사진인가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궁금해져서 역자의 설명이라도 있는 지 봤다. 이 책의 영어제목은 Photocopies 이다. ‘복사본’ 정도의 뜻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책 속의 글은 무엇을 복사한 것인가? 책을 일단 읽어가다가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 책 ‘글로 쓴 사진’은 굉장히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인 Photocopies 가 원어민에게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의 ‘복사본’과는 다를 게 분명하다. 우리 말에서 ‘복사본’이란 무엇인가? ‘진짜가 아닌 것’, ‘진짜를 대신하는 것’, ‘진짜보다 가치가 현저하게 낮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Replica와 같은 뜻은 아니다. R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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